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경계를 넘는 디아스포라인의 서사와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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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경계를 넘는 디아스포라인의 서사와 음악
  • 신사빈 작곡가·음악감독·예술학박사
  • 승인 2021.05.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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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말하다_ 『호모 사피엔스의 디아스포라 서사와 음악: 우리 시대 음악의 상호텍스트성·상호매체성/3』 (신사빈 지음, 책과나무, 316쪽, 2021.04)

 

이 책은 디아스포라 서사와 미학이 소설, 영화, 음악 등 상이한 예술 장르들을 횡단하며 어떻게 상호텍스트적으로 변주되고, 재맥락화되고, 재의미화되는지를 살펴보았다. 저자는 한양대학교 음악대학에서 작곡을, 경희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실용음악과 예술학을 공부하면서 음악의 담론적 맥락에 관심을 가지고 고민을 거듭했다. 모든 의미는 하나의 텍스트Text와 콘텍스트Context의 상호작용으로 생성되고, 거기에서 음악이 선체험先體驗과 추체험追體驗으로 자리함으로써 인간을 가능한 한 더 고양하는 역할을 한다고 인식했다. 

최근 9년 동안 3년 주기로 책을 내면서 ‘우리 시대 음악의 상호텍스트성과 상호매체성’에 천착해 왔다. 그 1권인 『하루키 소설 속 음악의 숨은 이야기』(2015, 책과나무)는 부록을 제외하면 5편의 논문을 수정 보완한 것이다. 먼저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속 음악의 기능적 특성을 미학적으로 분석했고, 다음으로 창작 공연(연극, 뮤지컬, 창극, 현대무용)에서 음악의 융화적이고 상호관련적이고 공생적인 기능에 대한 연구를 덧붙였다. 또 2권인 『인간,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존재』(2018, 책과나무)는 1권 후 3년 동안의 논문 중 8편을 골라서 수정 보완하였다. 먼저 밀란 쿤데라 소설의 음악 세계에 대한 추론을 앞세웠고, 다음으로 창작 공연(여성국극, 낭만 악극, 창극, 뮤지컬, 여행 연극)에서 음악의 공연 행위 참여를 통한 창조 역할 연구를 더하였으며, 끝으로 루키노 비스콘티의 영화 <베니스에서의 죽음>에서 음악의 상호텍스트를 통한 문화 혼종성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겼다. 이 2권에서 비스콘티의 영화 연구는 예술의 형이상학적 미학에 대한 여러 함의(미적 대상과 형식, 내용, 범주, 체험 등)를 모색하는 계기가 되었다. 

매년 서너 편씩 쓴 논문을 3년마다 되새김질하는 ‘책 내기’의 행위와 노력은 연구 방향에 대한 성찰은 물론 연구 가치에 대한 확인 차원에서 필요한 일이다. 마치 3년 동안 쓴 일기를 다시 읽어보는 느낌이다. 3권인 『호모 사피엔스의 디아스포라 서사와 음악』(2021, 책과나무)에는 8편의 논문을 담았다.

우선, 첫 세 편의 논문은 토니 모리슨의 삼부작 소설을 다루었다. 「소설과 영화 속 ‘빌러비드(Beloved)’의 디아스포라 서사와 음악」은 『빌러비드』의 영화 각색을 중심으로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디아스포라 서사와 흑인 음악(노동요, 필드 홀러, 영가 등)의 상호텍스트 관계를 추론했다. 「소설 『재즈』의 음악 세계 추론」은 『재즈』에 묘사된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재즈 음악의 유기적 관계(재즈 형식과 소설 언어의 상호텍스트)를 중심으로 디아스포라 개념의 분화를, 그리고 「소설 『파라다이스』의 디아스포라와 불가시성」은 디아스포라와 혼종성의 견지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디아스포라)의 불가시성 문제를 탐구했다. 이 세 편의 논문은 필드 홀러와 영가, 재즈, 블루스 등 여러 음악의 활용을 전적으로 디아스포라적 삶이라는 맥락에서 이해하고 강조하였다. 이러한 관점은 아프리카 음악에서 유래한 오늘날 미국 대중음악을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불가시성 극복 방안으로 독해하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다음으로, 「영화 <앵무새 죽이기>의 상호텍스트성과 속편 가능성」과 「소설과 영화 속 ‘메피스토’의 사상성 미학」도 기본적으로는 (클라우스 만의) 소설과 (사보 이슈트반의) 영화의 상호텍스트성에 기초해서 논의를 전개하였다. 그러나 그 논의의 초점은 모리슨의 작품을 다룬 세 편의 논문과는 구별된다. 「영화 <앵무새 죽이기>의 상호텍스트성과 속편 가능성」의 경우 소설의 영화화 과정에서 디아스포라 서사와 음악이 억압되는 과정을 추적하고 그 대안으로서 ‘속편 가능성’을 모색한다면, 「소설과 영화 속 ‘메피스토’의 사상성 미학」은 동일한 소설의 영화화 과정에서 ‘상호텍스트성 아이러니’를 발굴하고 ‘메피스토의 사상성 미학’을 개념화한다. 소설의 영화 각색 과정이 단순한 옮김의 과정이 아니라 일종의 재매개화이자 재의미화 과정임을 구체적이면서도 비판적으로 논의하였다.

한편, 「영화 <센소>의 멜로드라마 속성과 문화 혼종성」은 상호텍스트성과 디아스포라의 문화적 차원으로 논의되곤 하는 상호문화주의 또는 문화 혼종성 문제를 다루었다. 앞의 논문들이 상이한 매체의 상관성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 글은 비스콘티의 영화 <센소>를 연극과 오페라, 영화 등의 혼종으로 이해하였다. 과거 미하일 바흐친은 근대 장편소설을 혼종 장르로 이해하고 그 언어의 혼종적 측면을 강조하면서, 이른바 상호텍스트성을 두 작품 혹은 두 장르 사이뿐만 아닌 작품 또는 장르 내재적인 것으로서 이해한 바 있다. 그의 또 다른 개념, 즉 다성성 또는 대화성이란 그와 같은 작품의 내적 텍스트성을 내포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 글은 바로 그 점에 주목함으로써 우리에게 상호텍스트성에 대한 재사유의 필요성을 환기하였다. 

그 외 두 편의 논문은 음악 미학에 대한 논의에 해당한다. 우선 「ᄒᆞᆫ돌 ᄐᆞ래의 디아스포라 서사와 미학」은 ᄒᆞᆫ돌(이흥건)의 ᄐᆞ래를 통시적 관점에서 다룬 최초의 논문이다. 이 글은 민족주의적 성향이 다분해 보이는 ᄒᆞᆫ돌의 작품 세계를 ‘디아스포라의 구원 서사’라는 관점에서 접근하였다. 그리고 「케이팝의 수출 지향적 음악 정체성」은 존 리(John Lie)의 저서 『케이팝(K-Pop)』을 중심으로 ‘케이팝’이라는 대중문화(산업)에 대한 비판적 접근을 시도하였다. 오늘날 ‘케이팝’이 국제적 관심을 끌면서 소위 세계 주류 음악 시장에 편입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이러한 비판적 성찰은 ‘케이팝’의 미래를 위해서도 필요할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음악은 문화 예술 경험의 구조 체계 내에서 사람과 인종, 지역, 계급, 종교, 이데올로기, 성별 간의 거리와 차이를 없애는 호모 사피엔스의 공감대 형성에 기여한다. 음악은 서사적 의미는 물론 정서적이고 미학적 의미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세 번째 책을 내면서 최근 글들을 살펴보니, 점점 음악과 소설, 영화의 상호텍스트성에 관한 예술 비평의 경향을 띠고 있다. 이후 연구 방향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 상태에 머물지 않고 여러 한계를 뛰어넘으며 독창적이고 가치 있는 음악 미학의 세계를 향해 나아가고 싶다.        

* 『호모 사피엔스의 디아스포라 서사와 음악』에 실린 8편의 논문에 대한 해제(解題) 글은 이진형(건국대 모빌리티인문학 연구원) 교수의 추천 글을 일부 수정한 것임.


신사빈 작곡가·음악감독·예술학박사

한양대 음대 작곡과를 졸업했으며, 경희대 대학원에서 음악학 석사, 예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작곡가, 음악감독, 톨토이즈 앙상블 예술감독, 대중서사학회 편집위원, 아시아문화콘텐츠연구소 특임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며, 중부대·삼육대·한양여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인간,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존재』(책과나무, 2018), 『하루키 소설 속 음악의 숨은 이야기』(책과나무, 2015)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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