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분노청년에서 2000년대 ‘소분홍’까지…‘중화주의’ 첨병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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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분노청년에서 2000년대 ‘소분홍’까지…‘중화주의’ 첨병의 민낯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1.04.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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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애국주의 홍위병, 분노청년 | 김인희 저 | 푸른역사 | 308쪽

이 책은 2000년대 이후 더욱 기승을 부리는 중국 특유의 애국주의 현상을 두루 살핀 뒤 그 뿌리와 배경을 차분하게 분석한 책이다. 

막강한 국력을 바탕으로 이웃 나라, 외국 문화에 대해 시비를 걸고 우기다 못해 윽박지르기까지 하는 중국의 막무가내가 심상치 않다. BTS의 밴플리트상 수상소감이나 가수 이효리가 예능프로에서 언급한 예명 ‘마오’를 두고 벌떼 같이 들고 일어서며, 우리나라의 김치와 한복이 자기네 것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2019년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한국을 겨냥해서는 “해방군 있다”라는 낙서가 서울 대학가에 등장하기도 했다. 이를 중국 일부 네티즌의 망동이라고만 치부하기 힘든 건 이런 맹목적 중국지상주의가 중국 정부의 은근한 지원을 업고 자주 자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에 대한 극단적 배타성을 드러내며 “중국 최고”를 맹신하는 중화민족주의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중 ‘분노청년’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인터넷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친정부 청년집단을 가리킨다. 시기별로 분노청년, 자간오, 소분홍으로 구분되는데 각각 자발적으로 참여한 대학생과 저학력층 중심(분노청년), 정부 관리와 그 가족들 중심(자간오)으로 구성되어 내부 노선투쟁에 몰두했다. 

반면 2016년 이후 활동 중인 소분홍은 정부가 조직했으며 고학력자가 많고 타이완 독립세력, 홍콩 독립세력, 중국을 욕보이는 자는 적대세력으로 중국의 위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분홍은 출정, 성전 등 과격한 용어를 사용하고, 방화벽을 뚫고 상대방의 홈페이지를 도배하는 등 너무 극단적인 행동을 하기 때문에 새로운 시대 홍위병이라 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들의 행태를 홍위병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 꼼꼼하게 짚어낸다.

저자에 따르면 분노청년의 뿌리는 철저한 애국주의 교육이다. 중국 정부는 톈안문 사건 이후 사회주의 이데올로기가 기능할 수 없게 되었음을 깨닫고 중화민족주의와 사회주의, 국가주의를 결합한 애국주의 교육을 실시했다. 소분홍은 1990년대 출생한 이들로 태어나면서부터 애국주의 교육을 받아 뼛속까지 세뇌된 이들이다. 〈그 토끼〉 같은 애니메이션까지 동원해 제국주의 침략, 공산당의 분투, 자본주의와 미일 등에 대한 증오를 머리에 쏟아붓는다 해서 ‘관수법灌水法’이라 불린다. 그 결과 애국을 독점하며, 자신의 폭력적 행위는 범죄가 되지 않고, 국가 이익을 위해 무조건 희생해야 하며 “세상은 중국을 존경해야 하고 중국이 요구하는 것을 해야 한다”고 믿는 애국ㆍ애당ㆍ애사회주의자를 양산했다. 이를 두고 중국 내에서도 “머리에 애국을 붓자 이성은 짐을 싸서 나가버리고 말았다”며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리고 오직 애국주의 프로그램에 의해서만 작동된다”는 비판이 나왔을 정도다.

그렇다면 중국 지도층은 왜 애국주의 교육을 실시했으며 분노청년을 이끌고 어디로 가려는 것일까. 저자는 이 모든 것의 뒤에는 시진핑 주석이 있다고 본다. “냉소주의가 팽배한 정치 상황에서 일인독재 장기 집권을 시도하려면 좀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시 주석은 다시 한번 문화대혁명을 일으켜 사상 통제를 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중의 초조함을 달래주기 위해 새로운 ‘마약’인,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50년경에는 중국이 국제 영향력에서 선두주자가 되며 전체 인민이 공동으로 부유해지고, 중화 민족이 세계 민족이라는 숲에서 우뚝 서게 된다”는 ‘중국몽’을 발명했다고 지적한다. 2019년 시 주석의 어록과 사상을 담은 온라인 ‘소홍서’인 〈쉐시창궈學習强國〉(강국이 되는 법을 배우자)가 개설 된 것을 그 증거의 하나로 제시한다.

책은 중화주의의 첨병에 대한 분석에 그친다. 해법이 없다는 것이 이 책의 아쉬움이지만 문제의 파악이 해법의 시작 아닌가. 다만 “중국 정권의 본질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으며, 단지 일시적으로, 힘의 부족 때문에, 비교적 온화한 표정을 내비쳤을 뿐이다. 그리고 자신감을 얻게 된 순간 즉시 본래 가지고 있던 억압의 본질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라는 쉬즈위안의 말에 공감한다면 이 책은 충분히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외교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해군, 공군을 파병해 핵폭탄을 터뜨려 박살내라”고 하는 분노청년이 일본을 제외하고 가장 많이 공격하는 나라가 한국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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