‘내가 무조건 옳다!’ 모두의 마음속에 잠재된 정의 중독
상태바
‘내가 무조건 옳다!’ 모두의 마음속에 잠재된 정의 중독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1.06.20 17: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정의 중독: 인간이 타인을 용서하지 못하는 이유 | 나카노 노부코 지음 | 김현정 옮김 | 시크릿하우스 | 172쪽

왜 나는 타인을 용서하지 못하고 힘들어할까? 당신은 어떨 때 타인을 ‘용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가? SNS 등 온라인에서 선을 넘은 비난과 욕설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비난의 대상은 연예인, 일반인, 기업 등등 다양하며, 비난 이유는 명백한 잘못에서부터 단순 실수, 무지에 의한 논란, 근거 없는 오해까지 여러 가지다. 비난의 말들을 살펴보면 직접적인 불이익을 받지도 않았고 당사자와 관계도 없는데, 강한 분노와 미움의 감정을 마구 쏟아낸 말들이 아주 많다. ‘저런 짓은 절대 용서할 수 없어’,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호되게 벌을 받아야 해’, ‘난 옳고 쟤는 틀렸으니까 심한 말을 퍼부어도 괜찮아’…. 이또한 일면식도 없는 상대에게 공격적인 말을 퍼붓고 완전히 짓밟아야 직성이 풀리는, ‘용서할 수 없는’ 감정이 폭주한 상태다.

이 책은 인간이 타인을 용서하지 못하는 감정을 뇌과학의 관점으로 풀어내어, 어떻게 하면 우리가 행복하고 균형 잡힌 삶을 살 수 있을지 살펴본다. 일본의 저명한 뇌과학자인 저자는 벌할 대상을 찾아 헤매고 타인을 절대 용서하려 하지 않는 상태를 정의에 취해 버린 중독 상태, 이른바 ‘정의 중독’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누구나 정의 중독 상태에 빠질 수 있다”라고 경고한다. 왜냐하면 인간의 뇌는 비난받아 마땅한 대상을 찾아 벌하는 데 쾌감을 느끼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정의의 철퇴를 가하면, 뇌의 쾌락중추가 자극을 받아 쾌락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된다. 이 쾌락에 한번 빠지면 쉽게 헤어나지 못한다. 정의감에 중독된 뇌는 항상 벌할 대상을 찾아 헤매고, 타인을 절대 용서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의 중독 행위에 쾌감을 느낌과 동시에 상대를 매도하는 자신이 도저히 용서가 안 되는 괴로움 역시 밀려온다. 상대를 실컷 욕하고 난 뒤, 돌아서서 후회하거나 자기혐오에 빠지는 것이다. 저자는 서로 헐뜯고 매도하면서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증오심만 점점 커져 가는 세상, 타인의 실수를 비난하여 스스로를 정당화하고 순간의 쾌락을 얻는다 해도, 매일 타인의 언행에 짜증내며 분노를 느낀다면 결코 행복한 삶이라 할 수 없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타인을 용서하지 못하는 뇌 구조를 이해한 뒤, 평온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저자는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고 정의 중독에 빠진 삶의 고충을 조금이라도 해소하여 마음 편히 살아가기 위한 쉽고 다양한 방법을 제안한다. 우선 ‘내가 혹은 내 뇌가 용서할 수 없다고 느끼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 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정의 중독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생활 속 뇌 습관도 제시한다. 새로운 길로 걸어보고, 안 먹던 음식도 먹어보는 등 익숙한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은 쉽게 실천해 볼 수 있는 방법들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항상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는 습관을 들여 ‘메타인지’를 높이는 것이다. 메타인지 능력이 없는 사람은 타인에게 공감하거나 타인의 입장에서 사안을 바라보는 것이 불가능하다. 동시에 자신이 현재 어떠한 상황에 있는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메타인지 능력을 키우려면 좋은 만남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메타인지 능력이 완성되는 30세 즈음까지는 계속 주위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인생에서 젊은 시절, 특히 20대 시기에 만난 사람, 존경했던 사람의 영향이 큰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다.

타인에게 비난받아 상처를 입는 것, 타인을 비난하여 쾌감을 얻는 것, 그러한 마찰이 두려워 소통 자체를 꺼리거나 의사 표시를 자제하는 것 모두 결국은 여러 관계 사이에서 상호 이해가 부족한 탓이다. 사람에게서 상처받지 않지 않으려면 아무와도 관계 맺지 않고 혼자 살거나 가치관이 잘 맞는 사람만 만나면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타인과 관계 맺지 않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다. 그러므로 자신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을 ‘용납할 수 없다’ ‘이해할 수 없다’ ‘바보 같다’며 끊어 내거나 미워하지 말라고 이 책은 말한다. 그보다는 ‘내가 혹은 내 뇌가 용서할 수 없다고 느끼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 보는 것이 자신의 인생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완전한 사람은 없다. 그것은 나 자신도, 타인도 마찬가지다. ‘저 인간은 바보다’ ‘저 인간 미쳤나 봐’라고 느낄 때의 그 ‘저 인간’에게도 인격과 감정, 생각이 존재한다. 저자는 자신과 다른 그 무언가를 바로 부정하지 말고 일단 받아들인 뒤 포용해 보기를 권한다. 상대의 발언을 평가하고 부정하기 전에 왜 상대가 그런 말을 했는지, 거기에서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는 것이다. 저자는 한번 그 감각을 느끼고 나면 ‘내가 정의다’라는 생각은 더 이상 하기 힘들 것이라며, 그것이 바로 ‘지성의 빛’이라고 말한다. 

모든 사람을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더라도, 할 수만 있다면 타인에게 필요 이상의 분노와 불만, 미움의 감정을 품지 않고 평온하게 사는 편이 자신을 위해 좋은 것은 분명하다. 이 책은 그러한 삶의 고충을 조금이라도 해소하여 마음 편히 살아가기 위한 비결을 알려 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