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은 이성도 지성도 아닌 후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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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은 이성도 지성도 아닌 후각이다
  • 대학지성 In & Out 기자
  • 승인 2021.06.06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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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냄새의 심리학: 냄새는 어떻게 인간 행동을 지배하는가 | 베티나 파우제 지음 | 이은미 옮김 | 북라이프 | 364쪽

이 책은 냄새 심리학자 베티나 파우제가 지난 30년간 후각 연구에 몰두한 끝에 밝힌 연구 결과를 집대성한 책이다. 냄새에 관한 인간의 무관심이 어떻게 후각 연구라는 하나의 연구 분야로 자리 잡으며 체계적으로 진보해 왔는지, 과거부터 지금까지 인류가 진화하고 발전하는 데 냄새가 어떤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를 통해 ‘후각’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답을 건넨다.

연인과 데이트를 하거나 가족과 외식을 하거나 사업차 고객과 미팅을 하는 등 누군가와 대화할 때를 떠올려 보자. 우리는 절대 말, 표정, 눈빛, 손짓만 주고받지 않는다. 식당에서 어떤 냄새가 풍기는지, 상대는 어떤 향수를 쓰는지, 갓 나온 음식에서 얼마나 맛있는 냄새가 나는지 혹은 입에서 마늘 냄새가 나는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자신을 둘러싼 냄새에 귀를 기울인다. 이처럼 우리는 냄새를 통해 시시때때로 수많은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후각을 통한 사회적 의사소통이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는 사실을 그동안 인지하고 있었을까? 지금까지 이런 강력한 후각의 힘을 간과해 온 이유는 무엇일까? 이 좋은 능력을 어떻게 잘 활용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내일이 정말 달라질 수 있을까? 인류는 냄새와 후각에 관해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 책은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냄새에 관한 고정관념을 깨고 후각의 심리적 메커니즘으로 냄새와 인간 행동 사이 관계를 파헤친 인문 교양서다. 우리 삶은 첫 번째 숨으로 시작해 마지막 숨으로 끝난다. 공기 없이는 살아갈 수 없으며 호흡할 때마다 자연스레 냄새를 받아들이는데, 매 순간 후각이 이끄는 대로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정작 후각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그동안 우리가 냄새와 거리를 두고 냄새를 동물의 것이라 선 그었던 이유는 이성적인 인간을 동물과 구분하고 이들을 하위에 두려는 수단이자 근거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가 예로 드는 다채로운 관점과 증거, 연구 결과들을 살피다 보면 우리는 냄새 그리고 후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자연스레 이해하고 깨닫게 된다.

단세포에서 다세포로, 즉 척추동물과 포유동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냄새에 관여하는 뇌 부위가 함께 발달했다는 진화론적 관점부터 뇌 용량 증가와 후각 능력 향상 간에 관련이 있다는 생물학적 관점, 후각을 이용해 당뇨병 등 특정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는 의학적 관점, 냄새에 예민할수록 사회적 능력과 공감 능력이 높다는 사회 심리학적 관점, 현대 사회의 고질병인 외로움이나 공황 장애 등 정신 질환을 극복하는 데 냄새가 중요한 열쇠 역할을 한다는 심리학적 관점까지, 이처럼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은 냄새와 케미가 통하고 있다.

원서 & 저자 베티나 파우제

인간은 타인이 내보내는 화학적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며 달콤한 딸기 향이나 불쾌한 악취뿐만 아니라 사랑, 편안함, 화, 두려움 같은 감정까지 감지한다. 체취를 통해 병을 진단하는 방식으로 식습관이나 나이, 건강, 유전자 상태까지도 파악해 낼 수 있다. 후각이 냄새라 칭하는 것 이외의 수많은 것까지 코로 인식해 정보화하고 이를 뇌에 전달하는 과정은 곧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 이외의 수많은 정보를 냄새로 교환하고 있음을 뜻한다. 즉 우리는 냄새를 맡기 때문에 고로 존재하는 것이다.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냄새를 통해 회상했던 과거의 기억을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자전적 소설로 되살렸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속에서 그는 늘 멜로디 한가락이나 어른이 되어 홍차 한 잔에 찍어 먹던 마들렌을 통해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 냄새는 이렇듯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아 주거나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등 여러모로 매력적인 대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각과 그에 관한 논의가 사회에서도 학교에서도 연구실에서도 여전히 관심 밖의 대상이라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동안 인간은 시각적 동물이라 정의되었다. 하지만 저자는 심리학과 여러 분야에 관한 자신의 풍부한 통찰력과 총명함으로 인류가 후각적 동물에 가깝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계속해서 냄새에 반응해 행동하는 우리는 냄새를 통해 상대방이 화가 났는지, 두려움에 떨고 있는지 혹은 어디가 아프거나 불편한 건 아닌지를 알아챌 수 있다. 더 나아가 당신과 친구가 될 사람인지 아니면 당신을 배신할 사람인지까지도 말이다. 이처럼 후각을 통한 무의식적·사회적 의사소통은 우리의 지각과 행동, 감정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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