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절한 천재 비평가 '고석규' 비평문학관 개관…동남문화권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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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절한 천재 비평가 '고석규' 비평문학관 개관…동남문화권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1.05.27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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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절한 천재 비평가 고석규(1932~1958), 1950년대 한국 비평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윤동주 시인의 작품에 대해 최초의 분석을 남기기도 한 인물이다. 지난달 19일 고석규 비평가의 기일을 기해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문학관(경남 김해시 활천로294)이 조용히 문을 열었다.

고석규비평문학관 개관을 주도한 남송우 교수(문학평론가·부경대 명예교수/전 부산문화재단 대표)는 1950년대 한국 비평사의 한 획을 그은 고석규를 기억하고 그의 문학 정신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고석규 비평문학관을 개관하여 그의 비평정신을 발전시켜 한국문학의 미래를 새롭게 열어가는 창조적 공간을 마련코자 한다고 설립 취지를 밝혔다.

'여백의 존재성' - 『초극』, 1954. 1. 20

고석규 비평가는 1932년 9월 7일 함경남도 함흥에서 태어났다. 6.25 때 월남하여 부산에 정착했다. 부산대학 재학 시절 동인활동을 활발하게 펼쳐 『신작품』, 『시조』, 『시연구』, 『부산문학』 등을 펴냈다. 

1954년에는 김재섭과 함께 2인 공저 『초극』을 출간했으며, 여기에 윤동주 연구사로서는 최초의 본격 윤동주론인 「윤동주의 정신적 소묘」(『초극』, 1953, 9)를 발표했다. 그리고 당시 한국문단의 중심매체였던 《문학예술》(1957년 2월호부터 8월호까지)에 「시인의 역설」을 연재함으로써 문학 비평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했다. 1950년대 살별처럼 나타난 비평가였다.

이후 그가 쏟아낸 평문들은 1950년대의 한국동란 이후 실존적 상황에 누구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며 문학적 글쓰기로 승화시켰다. 살별이 순간적으로 빛을 발하며 사라지듯이 고석규 비평가의 삶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대학원을 졸업하고 부산대학 국어국문학과 강사에 위촉되고 두 주의 강의를 마친 1958년 4월 19일 심장마비로, 26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떴다. 그가 남긴 유고 「시적 상상력」은 1958년 《현대문학》에 연재되었다.

그런 이후 그의 문학적 행로는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갔다. 30년이 훨씬 지난 1980년대 후반 부산지역에서 비평공부를 시작한 일군의 젊은 비평세대인 <오늘의 문예비평> 동인들의 발굴 작업으로 고석규 비평은 새롭게 조명되기 시작했다. 그의 절친이었던 전 부산대 영문학과 홍기종 교수가 보관해오던 누렇게 변색된 고석규의 원고뭉치를 토대로 고석규 비평가의 원고들을 정리하여, 1990년에 고석규의 유고 평론집 『여백의 존재성』을 펴내었다. 

이후 다시 발굴된 시, 일기, 번역 등의 원고를 정리해서 고석규 전집을 펴내었다. 전집 발간 이후 고석규 비평가는 1950년대 한국비평사에서는 뺄 수 없는 중요한 비평가로 평가되었다. 오직 글을 읽고 쓰기에만 모든 시간을 보냈던 그의 문학적 열정은 지금 이 시대에는 찾아보기 힘든 빼어난 문학 연구가요 문학 비평가였다.

그러므로 고석규 비평가의 문학 정신을 되새기며 기리는 일은 한국문학의 미래를 위해서는 놓쳐서는 안 되는 하나의 중요한 과제이다. 현재의 한국문학은 문학활동을 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여건도 좋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문학적 진정성과 문학인의 장인정신은 갈수록 퇴색되고 있기 때문이다. 

남송우 교수는 고석규 비평가의 정신을 현재화하고, 특히 지역 문화진흥 시대를 맞아 지역문화 활성화와 인문학 진흥을 위한 거점으로서의 고석규비평문학관의 역할을 강조했다.

고석규비평문학관 개관을 주도한 남송우 교수

문학관 측은 이를 위해 '비평학교'를 열어 지역의 문화 네트워크 구축을 꾀하는 한편, 비평문학상도 운영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비평학교를 통해 미래세대의 비평정신을 길러나갈 계획이다. 부산 온천장에 마련한 비평학교에서는 쓰기와 발표, 토론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남송우 교수는 "부울경이 하나로 합쳐지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에 이 공간을 중심으로 동남문화권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개관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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