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철학의 고전 속에서 읽어 낸 과학 탄생의 비밀
상태바
근대 철학의 고전 속에서 읽어 낸 과학 탄생의 비밀
  • 대학지성 In & Out 기자
  • 승인 2021.04.25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철학의 욕조를 떠도는 과학의 오리 인형: 과학의 철학적 기원 | 서동욱 엮음 | 김옥경 외 9명 | 사이언스북스 | 272쪽

이 책은 2019년 2월 18일부터 22일까지 서강 대학교 철학 연구소에서 주관한 철학 특강, “오리진 오브 사이언스: 과학의 기초를 만든 철학 명저”의 강연록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근대 철학사를 대표하는 철학자들의 저술 9권을 통해 자연 철학과 자연 과학이 분화되던 시기, 16세기부터 19세기까지, 베이컨에서 헤겔까지 위대한 지성들의 머릿속에서, 그들의 논쟁 속에서 어떤 사상이 배태되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 사상이 새롭게 등장한 과학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었는지 재조명한다.

근대와 현대를 인류의 다른 모든 시대와 구분해 주는 게 과학이라고 한다면, 과학을 빼놓고 철학자와 그들이 직조해 낸 철학사를 분석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관점 하에 베이컨, 데카르트, 버클리, 스피노자, 라이프니츠, 흄, 칸트, 셸링, 헤겔(그리고 니체)의 과학관, 자연관, 그리고 그 사상의 정수를 일목요연하게 이해하고자 시도한다. 그리고 철학과 과학의 관계를 재구성한다. 철학은 과학을 가능하게 해 주고, 과학이 놓일 수 있는 “사고방식의 좌표”로 규정된다. 엮은이인 서동욱 교수는 과학을 “명인의 바둑”에, 철학을 그 바둑을 가능케 하는 “바둑판의 먹줄들”에 비유한다. 또 근대 철학을 “근대라는 욕조”를 가득 채운 물에 과학을 그 물 위를 떠도는 “오리 인형”에 비유한다. 이 책의 제목은 이 비유에서 왔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철학자들과 철학 명저는 베이컨의 『학문의 진보』, 데카르트의 『굴절 광학』, 버클리의 『새로운 시각 이론에 관한 시론』, 스피노자의 『에티카』, 라이프니츠의 『형이상학 서설』, 흄의 『자연 종교에 관한 대화』, 칸트의 『자연 과학의 형이상학적 기초』, 셸링의 『자연 철학의 이념』, 헤겔의 『엔치클로패디』이다.

시대를 대표하는 철학자인 동시에 과학자이기도 했던 이들이 전개하는 과학 이론 및 자연 철학을 살펴보는 작업은, 과학이 전제하고 있는 철학적 원리들에 따라 과학의 탐구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동시에, 과학이 요구하는 새로운 통찰을 철학을 통해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즐거운 사유의 자극을 제공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 책은 모두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철학의 수면 위로 과학이 떠오른 과정을 그린다. 철학과 과학의 밀접한 관계가 철학사에서 다루어져 온 방식들을 소개한 뒤, 베이컨 철학의 주요 주제들이 모두 담겼다고 할 수 있는 『학문의 진보』에서 새로운 근대 과학의 원리들과 철학의 혁신이라는 주제가 어떻게 접목되는지 설명한다. 2부에서는 광학의 문제를 다룬다. 왜 하필 광학인가? 인간 이성은 눈이라는 기관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사유하며, 따라서 이성의 질서는 세상이 눈에 들어오는 방식, 바로 광학을 통해 표현되기 때문이다. 데카르트와 버클리는 근대의 주요한 철학자인 동시에 대표적인 근대 광학의 사상가이다. 따라서 합리론과 경험론의 전통이 빛과 시각 이론에 접근하는 상이한 방식들을 데카르트와 버클리에 대한 논의를 통해 소개한다. 

3부는 사물이란 무엇인가에 관해 묻는다. ‘사물들의 이치’는 무엇인가? 여기서는 물리학이 전제하는 형이상학적 개념들을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의 철학을 통해 소개한다. 4부는 근대가 이룩한 가장 빛나는 두 방향의 성과를 다룬다. 하나는 미신의 극복이고, 다른 하나는 기념비적인 뉴턴 물리학의 기반이 무엇인지에 대한 해명이다. 각각의 과제는 흄과 칸트가 떠맡는다. 여기서는 자연 대상들 사이의 인과 관계를 인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 흄과 자연 과학이 전제하는 인과 관계에 형이상학적 원리들을 부여하고자 한 칸트의 대립적 구도를 엿볼 수 있다. 

5부에서는 존재와 사유의 이원론을 극복하고자 한 독일 관념론이 사유한 자연 법칙들에 대해, 다시 말해 자연 과학적 현상을 정신, 신적인 이념 등을 포함한 세계 전체 안에서 이해해 보려는 독일 관념론의 흥미로운 시도를 살펴본다. 독일 관념론의 야심은 자연을, 실험과 관찰 등을 통해 조그만 기계론적 법칙들을 알아 가는 좁은 자연 과학의 영역 안에 두려 하지 않았다. 자연은 절대자의 얼굴로서, 절대자의 법칙이 실현되는 장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