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여아 사건으로 주목 받은 ‘친자 검사’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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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여아 사건으로 주목 받은 ‘친자 검사’가 뭐길래?
  • IBS(기초과학연구원)·신수빈
  • 승인 2021.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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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 과학 리포트]_[말랑과학] 어머 이건 알아야해

“아이를 출산한 적이 없다”

4월 22일,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열린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 첫 공판. 이곳에서도 친모로 추정되는 석모(48)씨가 출산 사실을 부인했다.

구미 여아 사망 사건 첫 공판이 열린 대구지법 김천지원 (출처: 연합뉴스 유튜브 갈무리)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2021년 2월, 구미의 한 빌라에서 3살 아이가 죽은 지 6개월만에 발견됐다. 신고자는 아이의 외할머니인 석 씨. 그런데 경찰 수사 과정 중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진행한 친자 검사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분석 결과, 아이의 외할머니인 줄 알았던 석 씨가 아이의 친모였던 것이다. 이에 경찰은 석 씨가 산부인과에서 딸인 김 모(22)씨가 낳은 아이와 자신이 낳은 아이를 바꿔치기 한 것으로 보고 수사했지만, 석 씨는 경찰 조사 내내 친자 검사 결과를 부정했다. 자신은 출산한 적이 없다는 일관된 진술을 했다.

그뒤 사건은 검찰로 송치됐고, 검찰도 한번 더 친자 검사를 진행했다. 석 씨가 국과수의 친자 검사 결과를 부정하자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에 친자 검사를 의뢰한 것인데, 분석 결과는 국과수의 결과와 같았다.

하지만 여전히 석 씨는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다. 최근 열린 첫 공판에서도 친자 검사 결과를 부정하고 자신은 출산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친자 검사, 정확할까?

석 씨가 강하게 친자 검사 결과를 부인하니, 자연스레 ‘친자 검사 결과가 틀릴 수도 있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법의학자들은 친자 검사의 정확도가 99.9999% 정도라고 말한다.

우리가 흔히 ‘친자 검사’라고 하는 DNA 검사는 지문 분석과 비슷하다. 사람마다 패턴이 다른 지문을 읽고 그 패턴의 동일성, 또는 차이를 분석하듯이 친자 검사도 마찬가지다. 이때 지문의 역할을 하는 건 사람의 유전체에 있는 ‘STR(Short Tandem Repeat)’이다.

DNA는 세포의 핵 안에 있다. 염색체 형태로 엉켜 있지만 이를 풀면 DNA 가닥으로 나타난다. (출처: Wikimedia Commons)

STR을 알기 위해선 먼저 우리 유전체의 구조를 살펴봐야 한다. 우리가 가진 유전체는 23쌍의 염색체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염색체는 DNA가 마치 실패처럼 돌돌 말려 있는 모양이다. 이 DNA 실패를 풀면 전체 길이가 2m 정도에 달하는 DNA 가닥이 된다. 여기서 DNA는 다시 아데닌(A), 구아닌(G), 티민(T), 사이토신(C) 네 종류의 염기로 이루어져 있는데, 바로 이 염기의 패턴이 친자 검사에서 지문의 역할을 한다.

한 사람이 갖는 DNA는 30억 쌍의 염기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안에는 2~5개의 염기가 여러 번 반복되는 구간이 있다. 그게 바로 STR이다.

예를 들어, 사람의 염색체 7번 어딘가에는 GATA라는 염기서열이 반복되는 구간이 있는데, 사람마다 6~15번 반복된다. 여기서 사람마다 그 차이가 드러난다. 어떤 사람은 6번 반복돼 GATAGATAGATAGATAGATAGATA라는 부분을 갖고, 어떤 사람은 10번 반복돼 GATAGATAGATAGATAGATAGATAGATAGATAGATAGATA라는 부분을 갖는다. STR 분석은 이 반복 횟수를 찾아내는 방법이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같은 횟수의 STR을 갖게 될 확률은 5~20% 정도다.

여기까지만 보면 STR을 비교하는 게 꽤 부정확해 보인다. 그래서 STR 분석을 할 때는 STR이 있다고 알려진 DNA 부분 여러 곳을 비교한다. STR이 있다고 알려진 곳 중에서 서로 다른 염색체에 있으며, 개인마다 반복 횟수가 매우 다양하다고 알려진 곳들을 주로 비교한다. STR 분석을 막 시작한 90년대에는 3곳을 분석했지만, 6곳, 9곳, 13곳을 분석하던 때를 지나 지금은 20곳 정도를 비교해 STR 반복 횟수가 같은지 분석한다. 미국과 우리나라는 이중에서 20곳, 영국은 17곳, 호주는 18곳을 비교한다. 전혀 상관없는 두 사람의 STR이 DNA 한 곳에서 같을 순 있지만 20곳에서 모두 같을 확률은 매우 떨어지기 때문이다.

친자면 STR이 같나?

사실 STR 분석에서 더욱 확실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건 용의자 DNA 일치 여부다.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혈흔에서 채취한 DNA와 용의자의 DNA를 비교했을 때 모든 STR이 같다면 동일인일 확률이 매우 높은 것이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STR이 다를 경우, 왼쪽 그래프처럼 서로 다른 반복 횟수를 나타내는 피크가 두 개 나타난다. 한편 어머니와 아버지의 STR이 같은 경우, 오른쪽 그래프처럼 피크는 하나지만 더 높게 나타난다. (출처: DOI:10.13140/RG.2.2.19317.22245)

한편 STR은 거의 변하지 않은 채 유전되기 때문에 친부, 친모 검사에서도 분석한다. 하지만 친부, 혹은 친모 검사에 STR을 활용할 경우 염색체 한 쌍 가운데 절반에서만 같은 STR을 발견할 수 있다. 염색체 23쌍 중 한 세트는 어머니에게서, 한 세트는 아버지에게서 물려받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1번 염색체 하나에서는 어머니의 DNA에 있던 STR이 그대로 있을 수 있지만,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또 다른 1번 염색체에는 어머니의 STR이 없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친모 검사일 경우, 염색체 한 쌍(두 개) 중 하나만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것이기 때문에 염색체 둘 중 하나에 일치하는 부분이 있는지 분석한다.

예를 들어, 석 씨의 1번 염색체 중 하나엔 10번 반복되는 STR이 있고, 다른 하나엔 6번 반복되는 STR이 있다고 치자. 이때 석 씨가 사망한 여아의 친모인지 분석한다면, 아이의 1번 염색체 두 개 중 하나에 10번 반복되는 STR이나 6번 반복되는 STR이 있는지 분석한다. 이런 분석을 20개의 서로 다른 염색체에서 반복하는데, 어느 곳에서도 같은 STR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친모일 확률이 없다.

추가 검사1. 미토콘드리아 DNA

STR 분석 방법을 보고도 확률에 의심이 들 수 있다. 그래서 친모 검사를 할 때엔 미토콘드리아 DNA도 비교해 본다. 미토콘드리아는 우리 몸의 모든 세포가 갖고 있는 세포 속 기관이다. 세포가 쓸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곳인데, 이 기관은 무조건 어머니에게서 그대로 물려받는다.

성교육 시간에 봤을 법한 정자와 난자의 수정 장면. 이때 정자는 핵만 난자 안으로 넣고, 세포질은 난자가 제공한다. (출처: Wikimedia Commons)

그 이유는 성교육 시간에 보았던 정자와 난자의 수정 장면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둘이 만날 때 정자가 난자 속으로 핵을 밀어 넣고, 핵 말고 나머지 부분은 모두 난자가 제공한다. 이 ‘나머지 부분’인 세포질에 미토콘드리아가 있다. 그래서 둘이 만나 분열한 세포, 곧 새로운 인간이 될 세포는 난자를 제공한 어머니의 것을 물려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미토콘드리아에 DNA가 있다. 이 DNA는 세포 핵에 있는 DNA와 섞이지 않기 때문에 미토콘드리아 DNA를 비교하면 친모 여부를 알아낼 수 있다.

​특정 부분이 반복되는지, 몇 번 반복되는지만을 비교하는 STR과 달리 미토콘드리아 DNA는 염기서열 하나하나가 같은지 1:1 매칭 비교 분석을 한다. 미토콘드리아 DNA 중에서도 HV1과 HV2라는 부분의 염기서열이 같은지 비교해 보는데, 염기서열 2개 이상이 다르면 같은 모계가 아니라고 판단한다.

​다만 구미 사건의 경우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이 큰 의미가 없다. 석 씨가 김 씨의 친모이기 때문에 결국 사망한 아이가 석 씨의 아이든, 김 씨의 아이든 같은 모계의 DNA를 지닐 것이기 때문이다.

추가 검사2. 혈액형 검사

구미 사건의 경우, 오히려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보다 더 간단한 혈액형 검사가 또 다른 과학적 증거가 됐다. 사람의 혈액형은 크게 A형, B형, O형, AB형 네 가지로 나뉘는데, 이 각각의 유전자형을 분석한 결과 사망한 아이가 김 씨의 아이일 수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우리가 말하는 혈액형은 우리 피 안에 있는 세포가 어떻게 생겼는지에 따라 나뉜다. 혈액 속 세포인 혈구 표면에 A 단백질(항원)이 있으면 A형, B 단백질이 있으면 B형, A와 B 단백질 모두 갖고 있으면 AB형, 두 단백질 모두 없으면 O형이다.

각 혈액형별 혈구의 모양 (출처: Wikimedia Commons)

여기서 A형, B형, AB형, O형만으로는 친자 여부 판단에 도움이 안 된다. 이 혈액형을 결정짓는 유전자형을 알아야 한다. 혈액형을 결정하는 유전자도 여느 유전자처럼 꼭 한 쌍이기 때문에 A형은 유전자형이 AA 또는 AO일 수 있고, B형은 BB 또는 BO일 수 있다. AB형은 유전자형도 AB, O형은 OO일 수밖에 없다. 알파벳 둘 중 하나는 어머니에게서, 다른 하나는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다.

구미 사건에서 가장 먼저 친자 여부를 의심하게 된 것이 바로 이 유전자형 때문이다. 사망한 아이가 태어났을 때 산부인과 기록을 보면 신생아의 혈액형이 A형인데, 이는 곧 유전자형이 AA 또는 AO라는 걸 뜻한다. 그런데 맨 처음 친모라고 알려진 김 씨의 혈액형은 B형, 유전자형은 BB였으며, 전 남편은 AB형이었다. 이 경우 두 사람의 아이가 가질 수 있는 혈액형은 AB형 또는 B형 두 가지 뿐이다. 아빠가 달라진다고 해도 김 씨의 아이라면 마찬가지로 아이는 AB형이거나 B형 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국과수에서도 혈액형 분석 후 아이가 김 씨의 아이일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과학은 확률로 말하기에…

하지만 과학은 언제나 검증한 사실을 확률로 말한다. 유전자 검사도 마찬가지다. 동일인 검사일 경우에도 일치 확률 OO%, 친모 검사의 경우에도 친모 가능성이 배제되지 않을 확률 OO%를 뜻한다. 그렇기에 구미 사건의 경우, 과학적 증거가 남겨둔 0.0001%의 확률을 진술과 정황 증거가 채워줄 수 있을지 더 지켜볼 수밖에 없다.

[출처] IBS(기초과학연구원) 블로그 | [말랑과학] 어머 이건 알아야해 | 구미 여아 사건으로 주목 받은 ‘친자 검사’가 뭐길래? | 2021.4.28 | https://blog.naver.com/ibs_official/222326307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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