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형 교육과정개정 계획, 뭐가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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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형 교육과정개정 계획, 뭐가 문제인가?
  • 남송우 논설고문/부경대 명예교수·국문학
  • 승인 2021.06.06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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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송우 칼럼]

교육부가 새롭게 개편할 소위 미래형 교과과정 개정을 위한 기본 계획서를 제시했다. 이 교과과정은 초등학교는 2024년, 중•고등학교는 2025년부터 시행할 계획안이다. 2025년은 지금 일부 시행에 들어간 고교학점제가 전체 고등학교에 적용되는 시점이다. 이 시점에 맞추어서 현재의 초•중•고등학교 교과과정을 새롭게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그 추진 배경으로는 첫째, 인공지능 시대에 디지털 전환과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인재의 질적, 양적 부족에 대응해야 하는 점이다. 둘째, 4차 산업혁명 시대 첨단기술의 발전 및 미래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과 변화대응력을 갖춘 인재 확보가 긴요하다는 점이며 셋째, 고교학점제 추진 등 미래 교육 정책에 부응하는 교육과정 혁신이 필요한 점 등을 들고 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대전환의 시대에 미래교육의 비전을 새롭게 정립해보겠다는 것이다.

어떤 이유이든 교육과정이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개편해 나가야 할 중요한 과제라는 점에서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그런데 제시된 계획내용들을 살펴보면, 몇 가지 점에서 한계를 내보이고 있다. 첫째는 교육과정개정이란 점에서 초•중•고등학교에 제한되어 있는 발상이란 점이며. 둘째는 고교학점제와 대학 교육의 연계문제가 논의의 중요한 과제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교육부의 교육 정책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장면이다.

첫째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는 이유는, 한국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의 교육은 초•중•고 교육을 바탕으로 그것이 대학 교육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 교육의 현실은 초•중•고등학교 교육이 그 자체가 끝이 아니라 대학입학을 위한 과정으로 인식되어 있다. 이러한 현실적인 교육 수요자들의 인식을 무시할 수도, 무시해서도 안된다. 그러나 이 점을 고려하더라도 교육이 지닌 본질적인 단계성과 연계성을 무시해선 안 된다. 이러한 차원에서 초•중•고등학교 교과과정 개편과 대학교육의 개편은 함께 작동해야 한다. 이번 발표된 안에서 대학과 관련된 사항은 2023년까지 대입제도 개편 방안 검토를 하고, 2024년에는 2028학년도 대입방안을 발표한다는 계획만 제시하고 있다. 대입방안은 고등교육정책실 산하에서 구체적인 안이 마련되겠지만, 이 안 자체가 고등교육 정책실과 함께 종합적이고 통합적으로 기획하여 안을 발표할 필요가 있었다는 말이다.

현실적으로 초•중•고등학교의 교과과정은 교육부의 교육과정정책관 산하 교육과정 정책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교육부 산하에 고등교육정책실이 있어 대학교육의 전반을 관장하고 있지만, 이번 교육과정 개편 계획안은 교육과정정책관 산하 교육과정 정책과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교육과정 개선안을 자세히 훑어보면 고등교육 정책실 간의 긴밀한 소통을 통한 통합적 시야가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대학교육까지 연계시킨 한국 교육 전체의 밑그림을 제대로 그릴 수 있는 계획안이 되지 못한 것이다. 이번 개편 안에서 그렇게 강조하고 있는 융합적이고 통합적인 창의력의 강조를 교육부는 교육부 자체 안에서조차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아이러니를 연출하고 있는 셈이다. 부서 간의 벽을 제대로 헐지 못함으로써 한국 교육의 미래 비전에 대한 준비도 각개전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는 그렇게 강조하고 있는 고교학점제를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3년 동안 공통과목, 일반선택과목, 융합선택과목, 진로선택과목 등으로 192학점을 받고 졸업하는 고등학생들을 대학에서 어떻게 교육해 나가야 할지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지금도 기초학력이 모자라 대학에서 입학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보충수업을 해야 하는 현실이다. 학령인구의 감소로 이제는 대학진학을 원하는 학생이면 누구나 대학입학이 가능한 시대가 도래했다. 고교학점제가 실시되기 전에 미리, 대학입학을 염두에 두고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학에서 이들을 어떻게 교육시켜야 할지에 대한 연구와 고민을 깊이있게 시작해야 한다. 고교학점제 논의가 시작될 때부터 대학은 바뀐 제도 속에서 자라온 학생들을 어떻게 교육해서 유능한 인재로 사회에 내보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했었다. 

한국 교육제도의 개선과 시행에서 늘 문제가 되는 것은 언제나 시기를 놓쳐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부분을 땜질하는 데만 열심이라는 것이다. 교육은 말 그대로 백년대계를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제도 개선의 통합성과 총체성을 말한다. 교육 제도를 바꾸고 개선하는 일이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늘상 자리가 바뀌는 행정관료들에게 이 업무가 맡겨져 있다는 점이 더 심각한 문제를 양산한다. 대학 교육에 대한 실질적인 방향과 정책을 제대로 내놓지도 못하면서, 늘 예산으로 대학을 괴롭히는 교육부를 해체하라고 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교육의 진정한 분권과 자율성이 아직은 먼 곳에 있는 듯하다.  


남송우 논설고문/부경대 명예교수·국문학

부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로 부산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분에 「윤동주 시에 나타난 자기의 문제」로 당선, 평단에 나왔다. 평론집 『전환기의 삶과 비평』, 『다원적 세상보기』, 『생명과 정신의 시학』, 『대화적 비평론의 모색』, 『비평의 자리 만들기』, 『이것저것 그리고 군더더기』 등이 있다. 부산작가회의 회장, 부산문화재단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인본사회연구소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2019 부산시 문화상 문학 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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