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사회과학의 적극적인 개입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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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사회과학의 적극적인 개입을 위하여
  • 심승우 성균관대·정치사상
  • 승인 2021.05.3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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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코로나 사태로 상징되는 현대 사회의 위기는 특정한 지역, 특정한 사회영역이나 정책 분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복합적이고 다차원적이며 궁극적으로 공동체의 위기로 귀결되고 있다. 주지하듯이, 프리드먼(Thomas Friedman)은 코로나19로 세계가 BC/AC (Before Corona, After Corona)로 구분될 것이라고 역설하였으며, 세계 석학들 역시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세계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 19가 미칠 팬데믹의 위기와 해결 방안에 대해 보건의료 및 과학기술 중심적인 진단과 처방은 학문적 영역뿐만 아니라 TV와 라디오, 유튜브 등을 통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인간의 삶과 공동체의 문제를 중심으로 연구하는 인문사회과학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 것 같다. 더구나 국가적, 세계적 차원에서 사람들의 삶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감염병과 기후변화, 생태위기 등은 과거처럼 과학기술 혁신만으로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힘들며 주기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위기의 시대에 우리 공동체가 어떻게 대응하고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지금의 삶과 사회의 구성 원리는 어떻게 달라져야 할지에 대해 인문사회과학의 유의미한 발언과 영향력은 대단히 초라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과거 메르스 사태와 유사하게, 지금의 위기에 대한 정부의 대응 정책 역시 방역관리 및 백신 개발, 산업발전 등 의학적, 과학기술적 처방과 성장 위주의 전략에 집중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당장의 위기 극복을 위한 기술연구개발과 대안 제시, 성장 전략은 필요하며 적실성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상징되는 팬데믹 위기의 징후와 처방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코로나 19 상황은 우리가 그동안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여러 문제들을 드러내고 있으며 그동안 당연시 여겨지던 가치관, 세계관을 포함하여 삶과 사회의 구성원리와 질서, 정치·경제적 제도들의 정당성을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팬데믹 위기는 방역과 기술적 대응 차원만이 아니라 다양한 인권문제와 사회통합의 문제 그리고 생태계의 문제들까지 동시에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코로나 감염병만큼이나 향후 전 인류의 건강과 생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기후변화 위기는 단순히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기술적 분제, 전탄소 산업발전 등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기술과 효용, 편익을 둘러싼 행위자 간 권력관계와 힘의 불균형 문제, 자본주의의 고유한 논리와 산업 체제의 문제, 근본적으로는 인간 본성과 욕망, 삶과 사회의 재구성이라는 관점에서 통찰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처럼, 현재와 미래의 팬데믹 위기는 문제의 복합성만큼이나 공동체의 협력적 대응이 절실하며 학문적으로도 인문사회과학에 고유한 인간의 삶과 휴머니즘의 문제, 공동체의 유대와 연대, 성장주의와 산업개발 패러다임을 넘어서는 노동의 문제, 교육과 문화의 재구성 문제 등에 대해 인문사회학자의 주체적이고 선도적인 연구를 더욱 긴박하게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포스트 코로나에 대해 교육과 노동, 복지와 통합, 성장과 분배 등을 놓고 새롭고 다양한 국가 발전 전략에 대한 담론 등이 각축을 벌이는 것 역시 어느 하나의 학문, 어떤 단일한 분과를 넘어서 총체적, 융합적 연구의 필요성을 반증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즉, 다양한 학문과 정책 영역에 걸쳐져 있는 이슈와 변수, 주체들을 유기적이고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동체의 대응과 발전 전략을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인간의 삶과 사회적 활동, 국가발전의 지향점과 전략에 대해 성찰하고 새로운 공동선, 공공성을 위한 유대와 연대, 사회통합의 방안을 모색하는 더욱 치열하고 총체적인 융합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심승우 성균관대·정치사상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다문화 민주주의의 이론적 기초: 소수자의 주체성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정치사상학회 이사, 한국정치학회 편집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서울교대, 성균관대, 대구대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저역서로는 『다문화 시대의 도전과 정치통합의 전략』, 『북방삼각관계 변화와 지속: 북한의 균형화 전략을 중심으로』(공저), 『테러리즘: 누군가의 해방 투쟁』, 『민주화운동의 어머니: 아웅산 수치 평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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