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연구부정행위에 대한 규제와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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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연구부정행위에 대한 규제와 정책
  • 대학지성 In & Out 기자
  • 승인 2021.06.06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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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학술연구]_ 〈NRF ISSUE REPORT〉 2021_9호 (2021.05.24.)
2019년 5월30일 일본 국립순환기병센터(NCVC) 관계자들이 연구윤리를 위반하여 수행된 158건의 연구에 대해 사과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일본은 다수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과학 연구의 선진국이지만 연구윤리에서는 후발국이다. 2007년에 정부에서 연구윤리 지침을 처음 제정한 한국처럼, 2006년에 연구윤리 지침을 마련한 일본은 연구윤리 후발국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공통점이 있다. 연구부정행위의 발생과 이에 대한 대응에서도 문화적 유사성이 눈에 띈다. 예를 들면 2006년의 황우석 사태와 2014년의 이화학연구소(이하 ‘리켄’)의 오보카타 ‘STAP세포’ 사건은 줄기세포 조작 사건이라는 점 이외에도 이 사건에 대한 대응에서 문화적인 유사성을 엿볼 수 있다. 일본은 20세기 전반 일제 강점기 동안 우리나라의 연구와 대학 등 학계의 문화에 영향을 주었고 연구실 문화 등이 유사하므로 일본의 연구부정행위에 대한 대응과 연구윤리에서 배울 점이 많을 것이다.

한국연구재단은 지난달 24일 ‘일본의 연구부정행위에 대한 규제와 정책’이란 제목의 <이슈 리포트>(2021_9호)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일본에서는 연구부정행위에 대하여 정부가 매우 적극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 특히 연구자 교육을 통한 연구부정행위 예방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은 연구윤리 후발국으로 2006년에서야 문부과학성의 가이드라인을 도입하여 연구부정행위에 대하여 국가적인 대응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 이후에도 대형 연구부정행위가 계속되자 문부과학성은 2014년에 지침을 개정하여 2015년부터 연구자와 연구기관에 연구부정행위 방지에 대한 책임을 부과하고, 예방을 위한 연구윤리 교육의 의무화, 연구부정행위의 처리 절차 확립 등 연구기관의 체계적인 대응을 확립했다. 문부과학성은 매년 연구기관이 가이드라인에 근거한 연구진실성 체계를 확립하고 실천하는지의 여부를 조사하고 이를 문부과학성 웹 사이트에 공지하며 정비가 안 된 연구기관에는 간접비 삭감 등의 조치를 한다. 부정행위자에 대하여 문부과학성 웹 사이트에 공개하며, 위반한 연구자와 연구기관에게 연구비 환수와 간접비 삭감 등의 불이익을 부과하여 강력한 처분을 동반하는 사실상의 강제력을 동원하여 연구부정행위 방지에 힘을 쏟고 있다.

이 리포트는 연구부정행위 발생이 더욱 증가함에 따라 강화되는 일본의 규제와 정책을 살펴봄으로써 우리나라의 연구윤리 정책에도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 일본의 과학기술 정책과 연구부정행위의 발생

2021년 2월 현재 리트랙션 워치에 의하면 세계에서 가장 논문 철회를 많이 한 연구자 목록의
5위 중에 3명이 일본인이다. 후지이 요시타카(藤井善隆)가 183편의 논문을 철회하여 1위이며 사토 요시히로(佐藤能啓)가 103편의 논문 철회로 3위를, 이와모토 준(岩本潤)은 79편의 논문을 철회하여 4위이다. 이들 모두 연구부정행위로 논문을 철회한 것이다. 일본에서는 1990년대 말 연구부정행위가 발생하여 사회 문제가 된 이래 연구부정행위가 갈수록 더 심각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본에서는 1995년 과학기술기본법을 제정하고 일본의 경제 부흥을 과학기술을 통하여 이루도록 국가적인 과학기술 정책이 시작되었다. 연구부정행위 발생 빈도를 보면 이러한 일본의 과학기술 정책에 드라이브가 걸린 것과 비례하여 연구부정행위가 발생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국가의 연구 활동을 강화하고 ‘연구에 중점을 둔 대학’ 증가를 목표로 1991년 대학원 설치 기준을 완화하여 대학원 수를 늘리고 대학원생의 증가를 도모했다. 그 효과는 곧 나타나 10년 만에 대학원생 수가 2배로 늘었다. 하지만 갑자기 증가한 대학원 학생들에 대한 내실 있는 교육이 뒤따르지 못하여 전반적으로 대학원생의 질 저하가 지적됐고, 대학원 과정을 마친 이들이 취직할 수 없는 사태가 확대됐다.

1995년에 일본 ‘과학기술기본법’이 제정되어 제1기 과학기술기본계획(1996~2000년도)이 시작된 시기에 연구부정 추정 발생 건수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 계획에 따라 대학 교수를 위한 임기제 시스템이 시작되고 산학 협력을 장려하며, 경쟁적 연구비를 2배 증가시키고 ‘포스트닥 1만 명 지원 계획’이 수립되는 등 과학기술에 대한 양적인 자원 투입이 증대됐다.

연구부정행위 추정 발생 건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2000년대 전반은 2001년부터 시작되는 제2기 과학기술기본계획(2001~2005년도) 시기와 일치한다. 2기 계획은 경쟁적 자금의 증가와 ‘중점 4분야’ (생명과학, 정보, 환경, 나노테크·재료)에 집중하여 연구비가 분배된 시기였다. 교수의 임기 제도가 확산됨에 따라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한 평가 체계가 확립되어 경쟁적 환경이 한층 심화됐다. 이 시기에 일본에서 저명한 연구기관에서의 연구부정행위가 드러나면서 사회적인 위기감을 불러일으켰다. 리켄, 오사카대학, 도쿄대학 등 유수한 연구기관에서 잇달아 연구부정행위가 제기된 것이다. 이러한 연구부정행위는 2000년대 들어서 일본에서 경쟁 중심의 과학기술 정책이 시행되자, 일본 학문 공동체 내 경쟁이 심해지면서 연구부정행위가 증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2005년 이후는 제3기 과학기술기본계획(2006~2010년도) 시기와 겹치는데, 도쿄대학 등 저명한 대학에서도 연구부정이 발생했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2004년 대학이 독립 행정기관으로 전환되면서 연구자들이 겪은 급격한 연구 환경 변화가 있었다. 대학 운영 보조금이 매년 1%씩 감소하여 연구자에 대한 일반 연구 자금이 축소되고 경쟁 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게 되었다. 연구비 수주를 위하여 연구자들은 단기간에 연구 성과를 내야 하는 강한 압박을 받게 되었고 우선적으로 선정된 분야의 연구 자금과 그렇지 않은 분야의 연구비 격차가 커졌다. 2007년에는 세계적으로 유력한 대학의 수를 늘리고 대학의 글로벌 순위를 높이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과학기술에 대한 양적인 투입뿐만이 아니라 질적인 측면이 중시됐다.

1990년도부터 지속된 일본의 과학기술 정책은 연구자의 양적 팽창, 성과 기반 평가, 경쟁 원칙, 정부의 특정 연구 분야의 선택, 연구비의 집중적이고 불균형인 분배로 요약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구자들은 연구 분야에서 성과가 눈에 띄는 연구가 아니면 연구비를 획득할 수 없다는 우려가 커졌고, 이는 연구자 사회의 경쟁 심화와 성과주의를 부추기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양적으로 팽창한 고급 인력이 취직할 만한 자리는 마련되지 않아 이들의 취업난은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제1기의 ‘포스트닥 1만 명 계획’ 이후 박사 후 연구원 수는 계속 증가하여 2009년에는 15,220명에 달하였다. 다수의 연구자들이 임기가 있는 한시적인 임용을 하게 되고 유동성이 늘어나게 되어 신진 연구자에게는 임기가 없는 안정된 자리를 빨리 얻기 위해서는 뛰어난 연구 성과를 빨리 내야 할 필요성이 절박해지는 상황이 된 것이다. 성과 지상주의와 과도한 경쟁의 상황은 취업이 어려운 고급 인력들이 부정행위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 2000년대 일본의 연구부정행위 정책

2000년대 들어서 유수한 대학의 연구부정행위가 발생하여 사회 문제가 되자 이에 대하여 일본 연구자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일본학술회의와 정부에서 대응이 시작됐다. 일본학술회의는 2003년 <과학에서의 부정행위와 그 방지에 관하여>, 2005년 <과학에서의 미스컨덕트 현상과 대책>이라는 보고서를 냈고, 2006년 <과학자의 행동 규범>을 제정하여 공표했다. 일본학술회의의 권고에 따라 문부과학성에서는 2006년 정부 차원에서 <연구 활동 부정행위에의 대응 가이드라인에 관하여>를 발표했다. 이 2006년 지침의 기본 입장은 연구부정행위에 대한 대응은 연구자와 연구자 공동체의 ‘자율’과 ‘자정 작용’에 의하여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부정행위는 연구자의 윤리와 사회적 책임의 문제로서 대학·연구기관의 자율에 근거한 자정작용으로 예방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2006년의 문부과학성 가이드라인은 일본 정부에서 최초로 연구부정행위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문부과학성이나 자금 배분 기관, 대학·연구기관이 연결되는 국가적 시스템으로 대응하기 위한 규칙을 세운 것이다. 법률이 아니라 지침이지만, 문부과학성의 경쟁적 연구비를 받는 연구에서 연구부정행위 처리 절차와 판정된 부정행위에 대한 제재 조치를 명시하는 행정 규정의 성격을 지닌다. 이 가이드라인이 대상으로 하는 부정행위는 “발표된 연구 성과에 나타난 데이터나 조사 결과 등의 위조, 변조, 표절”로 정의되었으며 “고의에 의한 것이 아님이 근거를 가지고 밝혀진 것은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명시했다. “발표된 연구 성과에 나타난”의 의미는 논문 등으로 출판된 것만 부정행위에 대하여 문제를 삼으며, 이미 철회된 논문에 대해서는 처리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고의”로 연구부정행위를 한 것만 연구부정행위로 정의되었기 때문에 향후 잇달아 발생하는 연구부정행위에서 연구자가 연구 방법의 미숙이나 무지 때문에 벌어진 것이라고 주장하면 연구부정행위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다수 발생했다.

■ 일본의 2010년대의 연구부정행위

2006년의 문부과학성의 가이드라인을 포함하여 일본학술회의와 일본 정부의 연구부정행위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응이 시작되었지만, 이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연구부정행위는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특히 2010년대에는 국제 사회에 널리 알려지게 되는 대형 연구부정행위 사건들이 일본의 대학과 연구소에서 연이어 발생했다.

◦ 도호대학(東邦大学) 마취학자의 183편 논문 철회를 초래한 연구부정행위
2011년 7월, 해외 학술지에서 도호대학 의학부의 마취학과 부교수 후지이 요시타카의 논문에
위조 의혹이 제기되었다. 후지이의 20여 년에 걸친 연구부정행위와 조사 결과는 2012년 네이처(Nature )를 통하여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후지이의 기록은 지금까지도 리트랙션 워치에서 철회 논문 수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 도쿄대학 가토 연구실의 업적 강요하는 문화가 초래한 상습적 연구부정행위
2012년 1월 10일 호르몬의 핵내 수용체 연구에서 세계 최고의 연구자로 평가받았던 도쿄대학
분자세포생물학연구소(分子細胞生物学硏究所) 소속 가토 시게아키(加藤茂明) 교수의 논문에 부정행위의 의혹이 있다는 제보가 도쿄대학에 들어왔다. 제보의 내용은 가토가 책임저자로 된
24편의 논문에 사용된 이미지 데이터의 68개 항목에서 위조 또는 변조의 혐의가 있다는 것이었다.

◦ 기업의 이윤 추구와 연구자의 이해충돌이 초래한 디오반 임상연구 부정행위
2013년 노바티스 파마(Novartis Pharma K.K.)의 혈압약인 디오반(Diovan)으로 불리는 성분명 발사르탄(valsartan) 임상연구에서 연구부정행위가 드러났다.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에서의 제약 회사와 이해충돌로 인한 이 연구부정행위로 일본 국내뿐 아니라 국제 사회에 일본 의학계의 심각한 연구윤리 문제가 드러나게 되었다.

◦ 리켄의 STAP 사태 - 일본의 국가 과학기술 정책이 낳은 신세대 연구부정행위
2014년 1월 29일 리켄 발생・재생과학종합연구센터(CDB)는 기자 회견을 열어 리켄의 오보카타 하루코(小保方晴子)가 ‘STAP세포’로 불리는 새로운 다능 세포를 만드는 획기적 성과를 이루어 두 편의 논문으로 네이처(Nature)에 실렸다고 발표하였으며, 언론을 통하여 전 세계에 보도되었다. 유전자 조작 없이 산성 용액에 담그기만 하여도 동물 세포의 초기화가 된다는 이 현상은 생물학의 상식을 뒤엎는 성과라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게다가 오보카타라는 일본의 젊은 여성 연구자의 활약이라는 점에 사회의 주목을 한층 더 받게 되었다. 한국의 황우석 사태에 비견할 만한 리켄의 오보카타에 의한 ‘STAP세포’ 연구부정행위는 2014년 내내 일본을 뒤흔들었다. 

■ 일본의 2014년 가이드라인 개정과 연구부정행위 대응 정책

일본에서는 2006년의 가이드라인에도 불구하고 대형 부정행위가 연속적으로 발생했다. 특히 2013년 디오반 임상연구 부정행위가 크게 문제가 되자 이에 대한 대응으로 일본학술회의는 <과학자의 행동 규범>을 개정했고, STAP 사태가 지속되고 있던 2014년 8월 문부과학성은 2006년의 가이드라인(이하 ‘구 가이드라인’으로 지칭)을 개정하여 <연구 활동에서의 부정행위 대응 등에 관한 가이드라인>(이하 ‘신 가이드라인’으로 지칭)을 발표하고 준비 기간을 거쳐 2015년 4월에 시행하여 더욱 적극적인 연구부정행위 방지 정책을 실시했다. 

▶ 연구기관과 연구비 배분 기관의 책무

신 가이드라인은 대학 등의 연구기관에 연구부정행위에 대응하기 위한 규정과 체제 정비를 요구한다. 책임자를 명확하게 지정하고, 일정 권한을 가지는 ‘연구윤리 교육 책임자’를 부국(部局) 단위로 설치하고, 조직을 동원하여 널리 연구 활동에 관계하는 자를 대상으로 연구윤리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도록 요구한다.

▶ 연구부정행위의 정의

신 가이드라인에서는 연구부정행위의 정의를 “고의 또는 연구자로서 분별하여야 할 기본적인주의 의무를 현저하게 게을리한 데 따른, 투고 논문 등 발표된 연구 성과에 제시된 데이터나 조사 결과 등의 위조, 변조, 표절”로 정의했다. 신 가이드라인은 부정행위에 의도적인 것뿐 아니라 의도하지 않은 과실도 포함했다.

일본의 연구부정행위 조사 대상은 논문이나 서적 등 ‘발표된 연구 성과’에 한정한다. 반면 한국의 법규정은 “연구개발 과제의 제안, 수행, 결과 보고 및 발표 등에서 이루어진” 것을 모두 포함한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연구 계획서나 발표되지 않은 연구 자료가 모두 부정행위 조사 대상이나 일본에서는 출간된 것만을 다룬다.

▶ 제보자에 대한 사항

한국과 달리 일본의 신 가이드라인은 악의를 가진 제보자에 대한 규정이 있다. 악의라는 것은 “피제보자를 모함하기 위하여 또는 피제보자가 하는 연구를 방해하기 위하여 등, 오직 피제보자에게 손해를 끼치기 위해서나 피제보자가 소속한 기관, 조직 등에 불이익을 줄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의사”이다. 악의에 따른 제보 방지를 위하여 제보는 원칙적으로 실명으로만 접수하고, 제보에는 연구부정으로 제기하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이유가 필요하며, 제보자에게 조사에 협력을 요구할 수 있으며, 조사 결과 악의를 가진 제보라고 판명된 경우는 성명 공표와 징계 처분, 형사 고발이 있을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을 사전에 주지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조사 결과 악의에 의한 제보라고 판명이 되면 제보자의 소속 기관에 통보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부정행위가 아니라고 인정된 경우는 악의적 제보인지의 여부를 판정하여 그렇다고 인정된 경우 제보자의 소속 기관에 통보하고, 그 기관은 내부 규정에 따라 적절하게 조처를 하도록 되어 있다. 제보자에 대한 보호 조치로는 “악의를 가진 제보라고 판명되지 않는 한, 단순히 제보한 것을 이유로 제보자에 대하여 해고, 강등, 감봉 그 밖의 불이익을 주는 취급을 하여서는 안 된다”라고 되어 있다. 

한편, 한국의 규정은 제보자에 대하여 강력한 보호 조치를 두고 있다. 제보자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신분상의 불이익을 주는 행위는 연구부정행위로 분류하여 엄격하게 처리하는 한국에 비하여 일본에서는 제보자 보호 조치는 선언에 그치고 있다. 한국의 법규정에는 ‘악의적 제보자’에 대한 내용은 없다.

▶ 조사 기관과 조사 대상이 되는 연구 활동

일본과 한국 모두 조사 책임은 피제보자가 소속된 연구기관에서 하도록 되어 있다. 일본에서는 피제보자가 현재 소속하는 연구기관과 다른 연구기관에서 진행한 연구 활동에 관련한 제보가 접수된 경우, 현재 소속한 연구기관과 해당 연구 활동이 이루어진 연구기관이 합동으로 제보된 사안을 조사하도록 가이드라인에 기술되어 있다.

신 가이드라인은 조사 대상이 되는 연구 활동에는 제보된 사안 외에, 조사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피제보자의 다른 연구 활동도 포함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한국의 법규정에는 이에 대한 내용이 없다.

▶ 연구부정행위 검증 방법과 증명 원칙

한국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은 연구부정행위 여부를 입증할 책임은 해당 기관의 조사위원회에 있다고 명시한다. 단, 조사위원회가 요구한 자료를 피조사자가 고의로 훼손하거나 제출을 거부한 경우에 그 책임은 피조사자에게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일본은 조사위원회가 아니라 피제보자에게 ‘특정 부정행위 의혹에 대한 설명 책임’을 부과한다. 신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조사위원회 조사에서 피제보자가 제보된 사안에 해당하는 연구 활동에 관한 의혹을 풀고자 할 때는 자기 책임으로 해당 연구 활동이 과학적으로 적정한 방법과 절차를 거쳐 이루어졌고, 논문 등도 그에 따라 적절한 표현으로 작성되었다는 것을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며 설명하여야 한다. 연구부정행위에 관한 증거가 제출된 경우에는 피제보자의 증명 및 그 밖의 증거를 바탕으로 특정 부정행위라는 의혹이 뒤집히지 않을 때는 특정 부정행위로 인정된다. 

조사 방법에 있어서 큰 차이는 일본에서는 피제보자에게 조사위원회가 재실험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조사 방법으로서 제보된 사안에 관계된 논문이나 실험·관찰 노트, 원자료 등 각종 자료의 정밀 조사나 관계자 면담 조사, 피제보자의 소명 등이 일본에서도 사용된다. 제보된 부정행위가 이루어졌을 가능성을 조사하기 위하여, 조사위원회가 재실험 등을 통하여 재현성을 제시할 것을 피제보자에게 요구하는 경우, 또는 피제보자가 자신의 의사로 재현성 제시를 신청하여 조사위원회가 그 필요성을 인정하는 경우는 그에 필요한 기간 및 기회(기기, 경비 등을 포함)에 관하여 조사 기관이 합리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범위 내에서 진행하도록 되어 있다. 

▶ 문부과학성에 의한 연구부정행위의 공개 정책

신 가이드라인은 2015년 4월부터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된 경우 그것을 모두 인터넷에 공개함으로써 부정행위에 대한 연구자의 윤리 의식을 높이고 부정행위를 억제하고자 했다. 2006년 구 가이드라인이 책정된 이후에는 대학에서 조사 보고서를 공개하는 것으로 운용이 되었는데, 2015년 신 가이드라인 시행 이후에는 문부과학성의 웹 사이트에도 공개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부정 사안을 공개하는 목적은 공개를 통하여 열람한 자의 부정행위를 억제하고 부정행위가 발각된 경우의 대응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 일본의 2020년대 국가 연구진실성 시스템

▶ 연구진실성 전문 부서의 확립

2015년 4월 신 가이드라인이 시행되자 문부과학성은 이에 명시된 조사와 지원 활동을 집행할
수 있는 전문 기구들을 문부과학성과 배분 기관에 설치했다. 2015년 4월 문부과학성 과학기술·학술정책국 인재정책과에 연구공정추진실을 설치하고 ‘공정한 연구 활동에 관한 전문가 회의’를 같은 달 설치했다. 자금 배분 기관에서도 담당 전문 기구를 설치했다. 일본학술진흥회(JSPS)는 감사·연구공정실을 2018년 4월에 설치했고, 과학기술진흥기구(JST)는 연구공정과를 2015년 4월에 만들었다. 일본의료연구개발기구(AMED)는 연구공정·법무과를 2015년 4월에 설치했다. 이들 기구에서는 연구윤리 교육 교재 및 기회 제공, 연구 공정 포털 사이트를 통한 정보 발송, 연구 공정 관계자 네트워크 구축, 연구윤리 교육 수강 의무화, 연구 비리에 관한 상담 및 조언, 비리 조사 보고서 확인, 연구부정에 대한 조치 등을 하고 있다.

▶ 가이드라인 실행 실태조사

신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문부과학성은 가이드라인 실시에 대하여 추적 조사를 하게 되어 있다. 신 가이드라인을 반영한 체제 정비 상황을 파악하기 위하여, 연구기관에 대하여 정기적으로 이행 상황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공표하도록 되어있다. 조사는 서면, 면접 혹은 현지 조사 또는 이를 조합하여 시행하는데, 조사한 결과 체제 정비가 미비하면 해당 연구기관에 대하여 관리 조건을 붙이는 등의 방법으로 지도와 조언을 하게 되어 있다.

조사 항목에는 연구윤리 교육을 실시하고 모든 소속 연구자에게 의무적으로 수강하도록 규정했는지, 연구 데이터 보존을 의무화했는지, 부정행위 발생 시 조사 절차 등에 관한 규정이 마련되었는지, 조사 결과의 공표 방법에 관한 규정이 있는지 등이 포함된다. 2016년부터 매년 실태조사 결과에 대하여 인터넷에 공표하고 있다. 조사 결과 미비한 연구기관의 경우는 간접비 삭감이나 재조사를 하게 되어 연구기관으로서는 큰 불이익을 받게 되므로 연구기관에 신 가이드라인이 미치는 영향력은 크다.

▶ 연구윤리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전문가 네트워크 형성

신 가이드라인에 문부과학성은 각 연구기관에서의 효과적인 연구윤리 교육 실시를 지원하도록 명시했다. 일본학술회의나 연구비 배분 기관과 연대하여 연구윤리 교육에 관한 표준적 프로그램과 교재 작성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2015년부터 시작된 연구윤리 교육을 위하여 연구비 배분 기관인 일본학술진흥회, 과학기술진흥기구 및 일본의료연구개발기구가 제휴하여 연구윤리 교육 교재의 개발·보급, 연구윤리 교육 고도화, 부정방지·대응 상담 창구 설치를 추진했다.

2015년부터 신 가이드라인에 의거하여 각 연구기관은 연구윤리 교육자와 연구진실성 업무를 담당할 인력을 지정하고 책임 있는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따라서 일본 전역에 있는 연구기관에서 이를 담당할 전문가의 양성이라는 과제가 놓여 있었다. 이를 위하여 연구진실성 관계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정보 교환을 촉진하기 위하여 공정연구추진협회의 교육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 일본의 연구부정과 정책에 대한 고찰

▶ 일본 정부의 연구부정 방지 정책의 효과

이러한 일본 정부의 정책은 효과적이었는가? 국가적인 정책과 대응으로 연구부정행위가 감소하였는가? 유감스럽게도 그 이후에도 연구자가 학술 논문의 데이터 등을 날조·조작하는 연구부정이 잇따르고 있다. 문부과학성의 가이드라인에 의하여 보고받은 연구부정을 공표하고 있지만, 억제 효과는 기대대로 작용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 일본의 문화와 연구부정의 관계

일본에서 연구부정이 많은 이유를 일본 문화에서 찾는 학자들의 논의도 설득력이 있다. 일본사회는 과학적 진보가 무조건 옳고 좋은 것으로 인식하는 과학적 진보에 대한 무비판적 숭배를 하는 과학주의가 만연한데, 이러한 과학주의와 연구 성과 우선주의는 일본의 과학자들에게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제일 뛰어난 연구 성과를 내도록 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과학적 진보와 빠른 성취를 가로막는 것은 악하거나 나쁜 것이며, 사회에서 업적을 칭찬받는 과학자들은 자신이 특별하고 오류가 없으며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연구부정행위로 이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윤리학자 아사이는 일본의 집단주의 문화와 일본 대학의 조직 문화가 연구부정행위에 기여한다고 지적한다. 현대 일본의 대학에서는 연구실의 책임을 맡고 있는 교수가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고, 젊은 연구자들의 연구비 자금 지원, 연구 공간, 박사 학위 취득은 교수의 의도에 좌우되며, 졸업 후 진로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막강한 권한을 지닌 교수가 눈에 띄는 연구성과를 가능한 많이 내기 위하여 무리한 요구를 담은 강압적인 일정으로 강요하여도, 교수의 기대에 부응하는 연구 데이터를 생산하기 위하여 젊은 연구자들은 매일 쫓기고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젊은 연구자들에게 기초 연구 방법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가능한 빨리 좋은 성과를 내도록 강요하는 분위기에서 젊은 연구자들은 위조된 데이터를 이용해서라도 자신의 윗사람이 요구하는 연구 결과를 내야 한다는 압력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일본의 연구부정행위들은 오랫동안 권위적이었던 일본의 연구실 문화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나타낸다.

▶ 새로운 방향으로의 제언들

일본은 2006년에서야 비로소 문부과학성의 가이드라인을 도입하여 연구부정행위에 대하여 국가적인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2006년의 가이드라인은 기본적으로 연구자와 연구기관, 연구자 커뮤니티의 자율과 자정 작용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그 이후에도 대형 연구부정행위가 계속되자 문부과학성은 2014년에 지침을 개정하여 연구기관에 연구부정행위 방지에 대하여 책임을 지도록 강제성을 가지는 정책으로 전환했다. 이러한 전면적인 정책에도 불구하고 연구부정행위는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하여 일본 정부와 사회는 연구부정행위에 대한 규제, 금전적 처벌과 기타 처벌, 의무적인 연구윤리 교육을 강화하여 연구부정행위의 방지에 힘써 왔다. 연구윤리 교육의 강화와 연구부정행위에 대한 금전적 처벌 및 해임의 위협은 확실히 강력한 억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성과 지상주의와 극심한 경쟁에 의한 압력이 지속되는 한, 연구자들은 보다 빠르게 임팩트 팩터가 높은 학술지에 게재하기 위하여 발각되지 않을 만큼의 부적절한 행위나 부정행위를 하려는 유혹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이다.

연구부정행위 발생 원인에 대하여 일본 정부와 학자, 연구자 사회, 언론들은 대체로 일본의 과학기술 정책에 의하여 유도된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는 연구 환경과 연구자들의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기인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최근 일본의 연구윤리 학계의 논의에서 주목할 만한 내용은 연구부정행위를 유발하는 연구 생태계의 근본 문제를 살피지 않고 처벌과 교육에만 의존하는 것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성과 중심의 평가 체계를 장려하고 1위만을 추구하는 현 과학기술기본법에 의거한 정부 정책을 재검토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경쟁 원리와 특정 연구 분야에의 선택과 집중에 근거한 불균형한 연구비의 문제를 개선하여, 순위만으로는 잡히지 않는 창의적이고 기초적인 연구 수행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그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젊은 연구자들이 연구비를 얻기 위하여 학대를 견뎌야 하는 현실, 또는 교원이 적절한 연구 방법을 가르치는 데 충분한 시간을 들이지 않거나, 실험실에서의 연구 지도 활동이 평가되지 않는 현실을 개선하여야 할 필요성을 역설한다. 연구부정행위 발생을 방지하기 위하여 현재 일본의 법규제와 조치들이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예방 윤리(preventive ethics)’를 넘어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의 윤리적인 자발성을 촉진하고 과학에 관하여 왜 그리고 무엇을 하여야 할 것인지 다루는 ‘지향 윤리(aspirational ethics)’를 연구윤리 교육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 인구 당 연구자 숫자나 국민 총생산 대비 국가연구개발비의 규모로 보면 여러 선진국과 함께 세계에서 수위를 다투고 있으나, 연구윤리에 있어서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후발국이다. 논문의 철회율도 높으며 연구부정행위의 내용과 규모조차도 잘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 2021년 1월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의 시행으로 한국의 연구개발 혁신 체계와 연구진실성 체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발전될 수 있는 법적 정비가 이루어졌으나, 향후 연구진실성 체계를 갖추기 위하여 노력을 요하는 과제와 도전이 많을 것이다. 한국과 문화적으로나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의 연구부정행위에 대한 정책에 대한 고찰을 통하여 한국의 연구윤리 상황에 주는 함의와 교훈이 무엇인지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저자: 김옥주 서울대 의과대학 인문의학교술 교수
         이규원 서울대 의과대학 인문의학교실 객원조교수
         정준호 서울대 의과대학 인문의학교실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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