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의 변이형(1)…coffee, Muham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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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의 변이형(1)…coffee, Muhammad
  • 연호탁 가톨릭관동대·영어학
  • 승인 2021.05.16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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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연재: 연호탁의 ‘말로 푸는 역사 기행’ (51)_ 이름의 변이형(1)

 

커피의 원산지는 에티오피아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셈계 언어인 암하릭 토착어로 커피를 분나(buna) 또는 분(bunn)이라 부른다. 그곳 사람들은 아침에 눈을 떠 하루 일과를 분나 마플랏이라는 가족 간의 소박한 커피 의식으로 시작한다. 커피 원두를 불에 볶은 뒤 갈아서 끓는 물을 부어 우려내 함께 나눠 마시는 다정한 공동체 지향의 오랜 전통이 가족을 지탱하는 힘의 원천이다. 

에티오피아에서 coffee의 어원은 Kaffa다. 그래서 에티오피아인들은 더러 커피를 카파산 커피라는 뜻으로 Kaffa bunn이라 부른다. 카파라는 말은 카파 왕국의 이름을 따온 것인데, ‘열매로 만든 음료’라는 뜻의 아랍어 카화(qahwah)에서 비롯된 것으로 간주된다. 영어 coffee도 qahwah에서 파생된 것이다.

에티오피아 제국 남서부에 자리 잡은 카파 주  /  에티오피아의 전통 분나 마플랏

커피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커피는 오랫동안 아랍의 전유물이었다. 유럽에 들어간 커피의 향과 맛에 반해 유럽 사회가 온통 휘청거릴 때 바하는 커피 칸타타를 작곡해 커피에 취한 유럽인들을 조롱했다. 고종황제와 명성황후가 커피를 마신 우리나라의 최초의 인물이었다.
 
커피 원두의 대표적 품종은 아라비카와 로부스타다. 전자는 깔끔하면서 신맛이 난다. 후자는 텁텁하고 구수한 맛이 특징이다. 토양과 기후 조건에 따라 같은 나무의 열매도 잘 생긴 놈이 되기도 그렇지 않기도 한다. 향과 맛이 달라지는 것은 로스팅 방식과 시간 차이 때문이기도 하다. 

커피를 나르는 아랍 여인(이집트 카이로) 존 프레데릭 루이스의 1857년 작품 / 커피를 환자 치료에 이용한 페르시아 의사 라제스

아랍어 카화(qahwa)가 오스만 투르크를 만나 카베 혹은 카웨(kahve)가 되고 네덜란드 상인을 만나 코피(koffie)로 변신했다가 섬나라 영국인들의 입술에 붙어 커피(coffee)로 정착했다. 라틴어의 자손인 로만스어를 만나서는 카페(caffe)가 되었다. 커피를 가리키는 아랍어 카화는 본래는 ‘배고픔을 모른다’라는 아랍어 카히야(qahiya)에서 파생된 식욕억제제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말은 시공간적으로 전파되면서 변종이 생긴다. 변이형은 나름의 유사성을 지닌다. 전혀 별개의 것처럼 보이지 않고 외견상 그럴 듯 해 보여야 원형의 먼 친척 대접을 받고 구성원으로 인정이 된다. 이름과 그 변이형도 일종의 범주화일 수 있다.

파키스탄의 古都 라호르에서 여행업을 하고 있는 무슬림 친구의 이름은 Ahmed다. 나는 그를 아흐메드라고 부르는데 현지 사람들은 아메드라고 부르는 것만 같다. 어떤 이는 어말자음(語末子音)을 생략하고 아메라고만 하는 것도 같다. 이렇게 하나의 이름이 그 사용 과정에서 미묘한 차이를 보이며 달리 말해지고 다르게 들리는 변이형을 양산하는 것이 현실이다. 

 카이로의 모스크에서 기도하는 무슬림. 프랑스 화가이자 조각가인 장 레옹 제롬의 작품(1865년) 

이 세상에서 변이형이 제일 많은 이름은 이슬람의 교조 무함마드(Muḥammad)다. 이슬람교를 처음 나는 초등학교에서 마호멧교라고 배웠다. 무함마드라는 이름은 ‘칭송’이라는 의미를 지닌 아랍어 ḥammada의 수동형 분사에서 비롯된 아랍 인명의 영어 音譯이다. 그래서 무함마드는 ‘칭송받는, 칭송받아 마땅한’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이다. 그렇지만 실제 구어에서는 발음이 다르게 구현된다. 그래서 Muhammad를 이집트 아랍어에서는 매햄매드[mæˈħæmːæd], 이슬람을 논하는 종교적 맥락에서는 모햄매드[moˈħæmːæd]라고들 발음한다.

이처럼 하나의 이름 Muhammad에서 시작된 변이형이 Mohammed, Mohammad, Muhammed, Mohamed, Mohamad, Muhamad, Muhamed, Mohamud, Mohummad, Mohummed, Mouhamed, Mohammod, Mouhamad 등 모음에 있어 미세한 차이를 보이는 것만도 줄잡아 수 백 개에 이른다. Mahmud, Ahmed, Hamed, Tahmid, Hamid처럼 마치 다른 이름으로 오인 받을 만한 변이형도 상당수다.

라시둔 서체로 쓴 알리의 이름<br>
라시둔 서체로 쓴 알리의 이름

이슬람을 믿는 무슬림들이 선호하는 이름 중 하나가 알리(Ali)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라는 말을 남긴 헤비급 권투선수는 무하마드 알리다. 왜 무슬림들이 이 이름을 좋아할까? 그는 예언자 무함마드와 사촌지간이자 무함마드의 딸 파티마의 남편 즉 사위가 된 인물이다. 이런 식의 혼인풍습을 파키스탄에서는 ‘사따봐따’라고 한다. 

알리(601~661년)라는 이름은 ‘사랑받는 존재’라는 말뜻을 갖고 있다. 이슬람 순니파의 관점에서는 알리와 그의 아들 하산은 각각 라시둔 칼리파테의 4대(656~661년)와 5대(661~661년) 칼리프이며, 시아파의 입장에서는 알리가 최초의 이맘이다. 칼리파테는 킬라파라고도 하는데 예언자 무함마드의 정치 종교적 계승자인 칼리프가 다스리는 이슬람 국가를 말하며, 이맘은 최고의 종교지도자를 가리키는 칭호다. 


연호탁 가톨릭관동대·영어학

한국외대에서 영어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명지대에서 중앙아시아사 전공으로 두 번째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가톨릭관동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로 그동안 『중앙일보』에 ‘차의 고향’, 『동아일보』, 『중앙일보』, 『문화일보』 등에 칼럼 ‘문명의 뒤안, 오지 사람들’, 『교수신문』에 ‘욕망의 음식: 음식문화사’를 연재했다. 저서로는 『문명의 뒤안 오지의 사람들』, 『차의 고향을 찾아서』, 『궁즉통 영어회화』, 『중앙아시아 인문학 기행: 몽골 초원에서 흑해까지』, 『문화를 여행하다: Travel, Culture&People』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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