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책을 읽고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시대 … 새로운 생각으로 우리 사회를 되돌아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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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책을 읽고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시대 … 새로운 생각으로 우리 사회를 되돌아볼 때
  • 정상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지적재산권법
  • 승인 2021.04.25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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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에게 듣는다_ 『인공지능, 법에게 미래를 묻다: 로봇 기술 활용에 앞서 알아야 할 법 제도 이야기』 (정상조 지음, 사회평론, 204쪽, 2021.03)

우리는 1년이 넘도록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다. 코로나19는 수많은 서민을 실업자로 만들었으며 상당한 기업을 적자와 도산의 늪에 빠뜨렸다. 그러나 구글과 네이버, 페이스북과 카카오 등 온라인 플랫폼들이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코로나19는 다양한 영역에서 상반된 승자와 패자를 만들어냈지만, 이 사태의 진정한 최대 승자는 로봇과 인공지능이다. 플랫폼 사업자들이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은 모두 로봇과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데이터 분석과 가공 그리고 맞춤형 광고를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집에서 쇼핑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플랫폼 사업자의 인공지능은 24시간 쉬지 않고 우리들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한다. 비대면 활동이 많아지면서 카톡이나 페북으로 많은 메시지를 주고받지만, 지능형 챗봇 ‘이루다’가 우리들의 메시지를 모방해서 그토록 심한 혐오 발언을 하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몇 년 전 ‘알파고’라고 하는 로봇 바둑기사가 이세돌 9단을 이겼을 때 놀라는 사람은 많았지만, 알파고의 승리 뒤에는 구글의 서버 속 인공지능이 3천만 건의 바둑 기보를 모두 학습했다는 사실이 자리 잡고 있고 그 사실은 우리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우버’는 코로나로 승객을 잃기 이전 2019년도에도 5조 원의 손실을 봤지만, 그 시가총액은 140조 원에 달한다. 매년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버의 가치가 높게 평가되는 이유는 93개 국 900여 도시에서 500만 명의 운전자들이 매일 1,800만 명의 승객을 운송하면서 생산한 방대한 데이터의 가치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맞춤형 광고를 보내고, 음성비서로 대화를 하고, 바둑도 두고, 승객과 운전자를 연결해 주는 시대가 왔다. 로봇이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는 시대 그리고 클라우드 속의 인공지능이 우리들의 생각과 행동을 관찰하고 심지어 통제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우리들의 개인정보, 산업데이터, 저작물이 모두 로봇의 학습데이터가 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 이제 우리는 지능형 로봇과 공존하면서 행복한 삶을 누리고 우리나라의 재도약을 도모하기 위해서, 전혀 새로운 생각으로 우리 사회를 되돌아봐야 할지 모른다.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의 기업 몇 개가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이유는 단지 기술력 때문만은 아니다. 오래전부터 이어진 IT 산업 육성 정책을 비롯해 법적인 토대 정비, 전문 인력 교육 등 사회 여러 분야의 제도와 문화가 맞물려 4차 산업혁명에 알맞은 생태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바탕에는 사회 구성원의 폭넓은 이해와 지지가 있었다는 점도 당연하지만 중요한 배경이 되고 있다. 우리가 4차 산업혁명을 기술자들만의 사정이라고 밀어놓은 채 성과만 바랄 수 없는 이유이다. 

18세기 1차 산업혁명에서 이미 선진국들은 교육과 노동에서부터 기술혁신까지 커다란 사회변화를 겪고 제도를 개선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 당시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이었던 증기기관은 오늘날 인공지능처럼 우리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꿨다. 흔히 우리는 영국의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을 발명해서 영국이 산업혁명에 성공했다고 알고 있다. 사실은 프랑스인 드니 파팽이 이미 증기기관에 관한 기술을 개발했었지만, 그 당시 프랑스의 제도와 문화가 그 상업화를 뒷받침해주지 못했다. 이에 반해서 영국은 상공인과 의회가 모두 한결같이 기술혁신의 중요성을 잘 알고 기술혁신을 장려하는 법과 제도를 갖추고 산업혁명에 성공할 수 있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15세기 독일의 구텐베르그가 발명한 인쇄술이 오늘날 인터넷처럼 지식과 정보의 대중화에 혁명적인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우리 조상은 이미 14세기 고려 말에 활자 인쇄술을 개발했지만, 불교와 유교 서적의 인쇄에 한정했다. 유럽에서는 상공인들이 널리 활자술을 활용해서 엄청난 분량의 서적을 출판하고 르네상스, 종교개혁, 과학혁명의 씨앗을 제공했다. 그러나 유럽대륙에서도 새로운 서적들이 왕이나 교회의 권위에 도전하는 내용은 사전검열하고 규제하려고 했다. 이에 반해서 영국은 18세기 초에 검열과 규제를 버리고 창작을 촉진하기 위한 인류 최초의 근대적 저작권법을 도입해서 계몽사상과 산업혁명의 기반을 마련했다. 
 
인공지능과 로봇은 15세기 말의 인쇄술 그리고 18세기 초의 증기기관처럼 혁명적인 변화를 몰고 온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인공지능과 로봇에 대한 접근을 새롭게 하고 제도를 잘 정비하는지 여부에 따라서 우리가 행복한 삶과 재도약을 달성할 수 있는지 기로에 놓여 있다. 로봇이 수집하는 우리들의 방대한 개인정보, 인공지능이 학습하고 분석하는 데이터와 저작물, 알고리즘으로 관리되는 노사관계, 기술혁신으로 급변하는 시장질서... 인공지능과 로봇이 던져주는 이러한 쟁점들에 대해서 우리들이 고민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 

휴대폰의 음성비서, 인공지능 스피커, 집안의 로봇 청소기, 로봇에 제공하는 날씨 정보, 전화 상담에서 만나는 챗봇... 우리 삶에 급속히 침투한 인공지능이나 로봇과 공존하면서 생각해야 할 흥미롭고도 중요한 이슈들이 많다. 이에 관한 사회적 이슈들에 관해서도 우리들의 목소리와 의견이 중요하다. 인공지능과 로봇에 관한 제도는 곧 우리들의 삶과 우리나라의 운명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법에게 미래를 묻다”는 인공지능 기술을 직·간접적으로 활용하는 우리들, 인공지능의 시대에서 주체적인 시민으로 살아가고 싶은 우리들, 기술로 인해 발생할 문제를 두려워하기보다는 각자의 자리에서 조금씩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우리 모두에게 친절한 나침반이 되고 공론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인공지능과 로봇 이야기는 진행형 프로젝트이다. 저자와 독자들이 모두 다 함께 계속 이야기를 발전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정상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지적재산권법

런던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서울대 법과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주로 지적재산권법을 연구했다. 이후 동 대학 학장과 대학원 원장, 법학연구소 기술과법 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기술과 사회의 관계에 관심이 있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연구 논문과 칼럼을 발표해왔다. 지은 책으로는 『저작권법 주해』, 『부정경쟁방지법 주해』, 『상표법 주해I, II』 등이 있으며, 공저로 『Intellectual Property Law in Korea』, 『지식재산권법』, 『특허법 주해』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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