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와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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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와 건강
  • 김환규 서평위원/전북대·생리학
  • 승인 2021.05.16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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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르타스]

프랑스의 생리학자인 베르나르(Claude Bernard)에 따르면, 생명의 유지는 변화하는 환경에 대해 내적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에 의존한다고 하였다. 1929년에 캐넌(Walter B. Cannon)은 이것을 항상성이라 하였고, 1956년에 셀위(Hans Selye)는 항상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어떤 것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스트레스라는 용어로 설명하였다. 개체에 대한 실제적 또는 잠재적 위협을 <스트레스 요인>이라 하며, <스트레스 요인>에 대한 반응을 <스트레스 반응>이라 한다. <스트레스 반응>이 적응 과정으로서 진화해왔지만, 쉘위는 심각하고, 오래 지속되는 스트레스 반응은 조직 손상과 질병을 가져온다는 것을 관찰하였다. 인식된 위협의 평가에 근거해서 인간과 일부 동물들은 대처 반응을 일으킨다. 인간의 중추신경계는 독립적인 반응보다 통합된 대처 반응을 생성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즉각적인 격투-도주 반응이 가능할 때, 포유동물은 근육의 능력을 최대화하는 자율신경계와 호르몬 활성을 증가시킨다. 

스트레스란 어떠한 요구에 대한 뇌의 반응이다. 스트레스는 빈발하며, 단기간 또는 장기간에 걸칠 수도 있다.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들은 일, 학교, 가족, 돈, 사교, 시간 부족 등 다양하다. 출근길에 드는 여러 생각 같은 가벼운 스트레스 인자도 있을 것이고, 이혼이나 극단적인 폭력 사건에 대한 노출 같은 큰 스트레스 인자도 있다. 미국의 젊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청소년기의 25%가 고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다른 50%는 적당한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응답하였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스트레스를 제일 많이 받는 곳이 직장이다. <미국 스트레스 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매년 120,000명이 일과 관련된 직접적인 스트레스 결과로 사망한다. 일과 관련된 스트레스 결과로 발생하는 의료비용은 연간 1,900억 달러에 달한다. 만성 스트레스는 심장질환, 암, 폐질환, 사고, 간질환과 자살 같은 주된 사망 원인 다음으로 죽음과 연관되어 있다. 스트레스가 항상 나쁜 것이 아니다. 새로운 직업을 시작하거나 결혼 같은 큰 이벤트를 계획할 때 스트레스는 집중하게 하고 그 일을 잘 하도록 동기부여가 되며, 실행력을 향상시키기도 한다. 스트레스 반응은 정상적인 것이며 일부 상황에서는 생명을 구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주변 환경에서 위협을 인식할 때 뇌는 격투-도주 반응을 준비시키는 아드레날린 또는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한다. 이들 호르몬은 심장 박동수를 증가시키고 면역계와 소화계 같은 비필수적인 기관계를 차단하여 가용 에너지를 근육으로 돌려 대사를 변화시키고 즉각적인 위협에 집중하도록 한다. 이것이 우리가 스트레스 상황에 처했을 때 허기를 느끼지 못하는 이유이다. 일단 위협이 제거되면, 코르티솔은 뇌의 스트레스 회로에 호르몬의 생산을 차단하는 신호를 보내 스트레스 반응을 차단하는 데도 관여한다. 그러나 스트레스 수준이 꾸준히 증가하면 결국 우울증을 유발하고 정신 건강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스트레스에는 두 가지 주요 유형이 존재한다. 유스트레스(eustress)는 긍정적인 스트레스이고 디스트레스(distress)는 부정적인 스트레스이다. 유스트레스는 가장 일반적인 스트레스 형태로 무엇인가로 인해 편안함을 느낄 수도 있고 또는 누군가와 논의 후에 갖는 느낌일 수도 있다. 정상적으로 이 유형의 스트레스는 오래 지속되지 않고 장기간의 부정적인 건강 문제는 없다. 디스트레스는 급성 또는 만성일 수 있다. 급성 스트레스는 친구 또는 가족을 잃거나 관계의 파탄 같은 사건에 의해 생긴다. 적절하게 조절되지 않으면 이들 사건에서 생겨난 스트레스는 부정적인 뇌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만성 스트레스 또는 독성 스트레스는 육체 또는 정신적 학대, 따돌림, 무시와 중독 같은 스트레스 인자에 의해 생기며 오래 지속된다. 스트레스는 우리에게 일어난 일에 대한 생물학적 반응이다. 어떤 상황을 스트레스라고 인식할 때 뇌의 시상하부는 스트레스 반응을 시작한다. 시상하부는 뇌하수체로, 뇌하수체는 부신으로 메시지를 보낸다. 그런 다음 이들 분비샘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분비한다. 코르티솔의 작용으로 간은 저장된 분자를 분해하여 보다 많은 포도당을 혈액으로 방출한다. 

스트레스를 낮추는 핵심 방법은 신체의 회복력을 구축하는 것이다. 최선의 방법은 매번 경보 시스템을 격발시키지 않고 스트레스 상황에 스스로 반응하도록 훈련하는 것이다. 이것을 회복력이라 하는데, 회복력을 구축하는 효과적인 방법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회복 과정을 도와주는 것은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휴식은 부교감신경계의 <휴식-소화>계를 자극하여 신체를 회복시키고 소화 활동을 증강시킨다. 편안한 휴식이 부족하다면, 90~120분 정도의 짧은 휴식을 취함으로써 부교감신경 활성을 보조할 수 있다. 또한 수면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법도 좋은데, 7~8시간의 수면을 취하는 것이 적당하다. 두 번째는 영양으로, 잘 섭식한 신체가 회복력 좋은 신체로,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호르몬 홍수로부터 회복시켜 준다. 당과 곡물 섭취를 최소한으로 제한하고 건강에 좋은 지방과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혈당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일부 학자들은 콩과 야채, 그리고 생선이 풍부한 지중해식 식단을 권하기도 한다. 세 번째로는 명상을 권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명상은 부교감신경계를 자극한다. 명상은 신체의 <스트레스-반응계>에 이제 경계 태세를 해제해도 좋다는 신호를 보낸다. 명상은 또한 뇌의 비상벨인 편도체에서의 광적인 신경 활동을 감소시켜준다. 네 번째로 스트레스에서 헤어 나오기 위해서는 운동이 필요하다. 스트레스 반응은 운동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격렬한 운동은 아드레날린 수준을 낮추는 반면, 보다 유연한 운동은 코르티솔의 수준을 낮추어 준다. 운동은 또한 엔도르핀과 세로토닌 같은 긍정적인 감정의 상승제이자 혈류에서 코르티솔 분해를 돕는다. 


김환규 서평위원/전북대·생리학

전북대 생명과학과 교수. 전북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 교환교수, 전북대 자연과학대 학장과 교양교육원장, 자연사박물관 관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생물학 오디세이』, 『생명과학의 연금술』, 『산업미생물학』(공저), 『Starr 생명과학: 생명의 통일성과 다양성』(역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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