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공룡의 멸종 이후 최대의 대멸종을 겪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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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공룡의 멸종 이후 최대의 대멸종을 겪는 중이다
  • 대학지성 In & Out 기자
  • 승인 2021.06.0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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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종말: 여섯 번째 대멸종과 인류세의 위기 | 디르크 슈테펜스·프리츠 하베쿠스 지음 | 전대호 옮김 | 해리북스 | 312쪽

멸종은 진화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문제는 그 속도에 있다. 현재 종의 멸종은 정상적인 진화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것보다 100배, 어쩌면 1,000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유엔 세계생물다양성위원회의 추정에 따르면, 하루에 150종이 멸종하고, 21세기 말까지 100만 종이 절멸할 위험이 있다. 10분마다 한 종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전 지구를 곤경에 빠뜨린 코로나19 또한 이러한 대멸종의 과정과 무관하지 않다. 종의 멸종 원인 중 하나인 서식 구역의 파괴가 없었다면 이와 같은 전염병의 대유행은 애초에 일어나지도 않을 일이었다.

저자들은 현재 한창 진행 중인 여섯 번째 대멸종을 기후 위기보다 더한 인류 최대의 난제로 규정한다. 기후 위기는 우리가 사는 방식을 위협하지만, 대멸종은 우리 인간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저자들의 대멸종에 대한 진단 및 해법은 급진적이면서도 현실적이다. 이들은 자본주의 밖이 아니라 그 안에서 해결책을 모색한다. 이기심을 인간이 가진 본성 중 하나로 인정하며 적으로 삼지 않는 방식으로 말이다. 이들에 따르면, 보호해야 하는 것은 자연이 아니다. 공룡이 멸종할 때와 같은 대량 절멸이 일어나더라도 몇 백만 년 후에 자연은 다시 예전 수준으로 종 다양성을 회복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구가 존재하는 한, 자연은 어떤 식으로든 존재할 것이다. 다만 우리가 사라질 뿐이다. 보호해야 하는 쪽은 자연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이다.

우리 인간이 현재 한창 진행 중인 대멸종에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은 너무나 명확해서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우리가 지구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어마어마하다. 지구에서 단 하나의 동물 종이 이토록 지배적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특히 20세기 중반 이래로 인간의 활동은 급격히 증가한다. 소위 ‘인류세’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추세를 “대가속Great Accelation”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데, 기상학자 빌 슈테펜은 이 대가속의 과정을 24개의 그래프로 보여준다. 사회경제적 경향을 보여주는 12개의 그래프와 지구 시스템의 경향을 보여주는 12개의 그래프다. 이 그래프들에서 모든 곡선은 아주 오랫동안 완만하게 상승하다가 20세기 중반부터 급상승하는 동일한 양상을 드러낸다. 그래서 이 그래프들의 곡선에는 ‘하키 스틱 곡선’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이 곡선은 호모사피엔스가 지구를 지배하는 세력으로 부상하는 과정이 곧 자연 파괴의 과정이었음을 직관적으로 드러낸다.

우리는 “물건들의 폭정, 과잉의 바다에 빠져 익사하는 중”이다. 우리는 지구의 모든 곳을 정복하고, 모든 곳에 흔적을 남기고 있다. 인간이 지구에 얼마나 많은 부담을 지우고 있는지에 관한 증거는 차고 넘친다. 기술권technosphere의 무게 즉 우리 인간이 제작하여 지구 곳곳에 뿌려 놓은 모든 것의 무게는 생물권의 무게biospehere 즉 지구에 사는 모든 것의 무게보다 8배 더 나간다. 문명의 총 무게는 30조 톤이다. 2019년에 한 해 동안 지구가 제공할 수 있는 자원을 우리가 모두 소비한 날, 즉 ‘지구 생태 용량 초과의 날’은 7월 29일이었다. 20년 전인 2000년에는 아직 11월 1일이었다. 인류는 이미 40년 전부터 지구가 재생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자원을 소비하고 있다.

회복력 연구자 요한 록슈트룀이 이끄는 연구팀은 10년 전에 지구의 부담 한계 9개를 제시했다.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들이 초과되면, 지구 시스템은 인간의 삶을 현재처럼 안락하게 해주는 균형 상태를 벗어난다. 그 9개의 한계를 모두 넘어야 우리의 현재 문명이 소멸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만 넘어도 충분하다.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그 지구적 한계 9개 가운데 7가지를 정량화해냈다. 오존 구멍, 담수 사용, 바닷물의 산성화, 기후 변화, 토지 사용, 물질 순환의 교란, 종의 멸종이 그것이다. 록슈트룀의 연구에 근거해, 저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기후 변화와 생물지구화학적 순환들에서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하지만 생물 다양성의 상실은 오직 한 단어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바로 ‘파국적catastrophic’이라는 단어다.”

세계 인구의 증가, 소비의 폭증, 부족해지는 자원,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는 생활양식, 물질 순환의 교란, 여섯 번째 대멸종의 시작과 더불어 생명의 역사는 결정적인 단계에 진입했다. 공룡이 멸종할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소행성은 그냥 하늘에서 떨어진 반면, 우리는 우리 자신의 운명을 우리 손에 쥐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들은 잘 안다. 생태 위기를 과학적 사실과 당위로서 주장하고 호소해봐야 쇠귀에 경 읽기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자본주의와 자유 시장을 생태 위기의 원흉으로 몰아세워 봐야 아무런 변화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시장은 이익을 좇아 새로운 상황에 적응할 뿐이다. 이기심은 이타심과 더불어 진화가 우리 안에 심어 놓은 본성이다. 멸종의 경악스러운 규모를 접하고도 그저 어깨를 으쓱해 보일 따름인 사람들이 경기 침체의 위협 앞에서는 공황에 빠져 경악을 금치 못한다. 이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들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구체적인 경제와 정치의 맥락 속에서 생태 문제에 접근한다. 이익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면 자본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저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시장이라는 괴물을 돈으로 길들이면, 일이 훨씬 더 잘 풀린다.” 이를테면, 기업들이 공짜로 이용해온 생태계 서비스를 생산물의 경제적 가치 평가에 반영하고, 환경 관련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에 ‘생태 관세’를 부과하는 식이다. 즉 원인 제공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들이 볼 때, “현재 우리의 경제는 생태적으로 볼 때 이중적이다. 이익의 사유화에 관해서는 자본주의적이면서 환경 훼손이라는 비용에 관해서는 사회주의적이다.” 녹색 사업은 이익이 많이 나고 자연 파괴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밑지는 사업이 되도록 만들면 된다. 자연에 권리를 부여하자는 이들의 파격적인 주장처럼, 생태 문제를 경제 문제로 변환하자는 이들의 주장이 현실화된다면 사회는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행동과 가치들을 변화시켜야 한다. 저자들은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 250년 전 노예제가 폐지되었듯이, 우리가 문제 제기, 세력 규합, 규제, 새로운 질서의 수립, 굳히기의 과정을 통해 생태 위기도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말이다. 코로나19 대유행에 세계가 대처한 방식을 보며 이들은 정치에서도 미래의 낙관적인 가능성을 본다. “최근 역사에서 정치적 결정이 이토록 일방적으로 과학 지식에 의존한 적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유행병은 이데올로기, 견해, 당리당략적 전술이 발붙일 여지를 허용하지 않았다. …… 핵심은 과학과 권력이 서로 대화하는 것이다. 과학은 무엇을 할 것인지 말하고, 정치는 언제 어떻게 할 것인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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