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새로운 도전과 과제…헤테라키(heterarchy) 민주주의로의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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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새로운 도전과 과제…헤테라키(heterarchy) 민주주의로의 혁신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1.05.03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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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포럼] 제4회 〈NARS 시선과 논단〉_ ‘민주주의 새로운 도전과 과제’

국회입법조사처(NARS)는 지난달 28일 ‘민주주의 새로운 도전과 과제’란 주제로 제4회 <시선과 논단> 포럼을 개최했다. 

김만흠 국회입법조사처장의 사회로 임혁백 교수(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광주과학기술원 석좌교수)가 발제를 했으며, 허석재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이 토론을 맡았다.

발제를 통해 임 교수는 “대의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한 처방으로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시민의 직접참여가 제기된다”며 “대의제의 위계구조와 소셜미디어의 수평적 연결망이 결합된 헤테라키(heterarchy)”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 발제 요지

전 세계적으로 대의 민주주의의 위기가 심화해 왔다. 특히 2016년에 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 가결(Brexit)과 미국에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Trumpism)은 민주주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선진 민주주의에서 포퓰리즘, 자국 우선주의, 민족주의, 보호주의 등이 득세하는 현상은 매우 우려스러우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어려움을 더욱 가중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퇴행은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 전투기와 같이 찾아오고 있다. 민주주의의 가치가 서서히 침식하고, 대의제의 근간인 정당에 대한 신뢰가 약화하며, 선거참여도 하락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선거결과의 변덕성(volatility) 또한 증가했다.

터키, 헝가리, 브라질, 필리핀 등 여러 국가에서 소위 ‘스트롱맨’의 정치가 부상했는데, 사법부 협박, 의회의 무력화, 미디어의 통제, 관료조직의 파당화 등이 공통적인 현상이다.

한국은 2016년에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 위기를 적법한 절차(due process)를 거쳐 해소했는데, 광장 민주주의와 대의 민주주의가 결합하여 위기극복에 성공한 사례이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요인은 포퓰리즘 뿐 아니라, 정당 약화와 전문가집단의 지배, 정치의 사법화(사법통치), 정치의 언론화(언론의 정치화) 등을 꼽을 수 있다.

■ 토론 쟁점

‘스트롱맨 정치’가 득세하는 현상은 사회경제적으로 신자유주의 경제구조가 지속되면서 양극화가 심해지는 한편, 선출되지 않은 전문가 집단이 주요 의사결정을 함에 따라 대중의 불만이 누적된 데서 비롯한다. 포퓰리즘이 대중의 요구를 충실히 따르려 한다는 의미에서 민주주의에 부합하는 것처럼 비치지만, 포퓰리즘은 기본적으로 ‘연성 권위주의’의 일종으로 법치의 부정, 의회절차의 무시 등 반민주적 속성을 갖는 현상이다.

포퓰리즘 문제가 크게 주목받은 계기가 2016년 트럼프의 당성이지만, 이번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이 당선됨으로써 미국 민주주의의 저력이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바이든은 민주주의를 주요 국정의제로 내세우며,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 간의 다자적 협의체를 가동한다는 측면에서 부시 행정부가 주도한 외부적 민주화 시도(democracy promotion)와는 차별화된다. 또한 중국에 대한 압력을 지속하기 위해 민주주의 다자협력체를 가동하려는 의도가 있다. 미얀마의 학살에 대해 국제사회의 개입이 필요한데, 당장 군부를 끌어내리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군부에게 유인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무력진압을 중지하는 조건부로 일정한 이익을 보장하는 것이다.

민주주의와 법치는 충돌하는 개념이 아니고, 법치는 국민의 신체와 재산,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다. 다만 구별해야 하는 것은 법치(rule of law)와 법을 활용한 통치(rule by law)이다. 중국의 진시황조차도 법가사상을 통해 강권통치를 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의 정치형태에서 우려되는 대목은 정치적 사안을 사법부로 가져가는 현상이다. 정치적 갈등을 정치과정에서 풀지 못하고 사법절차로 가져감에 따라 정치적 대표기능이 무색해지고 검찰과 사법부의 결정범위가 넓어지는 사법통치(juristocracy)로 치닫게 된다. 쟁송에 의존하는 정치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폐해라고 생각한다.

정치인들은 사익이 아닐 국익(national interest)을 추구해야 하지만, 선거를 통해 받은 위임에 대해 전권을 행사하는 신탁자(fiduciary)로 이해하면 곤란하다. 미국 헌법을 설계한 매디슨(Madison)이 강조하듯이 민주주의의 대표는 어디까지나 국민의 대리자(delegate)이다. 

■ 향후 과제

제도 대안과 관련하여 가장 중시해야 할 것은 여러 제도 간 조응성이다. 정부형태와 선거제도 간의 조합이 잘 맞아야 제도가 의도대로 작동한다. 현행과 같은 대통령제에서는 다당제보다는 양당제가 잘 조응하는 제도이다. 사회의 여러 이익과 집단을 폭넓게 대표하기 위해서는 비례대표제를 강화해야 한다. 서구에서 비례대표제는 계급 간 갈등을 전쟁이 아니라 의회 내 경쟁으로 전환시킨 혁명적 고안물이다. 우리도 비례성을 높여 다당제로 변화하면 정부형태의 변경 필요성도 제기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대의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한 처방으로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시민의 직접 참여가 제기된다. 대의제의 위계구조(hierarchy)와 소셜미디어의 수평적 연결망(networking)이 결합된 헤테라키(heterarchy)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소통은 기존 대표체계를 보완할 잠재성이 있는 한편, 정보독재나 정보 부정부주의로 흐를 수 있는 위험이 있으므로, 이질적인 양자가 결합된 복합체제가 대안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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