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문학의 기원에서 종언까지의 가라타니 고진 ‘정본 문학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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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문학의 기원에서 종언까지의 가라타니 고진 ‘정본 문학론’
  • 대학지성 In & Out 기자
  • 승인 2021.04.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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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론집 | 가라타니 고진 지음 | 고은미 옮김 | b(도서출판비) | 428쪽

“근대문학의 기원에서 종언까지의 가라타니 고진 정본 문학론”으로 ≪定本柄谷行人文学論集≫(岩波書店, 2016)을 완역한 것이다. 저자는 1969년 문학비평가로 활동하기 시작한 이래 많은 문학비평을 해왔는데 “독자들의 수고를 덜기 위해 문학비평을 한 권으로 정리”한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의 편집 체제는 2부로 나뉘어 있다. 제1부는 1960년대 후반부터 1975년경까지의 글 중에서 선별되었다. 가라타니가 “실질적으로 비평가로서 활동한 것은 1973년까지”라고 말한 시기의 글이다. 제2부는 1985년부터 2005년까지의 글 중에서 선별되었다. 제1부의 글들은 가라타니가 문학비평가로서 활발하고 의기 왕성하게 문학의 열정을 내뿜고 있었던 시기에 씌어진 것들이고, 제2부의 글들은 문학비평가에서 사상가로 변모해가던 시기의 글이어서 그런지 문학에 대하여 부정적이며 음침하게 가라앉아 있는 듯 보인다. 제1부와 제2부의 사이에 약 10여 년의 공백이 있는데 이 시기에 쓴 글은 이 책에서 제외되었다.

그 시기는 미국 예일대에 강의를 하며 ≪일본근대문학의 기원≫, ≪마르크스 그 가능성의 중심≫ 등을 쓴 시기이다. 가라타니가 “어떤 사물의 기원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은 그것이 끝날 때이다. 30년 전 『일본근대문학의 기원』을 썼을 때 나는 일본근대문학의 종언을 느끼고 있었다”라고 하는 말에서 그 차이와 의미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1부의 글에서도, 가라타니가 자신의 최초의 문학비평이라고 말하며 이 책의 맨 처음에 배치한 「≪알렉산드리아 사중주≫의 변증법」(1967)에서도 이미 어떤 의미에서는 ‘근대문학의 종언’이 논해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가라타니 고진

가라타니가 ‘근대문학의 종언’을 말했지만 그것이 곧 ‘문학의 종언’은 아니었다. 그것은 다른 ‘문학의 가능성’을 품은 어떤 것이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소위 ‘포스트모던’이라 불리는 소설들이 그것들이었을 것이다. 동시대의 그러한 문학의 동향을 보면서 가라타니는 ≪일본근대문학의 기원≫을 썼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이 말은 곧 가라타니 고진의 문학론은 ‘근대문학의 종언’과 동시에 새로운 ‘그 가능성의 중심’을 확인하는 작업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문학비평가로 출발해서 사상가로서의 글쓰기로 이동하는 형식과도 궤도를 같이한다. 사상가로서의 글쓰기가 좁은 의미에서의 문학비평과는 동떨어진 것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가라타니 자신은 “그러한 작업을 문학비평으로 간주하고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은 가라타니 고진이 문학평론가로 정식 데뷔하기 전에 쓴 석사논문부터 최근의 강연에 이르기까지, 약 40년 동안의 문학비평 작업 중에서 직접 선정한 12편을 개정하여 정본화한 평론집이다. 이 책의 1부에 실린 여섯 편은 처음부터 ‘글’로 작성된 것이고, 2부의 여섯 편은 ‘말’을 정리한 것이다. 말과 글이라는 상황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나쓰메 소세키, 모리 오가이, 사카구치 안고, 나카가미 겐지, 시마오 도시오, 다케다 다이준, 후타바테이 시메이 등 일본문학에서 각기 고유한 특이성을 지시하는 작가들과 『알렉산드리아 사중주』, 『맥베스』, 『압살롬, 압살롬!』 등 대단히 이질적으로 보이는 텍스트들로부터 공통적이고 예각화된 역사/현실 인식을 발굴하고 재조직하는 가라타니의 감식안이 여실히 확인된다. 로렌스 더럴에서 시작해 소세키로 끝나는 이 책의 배치와 구도를 관통하는 두 가지, 즉 ‘근대문학의 종언’과 ‘그 가능성의 중심’을 확인하는 작업은 여전히 뜻있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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