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 우리철학연구소, ‘우리철학, 어떻게 할 것인가-근대 전환기 한국철학의 도전과 응전’ 우리철학 총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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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대 우리철학연구소, ‘우리철학, 어떻게 할 것인가-근대 전환기 한국철학의 도전과 응전’ 우리철학 총서 출간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1.04.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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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출판 이슈]
조선대 우리철학연구소_ 『우리철학, 어떻게 할 것인가-근대 전환기 한국철학의 도전과 응전』

조선대학교 인문학연구원 우리철학연구소(소장 이철승 철학과 교수)는 지난 2019년 우리철학총서 특집호 ‘오늘의 한국철학, 그리고 우리철학’에 이어 최근 ‘우리철학, 어떻게 할 것인가-근대 전환기 한국철학의 도전과 응전’이란 주제로 우리철학 총서 1~8권을 출간했다.

이번 총서 발간은 우리철학연구소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교육부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진흥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한 연구 성과로서, 민족, 계층, 종교, 이념,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특수와 보편 등의 문제가 중첩된 근대전환기 한국 전통철학의 계승과 변용을 고찰한 것이다.

우리철학연구소는 2014년 창립 이래 외래철학의 무비판적 수입과 전통철학의 훈고학적 연구를 지양하고 우리시대 문제를 성찰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통섭하는 ‘우리철학’을 고민해왔다. 이번 총서는 이 연장선 상에서 전통과 현대의 가교이며 근래 가장 격동적인 변화를 겪은 근대전환기 전통철학을 통섭적으로 고찰했다. 

여기서 말하는 ‘근대전환기’는 서세동점의 시작인 19세기 중후반부터 일제강점기를 포괄하는 시기이다. 근대전환기 동아시아 삼국은 전통적 국제질서인 중화체제의 붕괴를 경험하고, 만국공법의 미명하에 구성된 폭력적 제국주의 질서 속에 편입되었다. 따라서 이 시기는 내적으로 봉건주의의 모순과 외적으로 제국주의로 무장한 외세의 침략에 의한 민족모순이 만연했다. 이러한 시대적 모순에 대한 인식과 반응 양상은 대체로 당시 위정자들이나 엘리트지식인 계층에게서 다양한 이론과 사상으로 드러난다. 

그 속에는 단순히 당대를 합리화하기 위한 변명들도 있고, 우국과 애민에서 나온 논의들도 있다. 우국과 애민, 혹은 철저한 공의를 지향하는 논의들에는 다음과 같은 다양한 입장이 있다. 전통 성리학을 고수하거나, 이를 당대에 맞게 재해석하는 입장도 있다. 종교적인 측면에서도 자기 이론의 강화, 유·불·도 삼교의 통합, 서구 기독교와의 절충 등 다양한 시도가 나타났다. 더 나아가, 철저하게 급진적 서구화를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비록 이런 양상들이 당시 시대 모순에 대한 산물들이지만, 정작 기층 민중의 근대 의식을 모두 반영한 것은 아니다.

기층 민중은 현실에서 당대 모순에 직면했기에 그들의 반응은 단순하면서도 역동적인 양상이었다. 구체적으로 그들의 대응은 어렵고 복잡한 철학적 이론보다 종교와 미학의 영역에서 잘 나타났다. 과거의 종속적 삶에 잔혹했던 세계사적 격변기를 겪어내며, 그들이 일상생활에서 믿고 의지하고 고민하던 것들은 ‘종교’라는 영역으로, 아끼고 사랑하던 것들은 ‘아름다움’의 영역으로 나타났기에 이번 총서는 근대전환기 종교와 미학에도 주목했다.

이에 이번 총서는 한편으로는 유교 분야의 다양한 논리를 리(理), 심(心), 기(氣), 실(實)이라는 네 개의 주요 학술 개념으로 범주화하여, 분야별 이론적 계승과 변용, 실천적 대응을 정리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근대전환기 종교와 미의식을 교(敎)의 철학, 민(民)의 철학, 미(美)의 철학으로 구분해 고찰함으로써 근대전환기 한국의 종교와 미의식 전반을 통섭적인 방법으로 서술하는 가운데 자생이론을 통한 우리철학의 특징과 그것의 현대적 가치를 밝히고자 했다.

요컨대, 총서는 19세기 후반부터 현 21세기까지의 한국철학을 망라한 총론을 필두로, 19세기 중‧후반부터 20세기 전반기까지 약 100년 동안 전통철학의 핵심주제인 아我, 기氣, 교敎, 리理, 민民, 실實, 미美, 심心 총 8개의 주제를 다루었다. 각 권의 제목은 순서대로 1권 ‘우리철학, 어떻게 할 것인가’(이철승), 2권 ‘서양문명의 도전과 기의 철학’(이종란), 3권 ‘근대전환기 도교·불교의 인식과 반응’(김형석), 4권 ‘호락논변의 전개와 현대적 가치’(홍정근), 5권 ‘민족종교와 민의 철학’(이종란, 김현우, 이철승), 6권 ‘현실비판과 근대지향’(김현우), 7권 ‘근대 한국미의 정체성’(이난수), 8권 ‘실심실학과 국학’(김윤경) 이다.

* 1권: 『우리철학, 어떻게 할 것인가』 (이철승 지음, 학고방, 326쪽, 2020.09)

우리나라에서 ‘철학’ 용어의 출현은 서구 문명을 동경했던 일본 학자들에 의해서다. 그들은 유儒·불佛·도道를 중심으로 하는 전통철학을 지양하고, 서양철학을 지향하였다. 그 철학이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수용된 이래 100여 년 동안 한국의 제도권 철학계는 서양철학이 주류를 이루었다. 최근에 일군의 학자들에 의해 ‘동양’, ‘서양’, ‘전통’, ‘현대’, ‘탈현대’ 등의 다양한 내용이 취급되었음에도, 우리의 현실 문제를 토대로 하는 주체적인 이론 생산은 미흡한 편이다. 서양철학의 소개와 전파 및 전통철학의 부활이 우리의 시대 문제와 무관하게 무비판적으로 진행된다면 그 이론의 생명력은 약화될 수 있다. 동양과 서양을 막론하고 철학사에 등장하는 많은 내용은 자신의 시대 문제를 능동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에 형성되었다. 이제 우리도 이론의 소비자에 만족하지 않고, 우리의 주체적인 문제의식을 반영하여 시대정신에 부응하는 새로운 이론을 생산할 때가 되었다.

우리철학 총서 1권은 21세기형 우리철학의 정립이라는 문제의식으로 ‘철학’ 용어가 출현한 19세기 후반부터 21세기가 진행되고 있는 현재까지 한국의 철학계 현황을 고찰한다. 우리철학 정립의 이론적 토대에 해당하는 고유의식, 외래철학의 한국화, 전통철학의 비판·계승·변용, 자생철학의 모색 등을 살펴보고, 우리철학 정립의 사회적 토양에 해당하는 다양한 정치 현실과 문화 현상을 분석한다. 또한 특수와 보편 및 타율성과 자율성 등의 시각으로 우리철학 정립의 방법을 탐구하고, 같음과 다름의 관계와 어울림철학을 중심으로 하는 우리철학 정립의 한 유형을 모색한다.

* 2권: 『서양문명의 도전과 기의 철학』 (이종란 지음, 학고방, 346쪽, 2020.11)

2권은 우리 근대전환기에 접한 서양 문명을 ‘기의 철학’이 수용·대응·변용하는 주체적 태도를 통해 전통사상의 발전적 계승, 창의적인 특성화와 극복 등의 방법을 보여준다고 해석하고 정리했다. 서양의 종교·철학(신학)·과학 등에 대해 반응한 ‘기의 철학’이 갖는 특징은 제각기 기철학에서, 기를 매개로 한 종교적 신관에서, 기와 물질 개념의 접근 등에서 드러난다. 이를 통해 서양의 장점을 인정하면서도, 그 세계관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거나 거기에 끌려가지 않고, 전통의 기론이 갖는 합리성과 정체성을 유지하여 근대전환기형 ‘우리철학’을 탄생시켰다.

곧 전통사상과 외래사상이라는 두 축을 가지고 어떻게 그런 철학을 구축하였는지 그 논리와 자세한 사례를 살폈다. 이를 통해 부차적으로 전통과 현대, 동과 서, 남과 북, 과학과 종교, 정신과 물질, 인간과 자연, 육체와 영혼, 신과 인간, 욕망과 이성 등의 서로 대립적이거나 이원적으로 보이는 관계가 하나로 화해·조화될 수 있는 선인들의 지혜도 찾아보았다. 그 화두가 소통과 상생이다.

* 3권: 『근대전환기 도교·불교의 인식과 반응』 (김형석 지음, 학고방, 288쪽, 2020.12)

전통종교로서 도교와 불교가 가진 의미는 두 가지 측면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그것들이 매우 오랜 시간동안 우리의 세계관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쳐왔다는 역사성의 차원과 특히 시대적으로 구한말에서 일제시기에 이르는 근대전환기에 기층 민중들의 삶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는 계급성의 차원에서이다.

도교와 불교는 늦어도 삼국시대 이래 일제 강점기에 이르기까지 우리 역사 속에서 때로는 고유신앙 및 다양한 사상과 교섭·융합되기도 하면서도 독자적인 영역을 유지해왔다. 대부분의 오랜 종교가 그렇듯이 도교와 불교 역시 세계를 설명하는 방식으로서 자연세계와 인문세계를 통틀어 우리 삶의 전반에 근원적인 영향력을 끼쳐왔다. 세계관의 기반을 형성하는데 영향을 끼치기도 하고, 개인적 삶의 방향성 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소속된 사회집단의 결속력을 고양시키거나 사회적 의미와 가치관을 강화시키기도 하며, 문화·예술을 포함한 삶의 양식에 오랫동안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 4권: 『호락논변의 전개와 현대적 가치』 (홍정근 지음, 학고방, 407쪽, 2020.12)

호락논변은 1700년대 초 이후 200여 년 간 지속된 철학논변으로 주요 쟁점은 인물성동이(人物性同異)문제였으며, 아울러 미발심체순선(未發心體純善), 성범심동이(聖凡心同異) 등의 문제가 심도 있게 논의되었다. 호락논변에는 한국 성리학의 독창성과 함께 성리학의 도덕 가치론 영역이 타 존재로까지 확장되어가는 양상이 잘 드러나 있다. 또한 이를 통해 전통 성리학의 변화와 근대전환기 우리철학의 도전과 응전의 양상도 살펴볼 수 있다. 

이에 ‘리의 철학’에서는 호락논변의 핵심 쟁점 사항을 정리하고, 논변 전개 과정에서 새롭게 등장한 남인계 유학자들의 학설과 근대 전환기 주요 성리학자들의 호락논변 관련 학설을 검토하였다. 그리고 그 속에 담긴 보편성, 주체성, 타자인식, 민족의식 등 근현대적 가치를 분석·정리했다.

* 5권: 『민족종교와 민의 철학』 (이종란·김현우·이철승 지음, 학고방, 330쪽, 2020.12)

5권은 근대전환기 우리 민중들이 민족사적 비극과 혼란 속에서 겪어야 했고, 또 결하고자 했던 문제를 중심에 두고, 한국적 정서와 문화 속에서 전통사상을 계승·발전극복하고, 또 외래의 어떤 사상과 문물을 수용하거나 거기에 대응했는지 살펴보았다. 그 대상은 민족종교를 표방한 동학·대종교·증산교·원불교의 종교사상으로서, 그 내용은 제각기 주체의식, 민족정체성, 상생과 평화, 사회 공동체를 특징으로 삼아 민중의 입장에서 재구성한 민의 철학이다. 이 민의 철학이 갖는 의의는 민족종교가 우리 민족사에서 불교와 유교의 수용으로 말미암아 상대적으로 소외되었으나 민중들에 의하여 면면히 이어온 단군신앙과 그 사상적 특징을 재발견하고, 전통을 계승·발전시키면서 그리스도교의 영향을 받았으되 그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대응하는 가운데 우리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과, 종교사상의 한국적인 특징이 무엇인지 동시에 우리철학을 생산하는 방법론적 태도를 탐구한 데 있다.

* 6권: 『현실비판과 근대지향』 (김현우 지음, 학고방, 287쪽, 2020.12)

6권 ‘실(實)의 철학’은 근대전환기 관료 및 개혁적 유교지식인들의 현실대응을 유교의 현실 인식을 중심으로 분석했다. 당시 ‘실의 철학’은 18세기 북학(北學)과 서학(西學)의 수용에서 출발하여 1840년 청나라의 몰락 이후 개화파의 등장, 갑신정변, 수차례의 개혁, 근대 매체를 통한 계몽 운동 등 당대 실천적 선택들로 전개됐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서구문명 및 일본 메이지유신[明治維新] 등에 대한 일부 지식인들의 맹목적인 수용은 을사늑약, 한일강제합병 등 우리의 주체성을 상실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 책에서는 개혁적 유교지식인들의 문명개화론을 분석하고, 이 과정에서 나타난 주체성의 결여를 비판적으로 고찰했다. 또 일부 문명 개화론자들과 달리 전통 유교의 개신을 주장한 박은식(朴殷植, 1859~1925) 등의 현실 인식도 재검토했다.

* 7권: 『근대 한국미의 정체성』 (이난수 지음, 학고방, 245쪽, 2020.12)

7권에서 ‘미(美)의 철학’이란 미의식이라는 예술의 영역에 나타난 현상적 특색을 범주로 하고 있다. 즉 한국인이 추구한 미에 대한 사유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형상화 하였는지에 대한 문제를 중심으로 한다. 오늘날 ‘미학’은 곧 서양 미학(aesthetics)으로 18세기 이후 등장한 ‘감정인식의 학’에 근거한다. 이에 한국 미학의 시작을 서구 미학이 들어온 시점인 1920년대 경성제국대학 미학연구실의 개설로 보고 있다. 그동안 한국의 미학계는 주로 서양 미학의 체계와 구성을 중심으로 한국의 미에 대한 학문적 기반을 다져왔다.

이 책에서 취급하는 미의 철학은 서양 미학의 구조에서 분석된 한국 미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근대에 이르러 등장한 조선인이 추구한 독특한 혹은 고유한 아름다움을 찾아내어 미를 어떻게 경험했으며, 그 현상을 어떻게 규명했는지를 고찰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미에 대한 표현 방식의 규칙 그리고 표현 요소와 관련된 제반 상황을 통해 드러나는 고유한 정신적 원리를 바로 미의 철학으로 여긴다.

이 책에서는 근대화라는 문명의 자각과 더불어 식민지 국가라는 시대적 상황에서 학문으로서의 고유한 미를 추구했던 사상가들을 다룬다. 이를테면 한국 최초의 미학자이자 미술사학자였던 고유섭(高裕燮, 1905~1944), 한국 전통사상에 대한 주체적인 계승을 주장한 박종홍(朴鍾鴻, 1903~1976), 조선적인 미를 탐구한 안확(安廓, 1886~1946) 등은 한국 근대시기의 우리 고유의 미의식과 미적 이념의 문제를 탐구하고 고민했던 사상가들이다. 그들의 미에 대한 탐색이 미 철학의 정초를 이루었음도 살펴본다.

* 8권: 『실심실학과 국학』 (김윤경 지음, 학고방, 467쪽, 2021.03)

8권 ‘심(心)의 철학’은 조선 양명학계의 철학실천을 정리했다. 이는 ‘마음이란 무엇인가?’,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와 같이 마음을 ‘대상’으로 하는 사유들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스스로 속일 수 없는 마음’을 실천한 근대전환기 양명학자들을 고찰한 것이다. 선행 연구에서는 이들의 사유에서 주로 양명학적 특징을 추출하는 데 치중했으나, 이 책에서는 반외세와 자주성회복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부응하여 본심양지의 발동을 따른 학문과 실천 활동을 조명하고자 했다. 특히 이들의 이론과 실천의 정점을 ‘조선학 운동’에 두고, ‘심의 철학’이 조선학 운동이라는 주체 정신의 실질적 구현으로 꽃피기까지의 과정을 논했다. 또 이 과정에서 하곡학파의 철학적 문제의식은 개인의 수양문제에서 사회비판론으로 확장되고 민중감통론을 강조했으며, 실천문제를 놓고 당대 불교계 및 성리학계와도 긴밀하게 교섭하였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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