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에 따른 대학의 책임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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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에 따른 대학의 책임과 과제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1.06.2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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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교육 이슈] 대교협_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에 따른 대학의 책임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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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라 함)이 많은 세평을 수반하면서 제정(법률 제17907호, 2021.1.26. 제정, 2022.1.27. 시행)되었다. 이 법률은 여러 규제를 가중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2020.1.16. 시행)이 있은 후 곧바로 제정되었다. 

우선 김용균 사망사고, 이천물류 화재사고 등 산업현장의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고 나아가 가습기 살균제 등 일반시민들에 대한 재해가 지속되어 왔다. 또한 중대재해의 발생에도 불구하고 대표이사 등과 같은 사업의 경영책임자나 안전보건관련 책임자 등에 대해서는 처벌이 어렵거나 처벌이 있더라도 처벌양형의 적정성에 대한 문제가 지적되어 왔다. 따라서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은 대표이사 등이 면책될 가능성이 높은 현행법의 단점을 보완하자는 취지와 시민안전 보호를 핵심 배경으로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종전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련법과 달리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의 대표이사 등 경영책임자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으로 제정 과정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다. 특히 이 법은 대학 등 교육기관에도 적용되는 것이어서 대학의 경영책임자인 총장 등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법은 제4조 제1항에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이 지는 책임을 아래와 같이 규정하면서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대통령령으로 위임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지난달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에 따른 대학의 책임과 과제’라는 제목의 <고등교육 이슈> 리포트를 발간했다(작성자: 이상희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노동법). 이 리포트는 이 법의 주요 내용과 쟁점에 대해 살펴보고 이 법이 대학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해 향후 필요한 법정책적 과제와 대학이 준비해야 할 과제를 모색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됐다.

■ 중대재해처벌법의 주요 골자

▶ 중대재해는 노무제공자에 대한 중대산업재해 뿐만 아니라 노무제공과 무관한 일반 시민과 같은 제3자를 대상으로 하는 중대시민재해까지 포괄한다. 

중대산업재해는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1호에 따른 산업재해 중 일정 결과를 야기한 재해를 말하며(제2조 2호), 중대시민재해는 제조물책임과 같이 제조물의 결함이나 각종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 등의 결함을 원인으로 발생한 재해로서 일정한 결과를 야기한 재해를 말한다(제2조 3호).
다만 대학은 공중이용시설에 속하지만 「교육시설 등의 안전 및 유지관리 등에 관한 법률(이하 교육시설법)」 제2조1호에 따른 교육시설은 제외한다(제2조4호 본문 단서, 교육시설~등에 관한 법률 제2조1호다목)고 규정하여 중대시민재해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

▶ 이 법의 적용범위는 상시 5명 이상의 사업(장) 또는 개인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에 대해 적용한다(제3조).

▶ 보호대상자는 종사자로서 이에 해당하는 근로자, 노무제공자, 수급(도급, 용역, 위탁 등)인, 수급인의 근로자, 수급인의 노무제공자로 광범위하게 포괄한다(제2조7호).

▶ 수범자는 사업 또는 개인사업주(제3조 참조) 또는 경영책임자 등으로 하여 사업의 경영책임자에게 의무를 명확하게 지웠다. 

경영책임자 등에는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구체적으로 명시했다(제2조9호가목). 그리고 사망 시 경영책임자 등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 5배 이하의 징벌적 손해배상 등 제재를 대폭 강화했다.

■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대학에 미치는 영향

▶ 대학은 대학특성을 반영해 산업안전보건법, 교육시설법,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이하 연구실안전법), 고압가스안전관리법(이하 고압가스법),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이하 유전자변형생물체법), 원자력안전법 등의 적용을 받는다.

다만 대학은 산업안전보건법 중 제2장 안전보건관리체제 등에서 제1절 안전보건관리체계, 제2절 안전보건관리 규정의 작성, 제3장 안전보건 교육, 그리고 제5장 제2절의 도급인의 안전조치 및 보건 조치 등의 규정은 적용이 제외된다(동법시행령 별표1 4호~5호).

이와 같이 대학에서 안전보건에 필요한 관련 법적용은 대학의 특성에 맞게 그 적용과 적용제외가 설정되어 왔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대학의 이러한 특성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어 대학도 민간기업과 동일하게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정하는 모든 책임을 지게 된다.

▶ 산업안전보건법상 책임을 부담하는 주체는 사업주(대학의 경우 학교법인)이지만 처벌대상은 구체적인 행위자인 안전보건관리책임자와 법인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상 처벌대상은 개인사업주(제3조 참조)와 경영책임자 등으로 되어 있고, 대학에서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제2조9호가목 참조)은 대학총장이 될 것이다.

대학의 경우 설령 구체적인 행위자인 안전보건관리책임자가 있더라도 중대재해처벌법상 대학총장이 의무와 처벌 대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어 대학총장의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 대학은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연구 뿐만 아니라 안전관리에도 책임을 져야하는데, 중대재해처벌법상 대학총장이 지는 구체적인 책임은 경영책임자 등이 지는 안전 및 보건 확보 조치 의무에 달려 있다.

구체적으로 ①재해 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②재해발생시 재발 방지 대책의 수립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③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가 관계 법령에 따라 개선, 시정 등을 명한 사항의 이행에 관한 조치, ④안전 보건 관계법령에 따른 의무 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4조1항 각호)로 규정된다.

이 중 ①호와 ④호의 조치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되어 있는데(2항) 이와 관련하여 조만간 시행령 제정을 앞두고 있다. 시행령 제정으로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과 그 이행에 관한 조치의 내용(1호) 및 안전보건 관계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4호)가 무엇인지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상 대학에서 추가로 부담해야 되는 내용이 크게 현재화 될 것으로 보인다.

■ 대학현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정책과제

<정책반영의 한계>

▶ 대학현장이 가지는 시설과 이용의 특징 등이 충분히 이해된다고 하더라도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근로자 5명 미만인 사업(장)의 개인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에 대해서만 적용을 제외하므로(제3조) 이미 제정된 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대학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제외 주장은 수용되기 어려움이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을 앞두고 있지만 시행령을 통한 적용 제외는 모법에서 위임하지 아니한 것이어서 대학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제외를 시행령에 반영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 대학의 현실을 고려하여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위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므로 법 시행의 유예를 주장하는 것도 이미 모법에서 시행시기를 규정(부칙 제1조 1항)하여 반영되기 어려운 내용이다. 

다만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서도 대학에 일부 규정의 적용 제외를 규정하고 있는 점, 대학의 안전에 필요한 안전관련 여러 법이 적용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향후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시 고려되어야 할 내용으로는 볼 수 있다.

▶ 법률 적용 과정에서 대학의 현실이 반영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 관련 시행령 제정 시 과제>

▶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법 제4조1항1호와 4호의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의 구체적 제정으로서 이는 대학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에서도 중요한 과제에 해당하는 것이다.

▶ 먼저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는 최대한 명확성이 확보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현행법상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과 그 이행에 관한 조치의 내용(1호) 및 안전보건 관계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4호)는 매우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문언으로 규정되어 있다. 

형사처벌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이 지배하고 죄형법정주의 원칙의 내용 중 중요한 법률명확성의 원칙이 있는데, 중대재해처벌법상 형벌은 매우 높은 수준으로 되어 있고 법률명확성의 원칙을 고려하면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에 필요한 조치 내용은 더 이상 추가 해석이 불필요할 정도로 매우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제정되어야 한다.

▶ 만일 시행령 해당내용이 명확하지 못하여 해석과 재량의 여지를 많이 남길 경우 엄청난 형사처벌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개방적 탄력적으로 해석되게 되어 죄형법정주의 원칙 중 법률명확성 원칙에 반할 수 있다. 

따라서 시행령에서 구체적으로 적시된 의무의 이행 시 중대재해처벌법상 형벌의 면제에 다름없을 정도로 명확한 예방책임 의무를 부여하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시행령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일부 규정 적용제외의 대학특성 반영>

▶ 안전보건 관계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4호)에서는 대학의 교육시설이 교육시설법이나 연구실안전법, 고압가스법, 원자력안전법 등의 적용을 받고 있음을 고려하여 제정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들 관련법상 의무이행 수준의 내용으로 하지 않고 추가적 부담을 가중하는 수준의 내용으로 할 경우 대학 교육시설이 감당할 수 있는 규정 내용인지에 대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 구체적으로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과 그 이행에 관한 조치(1호)에서 대학 교육시설이 산업안전보건법 일부 규정의 적용이 제외되고 있다는 성질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

대학 교육시설은 사업의 성질상 산업안전보건법 중 제2장 안전보건관리체제 등에서 안전보건관리체계, 안전보건관리 규정의 작성, 제5장 제2절의 도급인의 안전조치 및 보건 조치 등의 규정은 적용이 제외되고 있으므로, 이들 영역에 있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15조), 관리감독자(16조), 안전관리자(17조), 안전보건관리담당자(19조), 도급인의 안전보건총괄책임자 등과 관련한 전문인력이 추가되는 내용으로 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대학은 이미 교육시설의 장이나 연구실 안전책임자 등에 대한 안전보건관리체제가 구비되어 있으므로 이들이 잘 작동되도록 하는 수준의 내용으로 반영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여진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매뉴얼 제정>

▶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법령에 포괄하지 못한 대학총장이나 안전관련 책임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책임의 내용을 명확하고 분명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매뉴얼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 특히 이 매뉴얼은 법규범에 준하는 중요한 사항을 적시하는 것으로 향후 중대재해처벌법의 개정이나 관련 판례의 변화 등을 반영하여 대학의 혼란 없는 예방대책이 될 수 있는 기능을 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대학의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관련 정부의 행·재정적 투자 필요>

▶ 중대재해처벌법상 개인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이 지는 구체적인 책무의 내용은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과 그 이행에 관한 조치의 내용 및 안전보건 관계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의 내용에 따라 확정될 것이다.

▶ 대학도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그 예방대책을 마련할 책임이 있는 것은 틀림이 없지만 대학 재정의 어려움으로 중대재해 예방체제에 필요한 인력이나 재정을 투입하는 데 한계가 있다.

▶ 만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에서 대학이 부담해야 하는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과 그 이행에 관한 조치의 내용 및 안전보건 관계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의 내용이 민간기업과 동일한 수준이나 내용으로 될 경우 전국의 대학은 이들 조치에 필요한 재정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대학이 처한 학생모집난이나 재정난 등을 고려하면 이들 조치에 대해 대학에서 부담할 경우 정부의 재정 투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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