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종교성 또는 종교적 경험에 대한 종교심리학 논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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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종교성 또는 종교적 경험에 대한 종교심리학 논의들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1.05.10 0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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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 종교심리학 운동 연구: 종교적 경험을 중심으로 | 김재영 지음 | 아카넷 | 432쪽

이 책은 인간의 종교성 또는 종교적 경험에 대한 종교심리학의 논의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근본이론들’을 분석하고 비판적으로 정리하는 데 그 일차적인 목적을 두고 있다. 그런 다음 한국의 종교가 현대 문화와의 관련성 안에서 직면하고 있는 내면적 문제를 종교심리학적 관점에서 지적해 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이 책에서는 종교심리학의 ‘근본이론’을 확립시켜 놓은 윌리엄 제임스, 그의 제자인 그랜빌 스탠리 홀 그리고 카를 융(Carl Jung)을 비롯한 다양한 종교심리학자들의 연구들을 비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기본적으로 종교적인 마음이나 감정 또는 행동을 연구하는 종교심리학은 처음 시작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중심 주제 중의 하나로 개인 자신 안에서 일어나는 갈등뿐만 아니라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집단과 집단 그리고 인간과 문화 속에서 일어나는 종교적인 다양한 갈등들을 중심으로 해서 인간의 심층적인 내면을 이해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현대인들이 경험하고 있는 내면적 삶의 황폐함과 무의미를 종교성이나 영성과 연관시켜서 최근에 세계종교학회나 종교심리학회가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은 종교심리학의 중심적인 논의인 ‘회심’이나 ‘변환’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그러한 측면을 더욱 심층적으로 살피기 위해서 세계종교심리학회에서는 1990년 이후 종교와 심성, 정신분석학과 종교, 대상관계 이론과 종교, 자아심리학과 종교, 종교적 경험, 동서양의 신비주의 비교 등을 통해서 인간의 ‘변환’에 대한 다양한 종교심리학적인 이론적 논의를 구체화시키고 있다.

세계적인 종교심리학의 연구 현실과는 다르게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이러한 논의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산발적으로 각 종교 전통의 입장에서 논문이 발표는 되고 있지만 비판적인 논의가 결여되어 있다. 또한 일반 심리학과나 종교교육학과 또는 종교학과 등에서 종교심리학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를 기대해 볼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 전문 연구자들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종교나 심리에 대한 그릇된 편견 때문에 종교심리학에 대한 논의는 생략되어 있다. 

사실 종교심리학은 초기에 심리학, 종교교육학 그리고 종교학의 중심적인 이론의 발전에 많은 통찰을 주었다. 초기의 심리학, 종교교육학 그리고 종교학의 이론적인 논의를 전개한 연구자들 중에는 종교심리학자라고 동시에 분류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전체적으로 종교심리학에 대한 논의를 보여 줄 수 있는 학문적인 종교심리학의 저서가 출간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종교심리학에 대한 무지를 보여 주는 하나의 반증이다. 이런 점에서 종교심리학의 논의는 한국의 학계에서 가장 발전되어 있지 못한 분야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종교적 경험을 현대 학문의 중요한 주제로 인식하여 종교심리학으로 확립한 곳은 미국이었다. 그러므로 현대 종교심리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미국에서 뉴잉글랜드 지역을 중심으로 일어난 하나의 ‘운동’으로서의 종교심리학의 태동기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종교심리학을 확립시킨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와 그랜빌 스탠리 홀(Granville Stanley Hall)에 대한 연구는 상세하고 깊게 논의되어야 한다. 제임스와 홀은 종교심리학을 현대 학문으로 태동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계속 종교심리학이 발전해 나가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하였다.

이 책은 세계 종교학계의 종교심리학에 관한 중점적인 논의의 뿌리가 바로 제임스와 홀의 종교적 경험 연구와 직접적으로 상호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더 나아가 종교학과 심리학 또는 종교교육학의 전체 틀 안에서 종교심리학에 대한 이해가 이론적으로 아직까지 초보 단계에 있는 한국의 학계에 종교심리 이론의 토대를 학문적으로 정초해 놓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한 이 책을 통해 종교적 경험이 일반적 삶의 경험과 대칭적으로 인식되지 않고 상호 연관되어 있음을 충분히 보여 줌으로써, 종교적 경험과 일반적 경험을 분리하여 해석하는 이원론적 연구 풍토와는 차별성을 제공해 준다. 이에 따라 종교적 담론이 일반적인 삶과 무관하지 않음을 종교적 경험과 관련해서 보여 줄 수 있다. 더 나아가 최근에 많이 논의되고 있는 종교와 과학, 종교와 정치, 종교와 교육, 종교와 환경 그리고 종교와 시민과 같은 공적인 삶의 영역에 대한 이론적 기반을 제공해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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