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한 현상, 남남갈등과 남남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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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현상, 남남갈등과 남남일치
  • 대학지성 In & Out 기자
  • 승인 2021.05.30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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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 평화, 새로운 시작을 위한 조건 | 정욱식 지음 | 유리창 | 280쪽

비핵화는 왜 더딘 것일까. 종전선언은 왜 안 되는 것일까. 우리 민족끼리 합의하고 결정하면 되는 일 아닌가. 이런 질문에 답하는 책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한반도 문제는 우리 문제가 아니다. 해방 후 남한에 주둔한 미군정 때부터 미국 문제로 일관해왔다. 정전협정과 한미동맹이 쌍둥이인 것처럼 종전선언조차도 미국의 사인을 받아야 할 사안이 됐다.

한반도를 기지화해야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할 수 있다고 믿는 미국 주류는 한반도 평화를 바라지 않는다. 오히려 북한이 가끔 사고를 쳐주고 남북이 갈등국면에 있어야 기지를 공고히 하고 한국이 미국 무기 최대 구매국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반도에서 평화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마다 미국은 북한 비밀 핵의혹을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 들었다. 의혹은 대부분 사실이 아니었지만, 그 목적은 대부분 달성했다.

우리는 ‘비핵화(denuclearization)’라는 표현을 수없이 듣고 봐왔다. 그런데 정작 비핵화가 뭔지 속 시원한 설명을 들어본 적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한반도 문제의 핵심 당사자들인 남북한과 미국이 합의한 비핵화의 정의조차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핵화가 뭔지 합의된 것이 없으니 비핵화 협상은 겉돌 수밖에 없다. 영어 사전 《메리엄-웹스터Merriam-Webster》에는 비핵화를 “핵무기를 없애고, 핵무기 사용을 금지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에 따르면 “한반도 비핵화”는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없애고 핵 위협을 금지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간단해 보이는데 왜 북한과 미국은 비핵화의 정의조차도 합의하지 못한 것일까?

저자는 한반도 2018년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을 거치면서 숨 가쁘게 진행돼 온 ‘한반도 비핵화’는 실패했다고 진단한다. 그렇다고 핵을 짊어지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어 다시 시작하자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1부에선 문재인 정부의 실패 원인을 상세히 짚어보면서 실패로부터 교훈을 찾아야 한다는 호소를 담았다. 2부에선 김정은 정권의 전략을 ‘병진노선 2.0’으로 설명하면서 이것이 우려되는 이유를 짚어봤다. 3부에선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한 정책’의 되풀이가 될 가능성을 살피고 한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4부에선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시작을 위한 조건과 대안을 담았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군사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군사문제는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분야인데 거의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또 대북정책을 둘러싼 극심한 ‘남남갈등’과는 달리 군사대국을 향해서는 여야, 진보·보수를 떠나 ‘남남일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 기이한 현상을 성찰해보자는 것은 이 책이 담고 있는 가장 중요한 취지이다.

하지만 저자가 군사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한다고 해서 남북경제협력과 인도주의 및 인권 문제 등을 ‘비본질적’ 문제라고 여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들 분야의 진전과 개선을 도모하기 위해서라도 군사문제를 성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국방비를 직시해야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는 사람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규모 군비증강에 힘입어 2021년 한국의 군사력은 세계 6위 수준으로 올라섰다. 국방비 규모도 일본과 거의 대등해지고 있다. 아마도 2022년이나 2023년 한국의 국방비 규모는 북한 GDP의 2배가 되고 일본 국방비를 추월하게 될 것이다. 일본을 앞섰다고 열광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동시에 너무 살기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런 애국적 열기와 개인적 한숨이 무관하지 않다는 게 이 책이 전달하고 싶은 또 하나의 메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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