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신을 발견하는 것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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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신을 발견하는 것이 가능할까?
  • 권진혁 영남대·물리학
  • 승인 2021.05.03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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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말하다_ 『과학으로 하나님을 발견할 수 있을까?: 21세기 과학으로 본 신의 재발견』 (권진혁 지음, 일용할양식, 268쪽, 2021.03)

아리스토텔레스의 고대 과학으로부터 뉴턴의 과학혁명, 그리고 최근의 현대 과학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과학자와 철학자의 궁극적 관심은 우주와 생명이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하는 것이었다. 이 질문에 대해서 거의 모든 교과서에서 가르치고 있는 것은 우주와 생명이 ‘우연히’ 발생하였다는 물질주의적인 관점이었다. 본서는 40여 년 동안 물리학을 공부한 저자가 마지막 남은 질문은 과학과 하나님의 관계에 대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물질주의를 넘어서 유신론적인 대답을 발견하는 과정을 제시하고 있다.

17~19세기 과학이 혁명적으로 발달하던 시대에는 뉴턴을 비롯해서 대부분 과학자가 유신론자였다. 갈릴레이와 뉴턴을 비롯하여 전자기 법칙을 집대성한 맥스웰,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파스칼, 양자역학을 개척한 막스 플랑크, 유전법칙을 최초로 발견한 멘델 등 역사를 바꾼 과학자들이 유신론자이었다. 당시에는 과학자의 절대다수가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믿었으며, 그들에게는 과학과 신앙 사이에 어떠한 갈등도 없었다. 

그런데 진화론이 출현한 19세기부터는 과학은 무신론의 길을 걸어가게 되며 과학과 종교의 갈등의 골은 점점 더 깊어지기 시작했다. 20세기 들면서 과학의 분위기는 완전히 우주와 생명의 기원을 오직 물질적 과정으로만 설명하고자 하는 자연주의 세계관으로 변하기 시작하였다. 그 가운데 리처드 도킨스 같은 기계적 진화론자들은 결국 과학의 이름으로 신을 부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21세기에 들면서 상황은 역전되기 시작하였다. 과학이 우주와 생명에 대해 더욱 깊이 이해하기 시작하자 과학은 그동안 지우려고 애썼던 신의 그림자를 오히려 발견하기 시작하였다. 21세기의 과학이 발견하는 우주와 생명의 세계는 가히 전율이 느껴질 정도로 심오하며, 또한 상상을 초월한 정밀한 설계에 근거하고 있음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21세기의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통해 우주, 생명, 성경이라는 세 가지 주제에 대해 일반인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저술되었다.

1부는 최신의 우주 과학이 발견을 통해서 우주 속에 숨겨진 창조 설계를 탐구하는 내용이다. 특히 우주는 반드시 시작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이것은 우주론적으로 엄청나게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 이전에는 우주는 시작도 끝도 없이 영원히 존재해 왔다는 그리스적 우주관을 바탕으로 하는 정상상태 우주론이나 우주는 영원히 정지한 상태에 있다는 정적 우주론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우주가 팽창하고 있으며, 우주에는 반드시 시작이 있다는 것은 우주론의 혁명이었다. 그리고 우주 그 자체 속에는 우주가 스스로 우주를 창조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어떠한 법칙도 없다. 오히려 에너지 보존법칙이나 엔트로피의 법칙은 물질이 스스로 물질을 창조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하고 있다. 결국, 우주는 반드시 시작이 있는데, 우주가 우주 자신을 창조할 수 없다면 논리적으로 우주는 반드시 우주 밖, 곧 거대하고 정교한 우주를 창조할 수 있는 무한한 능력을 가진 신의 창조 외에는 설명이 불가능해 보인다.  

우주론에서 또 다른 중요한 발견은 우주의 미세 조정이다. 얼핏 보기에 우주에는 수많은 별이 불규칙하게 흩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최신의 연구에 의하면 우주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음이 밝혀졌다. 2020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옥스퍼드 대학교수 펜로스(Roger Penrose)는 우연적 과정으로 오늘날 우리가 관측하는 정교한 우주가 탄생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입증하였다. 

그런데도 여전히 교과서를 비롯한 많은 문헌에서 우주가 빅뱅과 우연적 과정으로 출현한 것처럼 설명하고 있지만, 우주의 시작, 에너지 보존법칙, 엔트로피 법칙, 그리고 우주의 미세조정과 같이 확인된 자료에 의하면 우주는 우주 밖, 곧 이 거대한 우주를 만들만한 능력이 있는 신적 존재에 의해서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더욱 논리적이다. 

2부는 생명 정보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이다. 최근 DNA의 구조와 기능을 포함해서 단백질 합성 등 세포 내의 각종 생명 메커니즘은 매우 잘 밝혀져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DNA의 생명 정보가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는가 하는 생명 정보의 기원에 대해서는 현대 과학이 전혀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단순하게 우연설, 자기조립설, RNA 시나리오 가설 등이 생명 기원설로 제시되었었지만 모두 오류로 판명되면서 자연주의적 생명 기원은 길을 잃어버렸다. 또한, 마지막 희망이었던 돌연변이라는 우연적 과정으로도 극히 정교한 DNA 생명정보가 탄생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이미 정보 과학적 연구로 밝혀지고 있다. 

오히려 최근의 정보과학적 연구에 의하면 첨단 슈퍼컴퓨터보다도 더 높은 수준의 DNA 생명 정보가 자연적으로 우연히 발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마치 슈퍼컴퓨터가 우연히 탄생할 수 없고 누군가가 만들어낸 것이 분명하듯이 DNA는 인간보다 월등한 신의 창조물로 해석하는 것이 더 논리적으로 무리가 없다.

3부는 과학과 성경에 대한 것이다. 성경은 지금부터 수천 년 이전에 기록되었음에도 성경 속에는 과학적 오류가 발견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현대 과학으로 보아도 놀라운 내용이 많이 들어있다. 특히 성경의 제일 앞 5권은 모세가 직접 기록한 모세오경인데, 이집트에서 왕자로 교육을 받고 이집트를 탈출한 모세가 기록한 모세오경 속에는 이집트의 의술이나 흔적이 전혀 없다. 오히려 현대 의학으로 보았을 때도 매우 과학적인 위생관리법이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것은 곧 과학이 성경과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성경의 진리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과학은 신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신을 가리킨다. 곧 과학은 이정표이고, 신은 목적지이다. 과학은 창조자의 작품, 곧 자연을 연구함으로써 창조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그러나 자연을 아무리 깊이 연구해도 창조자의 성품과 뜻을 발견할 수는 없다. 이것은 창조자의 마음을 담은 성경을 통해서 발견되는 것이다. 


권진혁 영남대·물리학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했으며, KAIS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광학회 부회장, 영남대학교 이과대학 학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영남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대학에서 과학사를 오랫동안 강의하면서 과학철학에도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 최근에는 과학과 종교, 과학과 성경에 대하여 많은 기고와 연구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자연과학》, 《과학사 개론》, 《환경위기와 미래과학》, 《자연과학과 기원》, 《빅뱅과 5차원 우주 창조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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