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유일 초강대국으로 존재하는 단극 체계는 지속적인가? 평화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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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유일 초강대국으로 존재하는 단극 체계는 지속적인가? 평화적인가?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1.06.2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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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극 체계 국제정치이론 | 누노 몬테이로 지음 | 백창재·박현석 옮김 | 사회평론아카데미 | 361쪽

이 책은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이 유일 초강대국으로 존재하는 단극 체계의 국제질서를 이해하기 위한 체계 수준의 이론을 제시하는 것이다. 단극 질서가 작동하는 이론적 원리를 규명하기 위해 단극 구조의 성격에 천착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미국 중심의 국제정치 질서를 이해할 수 있는 이론적 준거점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약소국들의 도전적 행동을 체계 수준의 변수들을 토대로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냉전 이후의 단극정치를 이해하는 데 매우 유용한 이론적 틀을 제공한다.

소련의 붕괴로 냉전이 종식되고 미국이 유일한 초강대국인 단극 질서가 등장하면서 양극 체계의 전환을 예상하지 못했던 국제정치학계는 충격에 빠졌다. 국제정치학은 기본적으로 주요 강대국 간의 힘의 균형 양상을 주된 연구대상으로 하며, 이 국가들 사이의 힘의 분포를 통해 국제 체계의 성격을 규정해 왔다. 체계는 둘 이상의 다수의 단위들로 구성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단 하나의 초강대국으로 이루어진 단극 체계는 일종의 형용모순이었다. 구조적 현실주의의 관점에서 볼 때 힘의 균형이 존재하지 않는 단극 질서는 장기간 유지될 수 없는 일시적 현상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냉전 이후 미국 중심의 단극 질서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단극 질서의 지속성에 대해 설명하는 다양한 견해들이 등장했다. 미국의 힘의 우위가 압도적이기 때문에 단극 질서가 유지될 것이라는 우월론자들의 주장은 현실을 설명하는 데에는 유용성이 있었지만 체계적인 이론적 틀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세력균형의 복원이 일어나서 단극 질서가 무너질 것으로 예상한 쇠퇴론자들의 주장은 세력균형이 언제 회복될 것인가를 특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경험적으로 검증이 어렵다는 문제를 지니고 있었다.

이 책 역시 국제 체계의 극성(polarity)이 변화하는 동학을 설명하는 이론이 아니기 때문에 단극정치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 것인지 예측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은 소련의 몰락으로 갑작스럽게 등장한 단극 체계가 핵무기 혁명 등 국제정치적 상황의 변화 속에서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는 토대가 있음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으며, 단극 체계가 작동하는 원리를 이론적으로 규명하고 있다. 단극 체계가 지속될 수 있으나 미국은 유일한 초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을 치러야 하며 이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저자의 결론은 간명한 논리를 통해 비정한 국제정치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현재 국제정치의 핵심 이슈는 미중 간의 경쟁과 갈등의 심화이다. 아직 중국이 미국에 대항할 만한 초강대국으로 부상했다는 근거는 찾기 어렵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 지속되던 미국의 대중국 포용정책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기점으로 급격히 전환되었고, 바이든 대통령 시기에도 강경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저자에 따른다면 중국에 대한 미국의 공세와 경제적 봉쇄 전략은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많은 연구자들은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심지어 무력 충돌의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저자가 예상한 미중관계의 전개와 오늘날 우리가 관찰하는 미중 간의 갈등 양상은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의 가설이 현재의 미중관계를 단기적으로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했다고 해서 이 책의 가치가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단극 구조 하의 초강대국과 강대국의 관계에 대한 이론은 여전히 논리적 타당성을 가지며 우리가 미중관계를 분석하는 데서 이론적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방어적 포용전략에서 봉쇄전략으로 전환하게 된 조건과 계기는 무엇인가? 어떤 조건 하에서 초강대국은 방어적 포용전략을 선택 또는 포기하는가? 이와 같은 질문에 대답하는 데서 『단극 체계 국제정치이론』은 유용한 준거점을 제공한다.

국가의 행동은 체계 수준의 구조적 제약뿐 아니라 다른 수준의 요인들의 영향을 받으며, 국가들이 구조적 제약에 순응한다는 보장은 없다. 다만 구조적 제약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국가는 생존에 성공하고, 이에 저항하는 국가들은 생존에 실패할 확률이 높아질 뿐이다. 이 책도 체계 수준의 구조이론을 표방하지만, 세부적인 분류 기준과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하여 국가의 행동을 설명하는 데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더해 저자는 현실 속에서 국가들이 이 책에서 예측하는 바와 다르게 행동할 경우 반례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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