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학의 존재가 정치학자의 삶을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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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의 존재가 정치학자의 삶을 규정한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1.04.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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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지성과 정치지낭: 정치학자의 참정 유형 | 이계희 지음 | 충남대학교출판문화원 | 326쪽

이 책은 정치학자들에 대한 전기적 고찰을 통해서 학문과 참정을 연관시키는 역할 유형을 탐구한다. 여기서는 정치학자들의 참정 방식과 정치적 역할을 크게 시민사회 정향과 국가 정향의 두 방면으로 구분하고, 전자를 ‘공공지성(public intellectual)’으로 후자를 ‘정치지낭(political adviser)’으로 규정했다.

정치학이 학문제도로 등장하고 발전하는 과정과 정치학적 지식이 응용되는 방식은 정치사회적 맥락과 학문적 환경의 차이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정치학은 민주주의 가치와 그에 기초하는 정치체제를 추구하는 도덕적 학문이며, 정치학자는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는 개혁가가 돼야한다. 그러나 정치학자의 참여적 실천적 역할은 정치학의 구조적 조건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정치학의 존재가 정치학자의 삶을 규정한다.

훌륭한 통치자 또는 정치 지도자의 덕목에 관한 문제는 정치사상의 핵심적 주제이다. 초인적인 통치자를 이상화 하고 기대하는 생각은 동서양의 차이가 없다. ‘성군(聖君)’이나 ‘철인왕(philosopher king)을 상정하는 사상 속에는 완전한 지혜를 갖춘 통치자만이 정의로운 사회와 개인의 행복한 생활을 보장해줄 수 있다는 믿음이 들어 있다. 그러나 완전한 지혜를 갖춘 그러한 한 사람의 초인적 통치자의 출현이란 기대할 수 없으므로 ‘철인 왕’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철학자가 왕이 되어야한다’는 주장 보다는 ‘왕이 철학해야한다’는 주장, 즉 ‘지혜를 사랑하는’ 통치자가 돼야한다는 주장이 더욱 설득력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통치자가 지녀야할 덕목을 위하여 처음으로 ‘정치학’을 언급했다. 그는 정치학이 ‘지도자의 학문’이며 정치가를 위한 ‘실천적 지혜’라고 말했다. 민주주의 시대에는 그러한 실천적 지혜가 통치자나 정치 지도자들에게 뿐만이 아니라 주권자인 시민에게도 요구된다. 그러므로 민주주의 시대의 정치학은 정치 리더십을 위한 학문인 동시에 민주 시민의식을 위한 학문이다. 

이 책의 내용은 정치학자들에 대한 전기적 고찰을 통해서 학문과 참정을 연관시키는 역할 유형을 탐구하는 것이다. 정치학자들의 참정 방식과 정치적 역할은 크게 시민사회 정향(또는 대중 지향)과 국가 정향(또는 정권 지향)의 두 방면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여기서는 전자를 ‘공공지성(public intellectual, 公共知性)’으로 후자를 ‘정치지낭(political adviser, 政治智囊)’으로 규정했다. 즉 공공지성의 역할은 일반적인 공중을 향하여 공적인 문제에 관한 발언을 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정치에 관여되는 활동을 의미하며, 정치지낭의 역할은 정부나 정치에 직접 참여하여 정치 지도자들을 위하여 자문이나 보좌의 활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서는 미국, 중국, 러시아 그리고 한국의 정치학자들 열다섯 사람을 다루었는데, 그 중에는 미국 대통령의 국가안보 보좌관으로 활동했던 다섯 사람, 중국의 변혁기에 국민당과 공산당 중간에 위치하여 제3의 길을 추구했던 중도파 민주 사상가 세 사람, 현대 중국 개혁개방 시기에 정치체제 개혁의 이론가로 활동하며 대조적인 행로를 보여준 두 사람, 러시아 페레스 트로이카 개혁정책의 조역이었던 두 사람, 그리고 한국 민주화 이행기에 정부에 참여하여 국무총리를 역임했던 세 사람이 포함돼 있다. 이들 열다섯 명의 정치학자 참정 사례들을 고찰하면서 학문 태도와 참정 방식의 연관성, 통치 리더십에 상응하는 보좌 역할의 성격, 그리고 국가(또는 정권)와 시민사회(또는 대중)의 관계에 관한 정치적 지향성과 태도 등을 고려하여 몇 가지로 유형화를 시도하고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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