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한미동맹을 폐기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태바
한국이 한미동맹을 폐기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 최성락 동양미래대학·경영학
  • 승인 2021.05.23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저자에게 듣는다_ 『한국이 중국을 선택한다면: 최선도 최악도 될 수 있는 국제관계 시나리오』 (최성락 지음, 페이퍼로드, 272쪽, 2021.04)

1894년 청일전쟁이 발발했다. 조선이 일본 식민지가 되는 길이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청일전쟁이 발발한 이유는 조선이 청나라에 군사 파병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당시 동학혁명이 발생했고, 조선 정부는 동학군을 진압할 힘이 없었다. 조선은 청나라에 군사를 요청했다. 그런데 이때 일본군도 조선에 군대를 보냈고, 두 나라 군대가 서로 충돌하면서 청일전쟁이 발발한다.
 
 이때 조선은 청나라에 군사 파병을 요청하면서 이 일로 인해 일본군도 파병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청나라는 조선에서 군사파병 요청이 왔을 때 제일 처음 검토했던 것이 일본군도 군사를 보낼 것인가 여부였다. 결국 일본군은 군대를 파병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군대를 조선에 보냈다. 하지만 일본은 청나라 군대가 조선에 파병된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일본군 파병을 결정한다. 조선은 일본도 군대를 파병한다는 것을 듣고 놀라 바로 동학군과 휴전하고 군대를 보내지 않아도 된다고 통고한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청나라와 일본군은 조선 땅에서 접촉하면서 청일전쟁이 발발했고, 일본은 청나라를 조선에서 몰아낸다.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는 첫 번째 단계였다.

당시 조선은 청나라에 군대 파병을 요청하는 것이 국제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를 몰랐다. 동학란이 발생했는데 이를 진압할 군대가 부족했고, 그래서 청나라에 군사를 요청했을 뿐이다. 이 일이 일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국제적으로 어떤 파급효과가 발생할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조선만 모른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다 몰랐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변명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은 청나라 파병 요청이 어떤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는지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서 청나라는 조선의 군사 파병 요청에 일본의 군대파병 가능성을 제일 먼저 검토했고, 일본은 바로 군대 파병을 결정했다. 

지금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국제 관계의 이슈 중 하나는 미국이냐 중국이냐이다. 그동안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이었다. 동맹국이니만큼 국제무대에서 항상 미국편을 들어왔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이 크게 성장했다. 지금 한국의 무역에서 가장 중요한 상대국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중국이 없으면 현대 한국 경제는 유지될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사이좋게 지내면 별 문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미국과 중국은 서로 대립하고 있다. 앞으로 미중 대립은 점점 더 심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계속 미국 편을 들면 중국과 사이가 틀어진다. 중국 편을 들면 미국과 틀어진다. 

미국, 중국 누구 편을 들지 않고 중립적 지위를 유지하면서 한국의 이익을 취하면 되지 않을까? 그런데 지금 한국은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다. 국제 관계에서 동맹은 단순히 사이좋게 지내자는 것이 아니다. 네가 적으로부터 공격을 받으면 군사를 동원해서 같이 싸워주겠다는 협약이다. 이런 조약은 아무하고나 맺는 것이 아니다. 정말 긴밀한 관계에서만 맺을 수 있는 조약이다. 미국과 이런 동맹 조약을 맺어놓고 ‘우리는 미국 편이 아닙니다. 우리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겠습니다’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우리는 그렇게 주장하겠지만, 그 주장이 국제적으로 받아들여질 리가 없다. 정말로 미국과 동맹은 맺어놓고 미-중 사이에서 중립적으로만 행동한다면 국제적으로 비도덕적이라고 비난받아도 할 말이 없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한미동맹을 이제 끝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전에 한국은 미국과의 관계가 중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과의 관계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중국은 이제 곧 미국의 경제력을 뛰어넘고 세계 제일의 강대국이 되려 한다. 최소한 한국은 그동안 미국 일변도의 국제관계에서 벗어나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그러려면 일단 한미동맹부터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과거에 한국이 못살고 국제적인 파워도 없었을 때는 한미동맹이 중요했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은 다르다. 명실공히 세계의 주요 국가가 되었고, 경제력, K-pop으로 대표되는 문화 측면에서도 국제적 위상을 지니고 있다. 군사력도 세계 몇 위에 들어간다. 과거에는 한미동맹이 있어야만 한국이 보존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한국은 충분히 선진국이 되었다. 한미동맹은 과거의 잔재일 뿐이고, 이제는 한미동맹이 없어도 된다는 주장이다. 한미동맹을 폐기한다고 해도 한국이 미국을 적대시하고 싸우겠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한국의 자주성을 높이고 더 이상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서겠다는 선언이다. 이제 한국은 충분히 성장하고 발전했으니, 더 이상 한미동맹은 필요하지 않은 것 아닐까.

이런 한국 측 견해는 일리가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국제적으로는 한국이 한미동맹을 폐기하는 것이 어떤 효과가 있을까? 1894년, 조선은 어떻게 하면 동학군을 진압할 수 있을지만 생각했다. 조선의 힘만으로 동학군을 무찌를 수 없으니, 청나라 군대를 요청하자는 논리는 조선 측면에서만 보면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다. 문제는 국제적으로, 다른 나라들은 이에 어떻게 반응할까이다. 

한국이 지금 한미동맹을 폐기하는 것은 이제부터 한국이 중국 편이고 미국을 적대시하겠다는 의도는 아니다. 그리고 미, 중 이외의 다른 나라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어떤 영향도 없다. 단지 미국과의 동맹만 끊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과 동맹을 끊는 것은 단지 미국과의 동맹만 끊는 것이 아니다. 미국과 동맹국은 전 세계 수십 개 국가들과의 관계도 같이 끊어진다. 한국은 그동안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다른 동맹국-영국, 프랑스, 독일, 호주, 일본 등 주요한 다른 국가들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왔다. 이런 국가들이 먼 동아시아 한국이 마음대로 무역하게 하고 왕래하게 한 것은 이들이 착해서가 아니다. 같은 미국의 동맹국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항상 한국을 공격해온 일본이 지금 한국을 공격하지 않는 것도 일본이 과거를 참회하고 착해져서가 아니다. 같은 미국의 동맹국이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은 단순히 한국과 미국과의 관계가 아니다. 한국과 전 세계에 퍼져있는 미국 동맹국들과의 관계이다.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폐기할 때, 이 동맹국과의 관계도 같이 끊어진다. 우리는 한미동맹이 끊어질 때,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을 정리하고 중국 편에 설 때 국제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예상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단지 미국에의 의존성을 줄이자는 생각만으로 한미동맹을 폐기한다면, 19세기 말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어가는 오류를 다시 한번 저지르게 된다. 


최성락 동양미래대학·경영학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 학위, Assist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양미래 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규제 학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박사 논문 주제가 「온라인게임 아이템거래 규제에 관한 연구」(2006) 등으로 일찍부터 정부 규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를 계속해왔다. 주요 저서로는 『49가지 결정』, 『규제의 역설』, 『대한민국 규제 백과』, 『한국은 자본주의 사회인가』, 『경영학은 쉽다』, 『말하지 않는 한국사』, 『말하지 않는 세계사』 등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