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된 광장의 회복은 상대를 존중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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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된 광장의 회복은 상대를 존중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 대학지성 In & Out 기자
  • 승인 2021.05.3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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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장의 오염: 양극화 시대, 진실은 왜 사람의 마음을 바꿀 수 없는가 | 제임스 호건 지음 | 김재경 옮김 | 두리반 | 391쪽

진실이 힘을 잃은 시대, 신뢰가 무너지고, 가짜뉴스와 프로파간다가 만연한 양극화 시대에서 공적 담론이 형성되는 광장은 왜 오염되었으며,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는가? 이 책은 조너선 하이트, 놈 촘스키, 조지 레이코프, 브뤼노 라투르, 달라이 라마 등 우리 시대 최고 지성 26인이 들려주는 건강한 담론 공동체 회복을 위한 제언을 담았다.

1부에서는 광장이 오염된 원인과 그 결과에 대해서, 2부에서는 오염된 광장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에 대해서 환경 문제를 중심으로 풀어낸다.

탈진실의 시대, 무엇이 광장을 오염시키는가? “객관적 사실이나 진실보다 개인적 신념과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사람들에게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현상”을 가리켜 탈진실, 혹은 포스트트루스(Post-truth)라고 한다. 이 포스트트루스 현상을 지은이 제임스 호건은 ‘광장의 오염’이라고 표현한다. 진실이 힘을 잃고, 가짜뉴스와 프로파간다에 사람들이 휘둘리며, 사실을 추구하기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가치를 지지해줄 의견을 선호하는 시대, 현대 사회는 어쩌다 이렇게 공적 담론의 광장이 오염된 것일까? 무엇이 광장을 오염시키는 것일까? 지은이는 이 책에서 광장을 오염시키고 민주주의를 공격하는 것들에 대해 몇 가지 지적한다.

첫째로 기업들의 이미지 메이킹과 대중 기만이다. 기업은 이익을 추구하는 자신들의 본성을 숨긴 채 좋은 이웃, 혹은 따뜻하고 포근한 존재로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애써왔다. 미쉐린맨이나 맥도날드 아저씨, 켄터키 할아버지 등이 이와 같은 예다. 이것이 확장되고 발전되면 ‘윤리적 기름이나 청정 석탄 같은 그럴듯하지만 사실을 오도하는 프로파간다가 된다. 

둘째로 소셜미디어에 퍼지는 디지털 프로파간다의 문제다. 컴퓨터과학자이자 철학자인 재런 러니어는 “인터넷상의 모든 정보는 무료일 수 없다.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에 접속하는 데 돈이 들지 않는다면 광고주가 돈을 내고 있다는 뜻이며, 인터넷 광고가 너무나 효과적일 만큼 감시와 조종이 철저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뜻이다.”라고 말하며,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교묘한 활동과 프로파간다를 경계했다.

셋째로 사실에 대한 공격의 문제다. 이것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나 이익을 대중이 공유하지 않거나, 사실이 자신의 편이 아니라면 상배방의 진실성을 공격하고 약화시키는 전략이다. 어떠한 사실이 자신의 주장에 반할 때, 그 객관적 사실에 의문을 제기하고, 고의적으로 정보를 뒤섞어 소음을 내보냄으로써 진실을 가려내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광장의 사람들에게 정확한 판단을 방해하고 광장을 병들게 한다. 

이외에도 지은이는 가짜 시민단체를 조직해 여론을 조작하는 일이나 전문가의 전문성을 공격해 그 권위를 실추시키는 일 등을 ‘광장을 오염시키는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광장이 오염된 원인에 대해서 자신이 만난 사상가와 지식인들이 저마다 다양한 이유와 원인을 제시하지만 해결 방법에 대해서는 대답이 하나로 모인다고 말한다. “상대를 인정하고 상대방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것.” 이것이 해답이다. 표현만 다를 뿐 이들은 모두 ‘상대방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데’서부터 광장의 회복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책의 원제를 “I’m Right and You’re an Idiot(나는 옳고 당신은 어리석다)”라고 지었다. 즉 “나는 옳고 당신은 틀렸다”라는 인식 속에서는 광장이 회복될 수 없다는 것을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원서 & 저자 제임스 호건

이 외에도 책에는 진실이 힘을 잃은 사회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상대에게 전달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특히 환경운동 진영에서 활동해온 저자는 왜 사람들이 환경문제에 관심이 적은지, 관심을 가져도 실천을 하지 않는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했다.

이에 대해 프레임 이론으로 유명한 조지 레이코프는 ‘사실’만으로는 사람들의 마음을 바꿀 수 없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프레임을 통해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환경오염 기업에 “저들은 일자리 창출자가 아니에요”라고 말할 때마다 ‘일자리 창출자’라는 프레임을 활성화시켜 그 말을 듣는 사람의 뇌리에 환경오염 기업을 일자리 창출자로 각인시키기 때문에 어떤 프레임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느냐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프랑스 철학자 브뤼노 라투르의 경우 “대중에게 환경 위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진실의 문제에서 관심의 문제로 포커스를 바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진실이 힘을 잃었는데 굳이 진실을 밝혀내고 증명하는 것에 에너지를 몰입하기보다는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문제로 이야기를 전환해서 풀어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말이다.

학습조직 이론가 피터 센게는 시스템적 사고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고, 협상전문가이자 갈등해결 전문가 애덤 카헤인은 자신이 1991년 남아공의 극심한 흑백 대립을 풀어내기 위해 만든 ‘몽플레 프로젝트의 시나리오 계획법’을 예로 들며 한 사람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외에도 이 책에는 지은이가 인터뷰한 동시대의 지식인과 사상가, 지도자 70여 명을 생각이 오롯이 담겨 있다. 책에서는 대표가 되는 26인만 소개되고 있지만, 책의 저변에는 70여 명의 다양한 생각과 조언들이 얼기설기 얽혀 있어 우리 시대의 광장이 오염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메시지를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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