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전문가 다수, “기본권 강화·대통령 권한 조정 위해 개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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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전문가 다수, “기본권 강화·대통령 권한 조정 위해 개헌 필요하다”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1.06.2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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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대회]_ 한국헌법학회·국회입법조사처, ‘국민통합과 헌법개정’ 공동학술대회
- 헌법전문가 76.9%, 개헌 찬성…국회 특위서 논의해야
한국헌법학회(회장 임지봉)와 국회입법조사처(처장 김만흠)가 지난 6월 1일 국회에서 ‘국민통합과 헌법개정’을 주제로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한국헌법학회(회장 임지봉)와 국회입법조사처(처장 김만흠)는 지난 6월 1일(화) 국회 본관 접견실(316-1호)에서 ‘국민통합과 헌법개정’을 주제로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1부 개회식에서는 임지봉 학회장의 개회사, 박병석 국회의장의 축사, 김만흠 처장의 환영사가 있었으며, 2부에서는 정재황 성균관대 교수 진행 하에 <민주적 개헌논의의 헌법적 조건>을 제1주제로 김선택 고려대 교수가 발제를 맡고 전학선 한국외대 교수가 토론을 맡았다. 이어서 <헌법기능과 기본권질서, 헌법개정의 방향>을 제2주제로 전광석 연세대 교수가 발제를 맡고 신옥주 전북대 교수가 토론에 나섰다.

3부는 김대환 서울시립대 교수의 진행 하에 <헌법개정과 정치개혁>을 제3주제로 송석윤 서울대 교수가 발제를 맡고 김선화 입법조사관이 토론을 맡았다. 이후 헌법학회가 헌법 전문가인 회원 전체를 대상으로 의견 수렴한 <헌법개정 인식 조사 결과> 발표가 있었으며, 정병국 전 의원과 우윤근 전 의원이 각각 개헌에 대한 찬조 발언에 나섰다.

한편, 종합토론 시간에는 강찬호 중앙일보 논설위원, 명재진 충남대 교수, 민병호 전남대 교수, 박종흔 대한변협 수석부협회장, 성한용 한겨레신문 기자, 임찬종 SBS 기자가 지정토론을 맡아 논의를 이어갔다.

김선택 고려대 교수

▶ <민주적 개헌논의의 헌법적 조건>이란 제1주제로 발제에 나선 김선택 고려대 교수는 현행 헌법의 '국가원수' 규정 등을 두고 "대통령을 제왕적 지위에 올려놓은 유신 체제의 독소조항"이라며 "지금 헌법이 구조적으로 원래 지향하는 프로그램에 안 맞는다.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김 교수는 "논의의 시한을 너무 단기로 설정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2018년 정부가 발의한 개헌안 제70조(대통령 지위 조항)는 3권 분립이라는 헌법정신과 부조화를 일으키면서 대통령이 마치 3권을 초월하는 왕의 지위에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며 “국민주권과 민주공화국을 회복하는 데 이 조항이 얼마나 걸림돌이 되고 있는지 인식조차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정당은 법적 성질로 보면 사법상의 결사이고 법인격 없는 사단으로서 민법의 적용을 받고 민사소송의 당사자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정당의 설립과 활동은 국민 개개인의 자유”라며 “따라서 기본권편에 규정하는 것이 체계상 맞다”고 말했다.

이어 “5.16 쿠데타 집권세력이 정당을 준 국가 기관화해 정치 영역을 장악하면서 오히려 정당민주주의 정신을 훼손한 특면이 있다. 국민 의사를 형성할 정당활동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가혹한 정당설립 요건 등 과잉입법을 폐지하거나 폐지 수준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헌법 개정 절차와 관련해 “87년 이후 현재까지 개헌 논의를 돌아보면 아직도 정치인들은 헌법을 ‘권력을 얻기 위한 게임의 툴’로 인식하는 사고에서 별로 벗어나지 않고 있다”며 “여전히 권력구조를 어떻게 하고, 권력의 임기를 어떻게 연장하고, 권력을 어떻게 배분하고 등 권력이 아니면 관심을 보이려고 하지 않는다. 권력을 누구에게 주느냐가 아니고 권력을 국민의 지배 아래 놓아 달라는, 즉 원래의 주인에게 돌려 달라는 국민의 호소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광석 연세대 교수

▶ <헌법기능과 기본권질서, 헌법 개정의 방향>을 제2주제로 발제에 나선 전광석 연세대 교수는 “그동안 헌법에 명시되지 않았지만, 헌법재판소의 결정에서 독자적인 기본권으로 인정된 기본권이 헌법개정 시 새로 명시돼야 한다”며 “특히 생명권과 함께 사형 폐지를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알권리와 정보접근권, 그리고 정보 관련 기본권을 보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최저생활의 권리 자체를 독자적으로 보장하고, 현행 헌법의 모성보호 규정은 성중립적 표현으로 바꿔야” 하며 "생명권,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정보공개청구권 등 그동안 헌법에 명시되지 않은 기본권도 도입돼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안전권 및 소비자의 권리 등은 헌법에 도입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 위험사회에서 재난과 재해, 폭력의 위험을 사전·사후 방지하고 보호하는 국가의 과제가 강조돼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위험으로부터 안전할 권리’ ‘안전하게 살 권리’는 국민의 법적 지위를 특별히 보호하기엔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막연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연재해, 타인의 가해행위 등은 국가의 책임관계에 귀속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안전의 권리도 개별적인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입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소비자의 기본권 역시 그 적용범위와 규율대상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개별적인 사안에 따라 구체적인 입법에 의해 보호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 방법”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송석윤 서울대 교수

▶ <헌법 개정과 정치개혁>이란 제3주제로 발제에 나선 송석윤 서울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강력한 대통령 권한은 상당 부분 청와대 조직을 기반으로 한다”며 “헌법은 행정권이 대통령과 총리 및 각부 장관 등으로 구성된 국무회의와 행정 각부를 통해 행사되도록 하고 있는데 헌법적 근거가 없는 청와대의 비서실 조직이 비대해 옥상옥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나라에는 정치 역동성이 정체되고 있다. 역동성의 체계화와 제도화가 필요하다. 행정부에 비해 왜소한 의회가 다른 국가기관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니려면, 정당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정당의 힘은 구성으로부터 나온다. 정당이 작은 기득권에 안주하는 소수의 직업정치인과 동원된 당원만 존재해서는 곤란하다”며 “차세대의 정치지도자들이 젊어서부터 평당원으로서 서로 협력하며 경쟁하고 정치적으로 성장하는 등 지속적인 역동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송 교수는 "대통령 소속 정당을 중심으로 내각을 구성하되, 복수의 정당이 참여해 연립형 내각을 구성하는 방식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분권형 정부제일 수 있다"며 연립정부형 대통령제를 제안했다. 또 권위주의적 대통령제의 개선과 관련해 "검찰 조직이 여전히 '국가 안의 국가' 같은 속성을 유지하며 법무부를 통해 행정부를 지배하고 있다"며 "검찰개혁의 핵심은 법무부의 탈검찰화"라고 말했다.

▶ 한편, 한국헌법학회는 학회 회원 9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헌법 개정에 관한 인식조사'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국내 헌법 전문가 다수가 기본권 강화 및 대통령 권한 조정을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1일 나타났다.

현행 헌법의 개정에 얼마나 찬성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중 찬성하는 비율은 76.9%로, 매우 찬성 19.0%, 찬성하는 편 57.9%로 조사됐다. 찬성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3.1%였다.

개헌에 찬성하는 이유로는 ▲새로운 기본권 등 인권보장 강화(54.8%) ▲대통령 또는 국회의 권한이나 임기 조정(49.3%) ▲공정 등 사회갈등 해소를 위한 가치 제시(27.4%) ▲국민의 직접민주주의적 참여 확대(20.5%) 등이었다.

개헌 논의·발의 방식으로는 ▲국회 헌법개정특위 구성(38.8%) ▲정당 및 시민사회 각각의 헌법안 작성과 협상(21.1%) ▲시민의회 방식 등 국민 직접 참여와 논의(18.9%) 등이 꼽혔다. 

지난 2017년 추진된 개헌이 완료되지 못한 이유로 ▲정당의 당리당략적 접근(50.5%) ▲국민 공감대 형성 부족(48.4%) ▲주요 정당간 합의 부재(32.7%) ▲청와대의 일방적 추진(26.3%)등이 꼽혔다.

개헌 논의가 재개될 때 가장 필요한 것으로 ▲국민 여론 수렴(37.9%) ▲주요 정당 등 정치세력 간 조정과 합의(31.6%) ▲개헌안의 완성도(30.5%) ▲국회 차원의 적극적 논의(27.4%) 등으로 나타났다.

▶ 개헌론자로 불리는 정병국·우윤근 전 의원은 개헌 찬조 발언을 통해 대통령 5년 단임제의 한계를 지적하고, 개헌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병국 전 의원은 "대한민국은 1987년에 머물러 있다. 우리가 치열하게 투쟁해서 쟁취한 87년 체제가 우리 미래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 됐다"고 말하면서, "현재의 대통령중심제에서 국회의원들은 모든 권한을 다 쓰면서 책임은 대통령에게 전가하는 구조"라며 "어느 정당도 과반수 정당이 될 수 없는 선거제도로 바꾼다는 전제 하에 내각제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전 의원은 "대통령 5년 단임제에서는 정책 지속이 가능하지 않다"며 "87년 개헌이 직선제에 충실했다면 이제는 분권 통합이라고 하는 사회적 과제에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승자 독식 구조에서 벗어나고 지역주의를 타파해야 한다"며 "지방선거와 총선 주기를 일치시켜 비용을 최소화하고 다원화한 이익과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들이 그럴듯한 공약을 내놨지만 허망하기 그지없다. 이 대통령제도 하에서 힘을 받으며 일할 기간은 취임 전 당선자 시절"이라며 "분권화를 위한 의원내각제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우윤근 전 의원도 "5년 단임제는 과도기적으로 채택한 것이다. 30년간 기본권도 기후변화도 손보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의원을 하면서 상생의 노력을 했지만 구조적 한계에 부딪혔다. 5년마다, 총선마다 여당은 수비와 방어, 야당은 깨물기 위한 노력을 한다. 어떤 의원이 거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한계를 절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대통령 중심제라고 해도 의회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대통령 중심제가 성공한 나라는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대한민국은 갈등이 많은 나라다. (현재는) 구조적으로 통합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우 전 의원은 17대 국회를 거론하며 "60%가 넘는 의원이 초선이었으나 물갈이가 된 게 아니라 오염돼 있는 물이었다. 그래서 신선한 고기가 들어가도 금방 오염되고 만다"며 "실증적 경험을 통해 구조적 문제에 대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지봉 한국헌법학회장

▶ 임지봉 한국헌법학회장은 학술대회 개회사와 폐회사에서 “현행 헌법으로 개정된 1987년 이후 정보화시대의 급진전, 코로나로 인한 국민 생활의 급격한 변화와 같은 상전벽해의 변화들이 있었고, 이러한 시대변화와 사회변화를 반영하는 헌법 개정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으며, 최근 한국헌법학회 회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77%의 회원이 개헌에 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헌법 개정의 논의는 정치권도 학계도 아닌 국민이 중심이 되고 국민이 주도해야 한다. 국민이 주도하는 개헌 논의 속에서 중요한 개헌사항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형성될 수 있고, 그 과정 속에서 국민통합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만흠 국회입법조사처장은 환영사에서 “우리 사회의 갈등과 대립이 첨예해지고 있다. 극도로 양극화된 정치적 입장들이 대립하면서 토론의 장이 흔들리고 있고, 경제적 격차는 점점 심화되면서 성장의 동력까지 약화되고 있다. 그러나 갈등을 수렴하여 새로운 해법을 모색해야 할 정치의 공간은 오히려 협소해지고 있다. 승자독식의 권력투쟁이 만들고 있는 진영정치가 사회적으로도 확산돼 민주적 통합을 위한 공론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의 공간을 새로이 설계하고 구성해야 한다. 지금 헌법개정이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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