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제의 책_ 『서양 고지도 속의 한반도, 동해 그리고 독도』 (동북아역사재단 편, 398쪽. 2021.03)
서양에서 제작한 고지도에 한반도와 동해, 그리고 독도는 언제부터, 어떻게 그려졌을까?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이영호)은 서양 고지도상에 나타난 동해표기 및 독도를 분석하여 동해 표기의 정당성을 강화하고 독도 영유권을 확립하기 위해 『서양 고지도 속의 한반도, 동해 그리고 독도』를 발간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2006년 설립된 이래 동해 및 독도 표기와 관련한 체계적인 오류 시정 활동을 진행해 왔으며, 이와 관련하여 한국 및 동서양 고지도에 표기된 동해와 독도에 관한 연구 및 고지도 수집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2009~2014년까지 동서양 고지도 200여 점을 수집했고, 2020년부터는 해외 주요 도서관에 소장된 동서양 고지도 목록 조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지도집 편찬은 이와 같은 재단의 고지도 수집 및 목록 조사 결과 중 서양 고지도 수집 및 연구의 성과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이 연구는 재단의 김종근 연구위원의 편찬 책임 하에 부산대학교 지리교육과 정인철 교수와 제주대학교 지리교육과 오상학 교수가 수행했다.
이 지도집은 총 398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에 도판 150개와 논고 3편을 수록하고 있다. 우선 도판을 수록한 제1부 ‘서양 고지도에 나타난 한반도와 동해·독도’편에서는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해 및 독도 표기의 변천 양상을 살필 수 있는 서양 고지도 150점을 수록하고 있다. 특히 이 지도집에는 2020년에 동북아역사재단 김종근 연구위원이 최초로 발굴한 동해(Mare Orientale)와 독도(우산도, Ousan)가 표기된 프랑스 국립도서관 소장 「라틴어본 조선전도」 및 미국 해군 펠란이 제작한 「조선전도」가 수록되는 등 최신 성과가 포함되었다.
「라틴어본 조선전도」는 작자 미상의 지도로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소장 정보에 따르면 프랑스 해군 수로국이 입수한 지도이다. 지도에 기재된 지역은 제주도를 제외한 한반도 전역 및 만주 일디이다. 흥미로운 점은 1845년 김대건 신부가 제작한 「조선전도」의 해안선과 하천, 섬 위치가 일치한다. 이는 김대건 신부가 제작한 지도와 깊은 관련성이 있음을 암시한다.
그러나 차이점도 명확히 파악되는데 구체적으로 산지 표현 및 지명 기재 양상이 다르다. 즉 김대건 신부의 지도에 표시되지 않았던 산지가 표시되었으며, 지명도 170여 개 이상 많은 570여 개가 등장한다. 지명은 대부분 라틴어로 기재되었으나 20개는 한글로 기재되었다. 아울러 김대건 신부의 지도에는 바다 이름이 기재되지 않았지만, 이 지도에는 동해와 서해가 각각 ‘Mare Oriental vel Tinhai’, ‘Mare Occidentale’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울릉도와 독도의 경우 김대건 신부의 지도와 마찬가지로 ‘Oulengto’, ‘Ousan’이라 기재되어 있다.
미국 해군 펠란의 「조선전도」는 미국 해군 장교 펠란(J. R. Phelan, 1846~1870)이 1868년에 모사한 것으로 원작자는 김대건 신부이며,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 소장되어 있다. 소장처의 문건 정보에 따르면 펠란이 제작한 후 미국 해군 수로국으로 이관되었고, 이후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으로 이관되어 보관 중이다.
지도에 기재된 지역은 제주도를 제외한 한반도 전역이다. 흥미로운 점은 앞서 살핀 1860년 작자 미상의 라틴어본 「조선전도」와 해안선과 하천, 섬 위치 및 산지 표현이 일치하고, 지명도 유사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김대건 신부의 「조선전도」에는 기재되지 않은 동해와 서해가 표기되었으며, 기재 양상도 동해는 ‘MARE ORIENTAL VEL PINHAC’로, 서해는 ‘MARE OCCIDENTALE’로 되어 라틴어본 「조선전도」와 유사하다. 또 울릉도와 독도로 기재되었으며, 각각 ‘Oulengto’, ‘Ouian’으로 되어 있다. 앞서 동해 표기에서 ‘PINHAC’이라고 쓴 것과 우산도를 ‘Ouian’이라고 쓴 것은 초급 장교였던 펠란이 필기체로 적혀 있는 원본을 모사하면서 잘못 옮긴 것으로 추정한다.
한편, 라틴어본 「조선전도」와 펠란의 「조선전도」는 2020년에 발굴되었는데, 동해 표기의 정당성 홍보 및 독도 영유권 강화에 큰 도움이 되는 자료들이다.
더불어 이 책자의 후반부에는 고지도 전문가인 정인철 교수, 오상학 교수, 김종근 연구위원이 작성한 논고로 이루어진 제2부 ‘서구에서 제작된 한반도와 동해·독도 관련 지도의 역사’가 추가되었다. 기존의 동해 및 독도 관련 지도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러한 논고들을 통해 독자들은 서양 고지도상에 나타난 동해 표기 및 독도 관련 사항뿐만 아니라 한반도와 주변 수역에 대한 역사지리학적 맥락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이 책자에는 서양 고지도상에서 동해 수역은 중국해, 동해, 동양해, 한국해, 일본 북해, 타타르해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려왔으며, 시대의 변화에 따라 불리는 형태가 바뀌어 왔음을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지도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를 통해 현재 한민족이 사용하고 있는 동해(EAST SEA)가 지도상에 표기되어야 할 정당성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이 책자에는 독도(우산도)가 18세기 이래 다양한 서양 고지도상에 ‘찬찬타오(Tchian-chan-tao)’ 및 ‘우산(Ousan)’이라는 이름으로 기재된 고지도가 다수 수록되었다. 우선 ‘찬찬타오(Tchian-chan-tao)’라는 명칭은 우산도(于山島)의 오기(誤記)인 천산도(千山島)를 중국식으로 발음한 지명이며, 18세기 초에 프랑스의 지도제작자 당빌이 청나라에서 작성한 「황여전람도」를 번역하여 「조선왕국도」를 제작하면서 처음으로 서양에 알려진 지명이고 이후 서양 지도에 널리 기재된 바 있다. 아울러 ‘우산(Ousan)’이라는 명칭은 19세기에 김대건 신부가 제작한 「조선전도」에 기재된 이후 「라틴어본 조선전도」 및 미국 해군 장교 펠란이 제작한 「조선전도」에도 기재되었다. 이러한 사례가 수록된 이 책자의 발간을 통해 독도 영유권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동북아역사재단에서는 서양 고지도에 이어 한국과 일본 고지도상에서의 동해 표기 및 독도에 대해서도 연구를 수행 중에 있으며, 2022년에 그 성과를 지도집의 형태로 출간할 예정이다. 아울러 동해표기의 정당성 확보 및 독도 영유권 강화에 중요한 동서양의 고지도들에 대해서는 꾸준히 수집 및 연구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