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독도 및 동해 표기의 변천 양상을 살필 수 있는 서양 고지도 150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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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독도 및 동해 표기의 변천 양상을 살필 수 있는 서양 고지도 150점 수록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1.05.10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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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제의 책_ 『서양 고지도 속의 한반도, 동해 그리고 독도』 (동북아역사재단 편, 398쪽. 2021.03)

서양에서 제작한 고지도에 한반도와 동해, 그리고 독도는 언제부터, 어떻게 그려졌을까?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이영호)은 서양 고지도상에 나타난 동해표기 및 독도를 분석하여 동해 표기의 정당성을 강화하고 독도 영유권을 확립하기 위해 『서양 고지도 속의 한반도, 동해 그리고 독도』를 발간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2006년 설립된 이래 동해 및 독도 표기와 관련한 체계적인 오류 시정 활동을 진행해 왔으며, 이와 관련하여 한국 및 동서양 고지도에 표기된 동해와 독도에 관한 연구 및 고지도 수집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2009~2014년까지 동서양 고지도 200여 점을 수집했고, 2020년부터는 해외 주요 도서관에 소장된 동서양 고지도 목록 조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지도집 편찬은 이와 같은 재단의 고지도 수집 및 목록 조사 결과 중 서양 고지도 수집 및 연구의 성과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이 연구는 재단의 김종근 연구위원의 편찬 책임 하에 부산대학교 지리교육과 정인철 교수와 제주대학교 지리교육과 오상학 교수가 수행했다.

이 지도집은 총 398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에 도판 150개와 논고 3편을 수록하고 있다. 우선 도판을 수록한 제1부 ‘서양 고지도에 나타난 한반도와 동해·독도’편에서는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해 및 독도 표기의 변천 양상을 살필 수 있는 서양 고지도 150점을 수록하고 있다. 특히 이 지도집에는 2020년에 동북아역사재단 김종근 연구위원이 최초로 발굴한 동해(Mare Orientale)와 독도(우산도, Ousan)가 표기된 프랑스 국립도서관 소장 「라틴어본 조선전도」 및 미국 해군 펠란이 제작한 「조선전도」가 수록되는 등 최신 성과가 포함되었다.

라틴어본 조선전도
라틴어본 조선전도 내 울릉도와 우산도 그리고 동해 표기

「라틴어본 조선전도」는 작자 미상의 지도로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소장 정보에 따르면 프랑스 해군 수로국이 입수한 지도이다. 지도에 기재된 지역은 제주도를 제외한 한반도 전역 및 만주 일디이다. 흥미로운 점은 1845년 김대건 신부가 제작한 「조선전도」의 해안선과 하천, 섬 위치가 일치한다. 이는 김대건 신부가 제작한 지도와 깊은 관련성이 있음을 암시한다. 

그러나 차이점도 명확히 파악되는데 구체적으로 산지 표현 및 지명 기재 양상이 다르다. 즉 김대건 신부의 지도에 표시되지 않았던 산지가 표시되었으며, 지명도 170여 개 이상 많은 570여 개가 등장한다. 지명은 대부분 라틴어로 기재되었으나 20개는 한글로 기재되었다. 아울러 김대건 신부의 지도에는 바다 이름이 기재되지 않았지만, 이 지도에는 동해와 서해가 각각 ‘Mare Oriental vel Tinhai’, ‘Mare Occidentale’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울릉도와 독도의 경우 김대건 신부의 지도와 마찬가지로 ‘Oulengto’, ‘Ousan’이라 기재되어 있다.

미국 해군 펠란 조선전도
펠란 조선전도 내 울릉도와 우산도 그리고 동해 표기

미국 해군 펠란의 「조선전도」는 미국 해군 장교 펠란(J. R. Phelan, 1846~1870)이 1868년에 모사한 것으로 원작자는 김대건 신부이며,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 소장되어 있다. 소장처의 문건 정보에 따르면 펠란이 제작한 후 미국 해군 수로국으로 이관되었고, 이후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으로 이관되어 보관 중이다.

지도에 기재된 지역은 제주도를 제외한 한반도 전역이다. 흥미로운 점은 앞서 살핀 1860년 작자 미상의 라틴어본 「조선전도」와 해안선과 하천, 섬 위치 및 산지 표현이 일치하고, 지명도 유사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김대건 신부의 「조선전도」에는 기재되지 않은 동해와 서해가 표기되었으며, 기재 양상도 동해는 ‘MARE ORIENTAL VEL PINHAC’로, 서해는 ‘MARE OCCIDENTALE’로 되어 라틴어본 「조선전도」와 유사하다. 또 울릉도와 독도로 기재되었으며, 각각 ‘Oulengto’, ‘Ouian’으로 되어 있다. 앞서 동해 표기에서 ‘PINHAC’이라고 쓴 것과 우산도를 ‘Ouian’이라고 쓴 것은 초급 장교였던 펠란이 필기체로 적혀 있는 원본을 모사하면서 잘못 옮긴 것으로 추정한다.

한편, 라틴어본 「조선전도」와 펠란의 「조선전도」는 2020년에 발굴되었는데, 동해 표기의 정당성 홍보 및 독도 영유권 강화에 큰 도움이 되는 자료들이다.

더불어 이 책자의 후반부에는 고지도 전문가인 정인철 교수, 오상학 교수, 김종근 연구위원이 작성한 논고로 이루어진 제2부 ‘서구에서 제작된 한반도와 동해·독도 관련 지도의 역사’가 추가되었다. 기존의 동해 및 독도 관련 지도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러한 논고들을 통해 독자들은 서양 고지도상에 나타난 동해 표기 및 독도 관련 사항뿐만 아니라 한반도와 주변 수역에 대한 역사지리학적 맥락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이 책자에는 서양 고지도상에서 동해 수역은 중국해, 동해, 동양해, 한국해, 일본 북해, 타타르해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려왔으며, 시대의 변화에 따라 불리는 형태가 바뀌어 왔음을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지도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를 통해 현재 한민족이 사용하고 있는 동해(EAST SEA)가 지도상에 표기되어야 할 정당성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이 책자에는 독도(우산도)가 18세기 이래 다양한 서양 고지도상에 ‘찬찬타오(Tchian-chan-tao)’ 및 ‘우산(Ousan)’이라는 이름으로 기재된 고지도가 다수 수록되었다. 우선 ‘찬찬타오(Tchian-chan-tao)’라는 명칭은 우산도(于山島)의 오기(誤記)인 천산도(千山島)를 중국식으로 발음한 지명이며, 18세기 초에 프랑스의 지도제작자 당빌이 청나라에서 작성한 「황여전람도」를 번역하여 「조선왕국도」를 제작하면서 처음으로 서양에 알려진 지명이고 이후 서양 지도에 널리 기재된 바 있다. 아울러 ‘우산(Ousan)’이라는 명칭은 19세기에 김대건 신부가 제작한 「조선전도」에 기재된 이후 「라틴어본 조선전도」 및 미국 해군 장교 펠란이 제작한 「조선전도」에도 기재되었다. 이러한 사례가 수록된 이 책자의 발간을 통해 독도 영유권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동북아역사재단에서는 서양 고지도에 이어 한국과 일본 고지도상에서의 동해 표기 및 독도에 대해서도 연구를 수행 중에 있으며, 2022년에 그 성과를 지도집의 형태로 출간할 예정이다. 아울러 동해표기의 정당성 확보 및 독도 영유권 강화에 중요한 동서양의 고지도들에 대해서는 꾸준히 수집 및 연구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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