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의 독특한 ‘K-R&D 문화’ 구축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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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의 독특한 ‘K-R&D 문화’ 구축 필요한 시점이다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1.06.06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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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RF ISSUE REPORT] 2021년 10호_ ‘한국 연구개발(R&D) 문화는 무엇인가: 주요국의 연구개발(R&D) 문화를 배경으로’

지금 세계는 독점적·폐쇄적·획일화의 플랫폼 중심 시대에서 분권·개방(공유)·맞춤의 4차 산업혁명 철학으로 패러다임의 변화를 겪고 있다. 우리도 새롭고 창의적인 연구개발(R&D) 문화 창조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경험하면서 우리나라 보건 분야 및 과학기술 시스템에 대한 자부심과 위기 돌파의 민족적 DNA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창의·혁신·도전의 R&D 문화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 

실패를 수용하고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 정부(정권)의 일관성 있는 과학기술정책, 단기적 성과 중심의 연구문화가 아니라 장기적·안정적 연구문화의 정착만이 우리만의 독특하고 창의적인 연구개발(R&D) 문화를 구축하는 길이다.

한국연구재단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보고서 <한국 연구개발(R&D) 문화는 무엇인가: 주요국의 연구개발(R&D) 문화를 배경으로>(저자: 이한진·이재섭/국책사업기획실)를 연구재단 이슈 리포트로 지난 2일 발간했다.

우리나라는 일본 및 미주·유럽 등 18세기(제1차 산업혁명) 이후 장기간의 과학기술 역사를 겪어 온 서구와는 달리 짧은 시간에 압축적인 성장을 통해 국제 과학기술 경쟁력 「세계 10위권」의 놀라운 성과를 이루었다.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단기간에 이룬 과학기술적 성취이다.

그러면 양적·질적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성과를 이루어 온 과정에서 형성된 우리의 연구개발(R&D) 문화는 있는 것인가. 또 있다면 무엇이고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진행되어가야 하는 것인가. 

보고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기초로 주요국의 연구개발 문화와의 비교를 통해 작성됐다. 비교 대상국으로는 미국·일본·독일·이스라엘을 선정했다. 미·일·독은 우리와 같이 제조업 강국이며 이스라엘은 작은 나라지만 첨단 창업국가(Start-Up Nation)로 우리와 같이 국가건설(1948) 후 짧은 시간에 과학기술 선진국으로 도약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연구개발 문화의 특징을 축적이 아닌 흐름의 문화, 실패를 두려워하는 리스크 회피 문화, 단기적·성과중심의 연구문화, 정부(정권)의 일관적이지 않는 정책으로 인한 ‘유행가 연구문화’로 규정하며, 연구비 배분 체계가 대부분 경쟁적 재원 중심으로 지원되고 있다는 문제점 등도 지적한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부문에 대한 국민적 자부심의 고양과 함께 도전과 혁신의 연구개발(R&D) 문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을 수 있었다. 이에 보고서는 우리 세대가 직면하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전적 과제들을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또 다른 기술혁명 시대를 선도해 나갈 수 있는 역량과 연구문화를 갖추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R&D 문화에 대한 새로운 자부심과 자신감을 갖고 창의적·혁신적·장기적·개방적인 우리만의 독특한 R&D 문화 조성과 창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문제 제기

2020년 현재, 우리나라는 GDP 대비 연구개발(R&D) 비율에서 이스라엘과 함께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고, 절대적 연구비 규모(PPT 기준)에서도 세계 5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SCI 기준(2015-2017) 세계 상위 1% 논문에서도 세계 15위 등 양적·질적으로 단기간에 놀라운 과학기술적 성장을 이루었다. 또한 반도체·정보통신·자동차·조선·기계·화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며 미국·독일·일본 등과 함께 제조업 강국의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의 한편에서는 연구개발(R&D) 투자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세계적 성과는 창출되지 않는 이른바 「코리안 패러독스(Korean Paradox)」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IMD, WEF, MSTI(OECD), SCI(Thomson Reuter) 등 세계 주요 성과지표(indicators) 보고서에도 한국의 양적 성장을 중심으로 제시하고 있을 뿐, 세계적이고 탁월한 연구개발 성과를 제시하는 지표는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무엇이 이러한 결과를 초래했을까. 아마도 다양한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이러한 문제점을 진단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는 한 국가의 과학기술 커뮤니티에서 형성된 연구자들의 연구개발(R&D) 문화적인 측면에서 제기된 문제를 조사·분석한다. 미국·일본·이스라엘 등 선진 주요국의 과학기술 커뮤니티에서 형성된 연구문화와의 비교를 통하여 우리나라 연구문화의 현실과 문제점을 파악하고, 새로운 연구문화 창조를 위해 정부와 과학기술 커뮤니티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정책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 주요국의 연구개발(R&D) 문화

▶ 미국의 연구개발(R&D) 문화

미국은 과학기술과 관련한 모든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이다(IMD 경쟁력·연구개발(R&D) 규모·SCI 상위 1% 논문 수·첨단벤처 및 유니콘 기업 등). 영국 주도의 1차 산업혁명을 제외하고는 석유·전기를 중심으로 효율성과 대량생산을 주도했던 2차 산업혁명 시기와, FANG 기업(미국 IT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Facebook, Amazon, Netflix, Google 등 4개 기업을 가리킴)으로 대표되는 플랫폼 경제시대를 개척한 3차 산업혁명, 그리고 인공지능(AI)·IoT·빅데이터 등 기반기술(GPTs)을 핵심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에 이르기까지 미국은 세계 과학기술의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러면, 이와 같이 세계 과학기술을 선도하는 미국의 연구자 및 과학기술 커뮤니티의 연구개발(R&D) 문화의 핵심은 무엇일까. 많은 과학기술 역사가들은 70년 전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의 설립 기초를 제공한 Vannevar Bush의 보고서 「Science - The Endless Frontier, 1945」에서 그 해답을 찾는다. 「부시 보고서」 핵심철학은 「과학의 자유를 유지(keeping science free)」하는 것이었다. 이는 압력단체로부터의 자유(free from the influence of pressure groups), 즉각적이고 단기적인 연구 성과를 산출하는 것으로부터의 자유(free from the necessity of producing immediate practical results), 어떠한 형태의 중앙집권적 기관에 의한 독재로부터의 자유(free from dictation by any central board)를 의미한다.

미국은 1950년 NSF 설립 이후 현재까지도 자율·독립의 연구문화가 주류를 형성하고 있고, 제5의 문명 발상지인 실리콘밸리의 끊임없는 연구혁신의 정신이 살아있다. NSF의 설립을 설계했던 부시와 보고서의 연구자(연구기관)의 자율과 독립, 그리고 실리콘밸리가 창조하고 있는 무한도전과 거대한 혁신의 연구문화는 미국이 세계의 과학기술을 선도하는 첨병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 일본의 연구개발(R&D) 문화

일본은 24명(2020년 누적 기준)의 노벨과학상 수상자와 3명의 필드상(수학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기초연구 강국이며 노벨강국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장인존중과 한 우물 파기, 그리고 덴마크 보어연구소로부터 들여온 코펜하겐 정신 – 자유로운 연구기풍 – 의 연구문화는 이화학(연)은 물론 교토, 나고야 등의 대학과 연구소에 국가의 연구문화로 정착되었다. 

한편, 일본의 연구문화가 SCI 논문의 국제 영향력 저하, 그리고 창의·혁신의 연구가 아닌 레드오션의 연구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과기정책의 문제점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 과학기술·학술정책연구소(NISTEP) 조사(2016)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연구과제의 연구내용과 연구자의 행동변화에서, 일시적인 유행을 좇는 연구가 증가하고, 단기적인 연구 성과를 강하게 지향하는 연구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에, 새로운 연구영역을 창출하기 위한 도전적인 연구와 장기적인 차원에서 연구전략을 중시하는 연구자는 크게 감소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10년에 걸쳐 연구자의 연구의식이 단기성과 중심, 가시적 성과 중심, 평가 대응 중심으로 변한 것은 경쟁적 연구 환경 중심의 정책에 의해 발생한 부정적인 결과의 산물이다. 일본의 각 대학, 과학계 인사 및 노벨상 수상자 등 다양한 관계자들이 기본계획과 ‘경쟁적 중심의 연구개발 생태계 조성과 경쟁적 자금의 증가’ 만을 추구하는 정부 정책을 경계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도 이러한 배경에 있다.

▶ 독일의 연구개발(R&D) 문화

독일은 세계 히든 챔피언의 절반(48%)을 점유하며 일본과 같은 한 우물 파기 연구문화가 정착되어 있다. 또한, 그동안 FANG으로 상징되는 미국 플랫폼 기업들의 중앙집권·독점·폐쇄적인 문화에 도전하며 Industrie 4.0을 통해 제4차 산업혁명으로 진입하는 길을 개척하고, 분권·개방(공유)·맞춤의 새로운 연구문화를 창조하는데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독일, 미국, 중국 모두 제조업 부흥의 기회로 삼고 있다. 일반적으로 제조업은 획일화, 중앙집권적 속성을 지니고 있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제조업은 인간-기계의 인터페이스를 통해 개방형 사회기술 시스템을 추구하고 있다. 독일은 미국의 플랫폼 경제의 중앙집권적·폐쇄적·독점적 구조를 해체하고 새로운 과학기술 리더십을 회복한다는 의도이다.

▶ 이스라엘의 연구개발(R&D) 문화

한편, 이스라엘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벤처창업 정신으로 첨단과학기술 국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인텔, 구글, 삼성 등 세계적인 첨단기업들이 이스라엘에 연구소를 개설하고 이스라엘을 세계 첨단기술의 허브로 만들어가고 있다. 이스라엘 연구개발(R&D) 문화의 핵심은 후츠파라는 지치지 않는 도전정신과 끊임없이 논쟁하고 토론하는 하브루타 문화이다. 유대인의 천재성 외에도 이러한 도전정신과 개척·혁신의 문화가 오늘날의 이스라엘을 만들었다. 혁신이라는 뜻의 요즈마 펀드 또한 이스라엘의 벤처기업들이 작은 내수시장이 아니라 런던, 파리, 뉴욕 등을 테스트 베드로 하는 ‘시작부터 글로벌’이라는 연구문화를 창조하였다.

■ 한국의 연구개발(R&D) 문화

우리나라는 매우 단기간에 과학기술 국가경쟁력을 향상시켜 세계 10위권 내외의 경제규모 및 과학기술 경쟁력을 확보했다. 1960년대 경공업 시대부터 1980년 자동차·조선·철강·반도체 산업, 1990년대 정보통신(IT) 시대를 거쳐 2000년대 및 2010년대에는 세계 수준의 휴대폰·ICT 기술을 성취하고 2019년에는 세계 최초의 5G 상용화 신화를 이루는 등 짧은 시간에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이제 우리나라는 선진기술을 모방하는 추격자(Fast follower) 입장에서 세계 수준의 독자적인 원천기술 창출을 통하여 국가의 과학기술 格과 질적 수준을 높여 기술패권 전쟁의 시대를 헤쳐나가야 하는 길목에 서있다. 단기간에 과학기술 국가역량을 축적해오는 과정에서 놀랄 말한 연구 성과를 이루기도 했지만, 한편에서는 이로 인한 문제점과 수정·보완해야 할 과제들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 한국의 연구개발(R&D) 문화

① 축적 아닌 흐름의 문화

흐름(flow)의 문화를 지니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주변국의 문화가 오가는(흐르는) 곳에 있으면서 문화를 형성하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 급변하는 정보기술(IT)과 융합기술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는 연구문화도 이러한 흐름의 문화와 연계되어 있다. 일본의 경우는 우리와는 반대로 축적 사회로의 특성을 보인다. 대륙의 동쪽 끝에서 문화를 받아들이며 쌓아온 곳에서는 지속성·계속성을 중시하는 축적사회의 측면이 두드러진다. 축적의 문화는 기계장비나 전통 산업 등에 있어서 기술·지식·자본의 축적이 잘 이루어진다. 반대로 흐름의 연구문화에서는 변화에 대한 빠른 반응, 신속한 의사결정, 한곳에 머물러 있는 지속성 혹은 정착성보다는 동적으로 이곳저곳 움직이는 경향이 크다.

또 한편, 흐름의 문화는 「빨리빨리」 라는 속성으로 인해 제곱수로 변하는 디지털 문화에 적절한 것에 비해, 축적의 문화는 아날로그 형태의 자연 수 변화에 맞는 구조이다. 흐름의 문화에서는 한 우물 파기를 추구하는 장인으로 우뚝 서기에는 매우 어렵다.

② 리스크 회피의 문화(실패를 두려워하는 문화)

로렝허그(Laurent Haug, 리포트 콘퍼런스 창시자)는 과학기술에 대한 한국인들의 엄청난 친화력에도 불구하고 “체면을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실패하는 것이 남에게 알려져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는 이러한 의식이 한국 연구문화 중 리스크 회피 문화의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의 연구개발(R&D) 리스크 회피 문화는 과학강국의 길을 막고 혁신 또한 막고 있다.

③ 단기적·성과중심의 연구문화: 장기적·안정적 연구문화의 부재

연구자들이 꿈꾸는 가장 바람직한 연구지원 형태는 장기적·안정적 연구 환경 속에서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다. 연구자 자신이 설정한 연구주제를 대상으로 연구비에 대한 고민 없이 안정적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다. 

미국, 영국 등을 비롯한 과학기술 선진국들은 연구자(연구기관)의 독립과 자유에 대한 의식이 문화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1990년대 이후 세계 과학기술계를 휩쓸고 있는 성과중심의 정책 실시에도 불구하고 연구의 자유·자율·독립 등에 대한 커뮤니티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경쟁적 경비와 기반적 경비 등 이중적인 연구비 제도(dual system)를 운영하고 있는 일본 또한 연구비의 규모와는 별개로 장기적·안정적 연구가 정착되어 있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연구비 배분 시스템은 경쟁적 경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어 장기적·안정적 연구가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다. 하지만, 특정 국가가 과학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세계 수준 과학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안정적인 연구를 지원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은 이제 필수적인 조건이 되고 있다.

▶ 레드오션 연구영역의 한국 연구

일본 과학기술·학술정책연구소(NISTEP)는 2년마다 Science Map을 작성하여 최근의 첨단 연구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2018년 Science Map은 2011~2016(6년) 동안 상위 1% 논문 85,000건을 대상으로 첨단연구영역 895개를 도출했다. 또한, 첨단연구영역 895개를 4개의 Sci-GEO 유형으로 분류하여 주요국의 우수연구 논문들이 어떠한 연구영역에 집중되어 있는지를 조사했다. 4가지 Sci-GEO 유형과 특징은 아래와 같다.

아래 표는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895개의 첨단연구영역 중 몇 개의 연구영역에서 세계수준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가 하는 것과 어떤 Sci-GEO 유형에 속하는 지를 나타내주고 있다. 미국은 도출된 영역 중 약 90%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 연구 스펙트럼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영국, 독일, 중국의 유형은 스몰아일랜드 유형의 연구영역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어 매우 창의적이고 연구의 다양성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중국의 연구형태가 창의성과 다양성 측면에서 스몰아일랜드 유형에 속하였다는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중국은 2018년 SCI 논문 수에 있어 미국을 넘어 세계 1위를 기록함과 더불어 연구의 유형 또한 매우 다양하고 이때까지 존재하지 않은 연구영역까지를 탐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SCI 및 첨단연구영역의 굴기를 추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와 일본은 콘티넨탈 유형에 속해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는 창의적·다양성의 스몰아일랜드 유형보다 콘티넨탈 유형의 연구영역이 2배로 도전적·혁신적인 연구보다는 이미 세계 연구의 주류에 속해 있는 – 따라서 연구경쟁이 심한 영역 – 연구 분야에 집중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이와 같이 Sci-GEO 유형에 따른 분석에 의해서도 우리나라는 세계 상위 1%에 속해 있는 탁월한 연구자들도 새롭고 창의적이며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연구를 선진국 연구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맺는말과 정책 시사점

▶ 주요국 간 연구개발(R&D) 문화 비교

아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연구개발(R&D) 문화에서 가장 많이 제시되는 중심 단어(key word)는 창의, 도전, 혁신이다. 이외에 자유, 독립,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음 등과 같은 용어이다. 또한 ‘한 우물 파기’라는 용어도 등장한다. 이는 연구개발(R&D) 문화의 핵심은 「창의·혁신」이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편, 우리나라의 연구문화 기술 중에서 특이한 점은 끈기, 인내의 DNA라는 용어이다. 최근 우리나라 과학기술 커뮤니티에서는 계속적으로 축적과 지속의 가치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 왔다. 이제 우리나라 연구 문화에도 지속적인 연구의 가치에 대한 씨앗(맹아)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의 바이오산업 분야에서 찾을 수 있다. 바이오산업, 그중에서도 특히 바이오헬스 분야는 제4차 산업혁명 기술로부터 가장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 분야이다. 우리나라도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생산을 넘어서 신약개발 분야로 연구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신약개발은 대규모 투자와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분야이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이런 분야에 관심을 갖고 과감한 R&D 투자와 연구를 시작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일이다. 우리 민족에게 내재된 끈기·인내의 DNA가 연구현장에서도 싹이 트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주요국들과 비교하여 미흡하거나 부재중인 분야들은 역시 연구개발(R&D) 문화의 핵심이 되는 창의, 혁신, 도전적 연구문화이다. 특히, 실패를 두려워하는 리스크 회피 문화는 속히 우리의 연구문화에서 제거해야 할 부분이다.

▶ 정책 시사점

첫째, 무엇보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리스크 회피문화」로부터의 자유이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연구문화에 사로잡혀 있으면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경쟁력은 점차 약화될 수밖에 없다. 창업국가(Start-Up Nation) 이스라엘로부터 우리가 배워야 할 연구문화이다. 

둘째, 장기·안정적 연구생태계 조성이다. 우리나라 정부의 연구개발비는 대부분 경쟁적 경비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연구자가 장기적으로 연구비 규모는 작더라도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되어 있지 않다. 장기·안정적 연구의 시발점은 대학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국가혁신체계의 최상부에 위치해 있으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대학 연구진에게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연구비 제공과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학의 현실은 오랜 기간 학자금 동결과 일본 대학의 기반적 경비와 같은 총(학장)의 재량에 의한 연구비 지원체계가 없다. 

또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연구지원기관으로 역할을 수행하는 재단(NRF)의 경쟁적 시스템으로는 10여 년 혹은 그 이상의 기간 동안 장기적·안정적 연구를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 운영이 어렵다. 향후 정부연구개발비(24.2조 원, 2020년)의 배분 시스템을 조정해서라도 대학 연구의 장기·안정화를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셋째, 정부가 다해야 한다는 시각에서 민간의 창의성을 인식하고 민간에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의 연구개발(R&D) 문화의 전환이다. 정부는 정책의 보스 역할에서 지원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현시대는 정부가 민간의 창의성을 따라가지 못한다. 더욱이 규제공화국이라는 우리나라 정부의 규제담당 공무원(과장급)의 평균 임기는 17개월 정도이다. 업무를 파악하고 논의할 만하면 담당 과장이 바뀌는 시스템이다. 기술·경제 리스크보다 무서운 것은 정부(정권) 리스크’이다.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너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도 민간에게 위임의 폭을 확대시키는 주요 이유 중 하나이다. 

넷째, 정부 연구개발비의 창의적·효율적 배분 시스템이다. 현 미국정보기술재단(ITIF) 회장인 로버트 앳킨슨 박사는 “한국은 이미 GDP 대비 R&D 투자에서 세계 1등이다. R&D 예산을 더 많이 투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것은 문제이며, 이것은 무엇인가 비효율적인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한편, 앳킨슨 박사는 비효율적인 것으로 우리나라의 「연구 리스크 회피」 문화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보고서는 대학에 대한 장기적·안정적 재원 투자의 부족을 우선 꼽는다. 대규모 투자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작은 규모의 연구비라도 장기적·안정적으로 지원하면서 연구자가 자유롭게 연구하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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