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도르노,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자신의 철학으로 해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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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도르노,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자신의 철학으로 해석하다
  • 대학지성 In & Out 기자
  • 승인 2021.06.06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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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아도르노 강의록 6 | 테오도르 W. 아도르노 지음 | 박중목·원당희 옮김 | 세창출판사 | 464쪽

아도르노 강의록은 20세기 최고의 보편사상가라 일컬어지는 아도르노가 생전에 행한 강의의 녹취록을 바탕으로 하여 만들어진 책이다. 이 강의는 1959년 여름 학기에 이루어졌고 1968년 출간되었다. 그는 『순수이성비판』의 강의에 앞서 이미 예비단계로서 1953/54년 겨울 학기와 1954년 여름 학기에 ‘관념론의 문제’를 강의하면서 이 강의 2부의 강의 목록에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서문’을 덧붙였고, 1955년 여름 학기에 ‘칸트의 선험적 논리학’을 그리고 1957/58년 겨울 학기의 ‘인식론’ 강의의 마지막 3분의 1 부분에 『순수이성비판』에 대하여 열정적으로 관심을 보였다.

아도르노는 『순수이성비판』의 강의 후에 더 이상 칸트의 이론철학에 대하여 강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이 강의로부터 자신의 변증법적 사유를 발전시켰다고 『순수이성비판』의 마지막 강의에서 언급할 만큼 칸트 철학은 그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의 강의는 칸트의 이론철학을 단순히 소개하고 이해시키려는 통상적 강의와 달리, 자신의 입장에서 칸트 철학을 분석하고 어떤 문제점이 숨어 있는지를 밝히면서 새로운 사유를 창조하려고 했으며, 바로 이러한 예리한 분석과 문제 지적을 통해, 그는 자신의 변증법적 사유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

이 책의 편집자 롤프 티데만은 아도르노 강의의 성격이 “오늘날 통용되는 강의 운영과 공유할 가능성이 있는 입문적 성격은 결코 아니”라고 말한다. 또한 아도르노 자신은 “강의록의 사후 출판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통용되는 ‘입문적 성격’도 아닐뿐더러 아도르노 자신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 분명한 강의록을 읽어야 한단 말인가? 이러한 의문은 퍽 정당해 보인다. 그에 대해서 답변하자면, 아도르노의 강의는 그러한 제한점들을 고려하더라도, 텍스트로서, 우리에게 제공되어야 할 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수 마디 말보다도 이 책을 편집한 롤프 티데만의 말을 통해 그 중요성을 느낄 수 있다.

“우선 그의 강의의 기록들은 그의 사유의 노고가 어떤지를 볼 수 있게 한다. 우리는 지그프리트가 난쟁이 미메의 동굴에서 칼을 대장질하듯이 철학자가 그의 작업실에서 자식의 개념을 담금질하고 있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살아 있는 정신’이 어떻게 사고에 진력하고 있는지를 볼 수 있는 증인이 될 것이다.”

                                                           원서 & 저자 아도르노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에 대한 강의라고 한다면, 자연히 사람들은 이 강의를 통해 『순수이성비판』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를 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목적을 위해서라면 이 강의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아도르노의 『순수이성비판』 강의는 단순히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해설하고자 하는 목적이 아니라,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혹은 더 나아가 칸트의 철학- 을 해석하고자 하는 목적에 따라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아도르노는 이 강의 내내 칸트의 철학을 자신의 사유로 해석하고자 애썼다. 그는 칸트가 던진 핵심적인 질문 “어떻게 아프리오리한 종합판단이 가능한가?”에 주목하면서 이 물음이 지닌 모순과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아가 그러한 모순을 지닐 수밖에 없는 이유를 논한다. 그런데 이런 아도르노의 논의는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너무 어렵지 않을까? 물론 아도르노의 강의는 어렵다. 그의 강의가 단순 설명이 아닌 해석, 사유였기 때문이다. 한 철학자의 해석, 그리고 사유가 쉽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과한 욕심일 것이다. 게다가 아도르노의 칸트 철학에 관한 해석, 사유는 안 그래도 어려운 칸트 철학에 어려운 아도르노 철학이 더해진 격이다. 

요컨대,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강의의 내용은 무척이나 어렵고 또한 체계적이지 않다. 그러나 칸트의 이론철학뿐만 아니라 칸트 철학 전반에 어떤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으며 왜 이런 문제점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지 그리고 이 문제로 인해 어떤 철학적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연구하려는 사람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이 강의는 칸트 철학의 연구자뿐만 아니라 아도르노 철학의 연구자에게 더욱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 강의는 아도르노의 ‘계몽의 변증법’과 ‘비동일성의 철학적 사유’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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