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2차 세계대전…제국주의 전쟁의 위선을 폭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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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2차 세계대전…제국주의 전쟁의 위선을 폭로하다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1.04.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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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 세계대전의 민중사: 민중의 전쟁 VS 제국의 전쟁 | 도니 글룩스타인 지음 | 김덕련 옮김 | 오월의봄 | 596쪽

민중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2차 세계대전에 관한 책이다. 그간 2차 세계대전은 영국, 미국, 소련 등 연합국과 독일, 일본 등 추축국의 시각으로 바라본 게 대부분이었다. 즉 선한 연합국이 악한 추축국을 물리친 전쟁, 정의가 불의에, 민주주의가 독재 정권에, 자유가 파시즘에 승리한 전쟁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 결과 지금도 2차 세계대전은 ‘좋은 전쟁’, ‘인류를 위해 승리한 전쟁’이었다는 신화에 갇혀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저자는 2차 세계대전은 연합국이 추축국과 벌인 단일한 전쟁이 아니라, 뚜렷이 구별되는 두 개의 전쟁이 있었다고 말한다(평행 전쟁). 즉 하나는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벌인 ‘제국주의 전쟁’이고, 다른 하나는 파시즘, 야만, 압제, 독재 정권에 맞서 민중이, 민중을 위해 수행한 ‘민중의 전쟁’이다. 저자는 열강의 지배자들이 자기들만의 제국의 이익을 냉소적으로 추구하는 동안, 그 주민들의 다수는 매우 다른 전쟁을 치렀음을 보여준다.

제국주의 전쟁 수행자들, 특히 지배계급들은 그들이 특권을 누리는 현재 상태를 내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싸웠고, 그에 반해 민중의 전쟁 수행자들은 모든 이를 아우르는 진정한 인간해방과 더 공정하고 민주적인 미래를 위해 분투했다. 제국주의자들은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마구잡이로 인명을 희생시켰지만(대표적으로 3만 5000명에서 7만 명 사이의 사람들이 죽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드레스덴 폭격과 단기적으로 20만 명이 사망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자폭탄 공격을 들 수 있다), 빨치산과 게릴라들은 침략으로부터 현지 주민들을 보호하고 자신들의 행동이 민간인들에게 제기하는 위험에 대해 고뇌했다.

저자는 종래의 관점과는 전혀 다른 민중의 시각으로 2차 세계대전을 바라보면서 이 ‘민중의 전쟁’이 지닌 가치를 오롯이 드러낸다. 은폐된 또 하나의 전쟁(민중의 전쟁)을 망각의 늪에서 건져 올리고 제국주의 전쟁의 위선을 폭로하는 이러한 사례들은 2차 세계대전을 새롭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2차 세계대전을 민중의 시각으로 바라보려 한다는 점과 함께,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나라의 역사가 풍부하게 정리되어 있다는 점이다. 연합국과 추축국 진영 사이에 끼여 있던 국가들(그리스, 유고슬라비아, 폴란드, 라트비아), 연합국 진영의 국가들(프랑스, 영국, 미국), 추축국 진영의 국가들(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그리고 아시아 국가들(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의 역사가 모두 14개 장에 소개되어 있다. 무엇보다 한국어 문헌 자체가 드문 국가들인 그리스, 유고슬라비아, 라트비아, 폴란드,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등의 역사가 소개되어 있어, 2차 세계대전을 한층 더 깊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우리에게 비교적 익숙한 나라들의 역사도 저자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다. 곧 아래로부터의 관점이다. 나치 체제 붕괴 후 전국에 100개가 넘는 안티파(반파시트 위원회)가 생겨나 자치 권력을 행사했다는 독일의 역사는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부분이다. 인종주의적 시각으로 미국의 역사를 살피는 사례도 독특하다고 할 수 있다. 나치즘보다 공산주의가 더 큰 위협 요소라고 본 영국이 지속적으로 독일에 유화 정책을 폈던 점이나, 스탈린이 다른 국가의 공산주의자들을 도구적으로만 이용한 점, 노동계급을 진압하기 위해 오히려 히틀러에게 부역하는 것을 택한 프랑스 비시 정부의 사례는 많은 사람이 간과하는 대목이다. 아시아의 반식민지 운동을 유럽의 레지스탕스 운동과 동등하게 다루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저자는 한마디로 연합국과 추축국은 ‘제국주의 전쟁’을 치렀으며, 그 전쟁의 의미는 자신들 제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한다. 즉 ‘제국주의 전쟁’은 누가 지배해야 하는가를 놓고 연합국과 추축국 사이에 벌어진 다툼이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독특하게 스페인내전을 2차 세계대전의 시작점으로 다룬다. 왜 그런가? 2차 세계대전이 진정 파시즘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었다면, 그것은 1939년 폴란드가 아니라 1936년 스페인에서 시작됐다고 본다. 스페인의 노동계급을 지원하기 위해 세계 53개 국가 출신 약 3만 2000명의 국제여단 구성원이 스페인으로 왔으니 스페인내전은 어떤 의미에서 이미 세계대전이었다. 그런데도 전통적으로 이 부분이 인정되지 않은 건 스페인내전 때 연합국 정부들이 무기를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랑코, 이탈리아 파시즘, 독일 나치즘은 이미 초기부터 연결되어 있었고, 스페인 국가주의자들이 보인 모습은 2차 세계대전에서 추축국 진영이 보인 잔인한 반인도적 행위를 예시하고 있었다. 

미래의 연합국들의 태도 또한 비슷하게 이뤄졌다. 영국과 프랑스는 민중의 전쟁을 지원할 필요를 전혀 느끼지 못했고, 오히려 프랑코 쪽을 지원했다. 소련 또한 민중의 전쟁을 적극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방관하거나 오히려 충돌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결국 프랑코는 살아남아 1975년 사망할 때까지 스페인을 철권 통치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각 나라의 지배계급이 다시 권좌에 오르는 모습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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