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철 철학과 비판 에세이 철학의 부활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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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철 철학과 비판 에세이 철학의 부활을 위하여
  • 문성훈 서울여대·현대철학
  • 승인 2021.05.30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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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서평_ 『철학과 비판: 에세이 철학의 부활을 위해』 (이종철 지음, 도서출판 수류화개, 464쪽, 2021.06)

대형서점에 가면 철학 코너가 있다. 칸트 책도 있고 헤겔 책도 있다. 전공자나 연구자들만 산다. 철학자들의 원전은 물론 이에 관한 연구서나 논문들은 계속 출간된다. 하지만 이를 읽는 일반 독자는 거의 없다. 학술 논문은 연구자들조차 잘 읽지 않는다. 학술 논문의 유일한 독자는 심사자라는 말도 있다. 

이와는 반대로 잘 팔리는 철학책도 있다. 이른바 대중 철학 서적이다. 철학 이론이나 개념들을 쉽게 풀어서 쓴 책들이다. 논술시험 준비로 책 좀 읽었다는 학생 중엔 철학 이론을 줄줄이 꿰고 있는 이도 있다. 그러나 대중 철학 서적을 통해 알게 된 철학은 대개 피상적이다. 철학자들의 생각이 무엇인지는 알지만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근거의 근거를 파고들지는 못한다. 그리고 철학에 대한 지식의 양은 늘지만, 그것이 사고와 행동을 바꿀 만큼 감동을 주기도 어렵다. 

1970년대 80년대까지만 해도 전공 서적도 아니고 대중 서적도 아닌 ‘에세이 철학’이 있었다. 이런 서적은 놀랍게도 대개 ‘베스트셀러’였다. 그 배후에는 김형석, 안병욱, 김태길 등 내로라하는 에세이 철학자들이 있었다. 이들의 글은 달랐다. 감동을 주고 깨우침도 주었다. 이들이 사용한 언어도 달랐다. 이들의 말은 일상어였고, 문체는 문학적이었다. 

또 다른 에세이 철학도 있다. 인간 존재와 인생의 본질에서부터 사회와 역사와 같은 무거운 주제를 다룬 철학적 에세이들이 그것이다. 서구에는 몽테뉴, 파스칼에서부터 니체, 벤야민, 아도르노 등이 있고, 우리나라엔 유영모, 함석헌도 있다. 이들의 글은 아무리 오래된 것이라도 아직도 읽히고 연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말과 글이 감동을 주면 평생 가슴에 남는다. 그리고 말과 글이 깨달음을 주면 우리의 의식과 행동도 바뀐다. 철학 연구자들은 연구 논문과 전문 서적을 써야 한다. 그래야 이를 쉽게 풀어쓴 대중 철학 서적도 만들어진다. 그런데 철학자가 일상의 언어로 이 세상과 삶에 대한 통찰을 직접 표현하면 어떨까?

최근 <철학과 비판>이란 책이 출간되었다. 전공 서적은 아니다. 그렇다고 대중 철학 서적인 것도 아니다. 이 책의 부제는 ‘에세이 철학의 부활을 위하여’이다. 그렇다. 이 책은 에세이 철학책이다. 그간 사라졌던 에세이 철학이 다시 나타난 것이다. 

이 책은 현실과 사유에 대해 말하고, 배움과 탐구에 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리고 철학과 철학자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고통, 폭력, 죽음의 문제도 다룬다. 물론 이런 주제를 다룬 전공 서적만이 아니라 대중 서적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다르다. 이 책은 유명한 철학자들의 사상을 전달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저자 자신의 사색을 표현한 책이다. 이 책은 개념이나 이론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 책은 우리도 겪었을 법한 일상의 문제를 상아탑의 언어가 아닌 일상의 언어로 다룬다.

프루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의 한 구절이다. “숲속에 두 갈래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 그리고 이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 이 책은 철학자들이 적게 간 길을 가려 한다. 그러나 이 책이 계기가 되고, 더 많은 사람이 이 길을 가면 철학의 많은 것들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문성훈 서울여대·현대철학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을 거쳐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 철학과에서 악셀 호네트 교수의 지도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여대 기초교육원 현대철학 담당 교수로 재직 중이며, 『베스텐트 한국판』 책임편집자, 철학연구회 연구위원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미셸 푸코의 비판적 존재론』, 『인정의 시대』, 공저로는 『근대 사회정치철학의 테제들: 홉스에서 마르크스까지』, 『프랑크푸르트학파의 테제들』, 『포스트모던의 테제들』, 『현대정치철학의 테제들』, 『현대페미니즘의 테제들』이 있고, 역서로는 『사회주의 재발명』, 공역서로는 『정의의 타자』 『인정투쟁』 『분배냐, 인정이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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