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 철학으로 아름다움을 해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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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 철학으로 아름다움을 해석하다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1.05.30 1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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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학 강의 1 |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지음 | 이창환 옮김 | 세창출판사 | 576쪽

예술이란 무엇인가? 미(美)란 무엇인가? 헤겔의 『미학 강의』는 미학을 다룬 역사상 가장 방대한 고전이다. 근대부터 시작된 예술을 향한 철학적 고찰은 헤겔에게로 넘어와 체계적으로 논증되었고, 미학을 이해하려면 그의 『미학 강의』를 거쳐야 할 정도로 현대 미학 역시 여전히 헤겔의 분석에 빚을 지고 있다. 과연 시대를 넘어 헤겔이 통찰한 예술과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이 책은 총 3권으로, 주어캄프사에서 출간한 『헤겔 전집』(전 20권) 중 13~15권에 해당하는 『미학 강의』를 새로 번역한 책이다. 1권에는 예술미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아름다움의 개념에 대해 살펴본다. 이 과정에서 자연미와 비교하여 두드러지는 예술미의 특징을 알 수 있다. 2부에서부터는 본격적으로 개별 예술형식을 나누어 살펴본다. 헤겔은 예술형식을 각각 ‘상징적 예술형식’, ‘고전적 예술형식’, ‘전통적 예술형식’으로 나누었다. 이 책 1권에서는 ‘상징적 예술형식’까지 살펴본다. 2권에서는 ‘고전적 예술형식’과 ‘낭만적 예술형식’ 그리고 ‘건축’, ‘조각’이라는 하위 예술형식을 조망한다. 3권에서는 역시 ‘회화’, ‘음악’, ‘시문학’으로 대변되는 하위 예술형식에 대해 고찰한다.

헤겔은 그동안 논의되어 왔던 예술의 개념과 여타 미학 사상가들의 예술 이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하여, 자연미와 구분되는 예술미의 정체를 밝힌다. 또한 고대 종교적ㆍ신화적 세계관부터 민담, 우화, 문학에까지 이르는 면밀한 분석을 통해 상징과 예술이 관계 맺는 과정을 보여 준다.

헤겔은 대표적인 독일의 관념론자다. 순수 예술의 체제가 확립되기 시작한 근대, 헤겔은 다른 여러 사상가들과 소통하면서 자신만의 예술철학을 정립했고, 그것이 『미학 강의』로 집대성되었다. 『미학 강의』는 단순히 미학에 대한 책일 뿐만 아니라, 서양 관념주의의 절정을 이끈 역작이라고 할 수 있다.

헤겔은 먼저 실러, 빈켈만, 셸링, 칸트 등 종래의 철학자와 미학자들이 해 온 미학에 관한 이론을 정리하고, 앞선 논의들이 어떤 점이 부족했고, 어떤 부분이 주목할 만한지 나름의 평가를 비판적으로 고찰하고, 자연미와 대립하는 예술미에 대한 자신의 이론을 설명한다. 헤겔은 당대 유행했던 낭만주의 예술 이론이 철학 이론으로까지 정착하는 데 반감을 가졌고, 결국 자신의 가장 철학적인 언어로 서양 예술을 해석하고자 했다. 이로써 ‘미(아름다움)’가 우연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학문적 필연성을 갖고 예술로 정착했음을 설명해 냈다. 비록 헤겔의 언어가 다른 미학자들의 언어보다 딱딱하고 엄정하긴 하지만, 그만큼 ‘미’를 체계적이고 명징하게 분석했다는 점에서 『미학 강의』가 서양 철학사에 갖는 의의가 크다.

헤겔은 단순히 예술작품 몇 개를 보고 이 같은 강의를 펼친 것이 아니다. 그는 예술의 발전 단계, 예술형식을 구분하기 위해 먼저 서양 예술작품과 서양 문화의 근간이 되는 기독교를 분석했다. 이에 따른 고전, 중세, 르네상스 등 서양 예술사조에 대해서도 헤겔 나름의 섬세한 분석이 이어진다.

이후 ‘상징적 예술형식’에 대해 설명할 때는 서양 예술작품은 물론, 조로아스터교와 같은 고대 종교, 인도, 이집트 등 동방의 각 민족의 시문학, 각종 비유담, 속담, 교훈담, 수수께끼, 경구 등 방대한 자료를 검토하여 논리를 강화하고, 상징과 예술이 관계 맺는 과정을 보여 준다. 우리는 여기서 헤겔 특유의 변증법적 철학체계에 따른 명징한 해석 또한 엿볼 수 있다.

아울러 헤겔은 인간 정신의 소산인 ‘예술미’의 우월함을 강조하며 진정한 ‘미’란 ‘이상(理想)’이라는 규정을 내린다. 따라서 우리가 마음으로 느껴진다고 생각했던 ‘아름다움’은 사실 이념적이고 이성적인 ‘절대정신’에서 나온다는 새로운 주장을 펼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전에 살펴보았던 다양한 예술형식과 예술작품들도 우리의 감정이 아니라, 예술미의 이념에 따라 규정되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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