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 희대의 사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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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계 희대의 사기극
  • 기초과학연구원
  • 승인 2021.04.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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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리포트]_ 과학계 희대의 사기극

거짓말이 유일하게 허용되는 날, 4월 1일 만우절이 돌아왔다. 사람들은 가벼운 거짓말로 친구끼리 추억을 쌓고 기업들은 거짓말을 마케팅에 이용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거짓말로 작은 축제가 펼쳐지는 날이다. 이날 외에도 거짓말은 생활 속에서 종종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선의의 거짓말이 대표적인 예다.

이미지 출처: 플리커

하지만 거짓말이 결코 허용되지 않는 분야도 있다. 바로 진실의 학문 ‘과학’이다. 과학 분야에서 거짓말은 곧 ‘사기’다. 위조, 변조, 표절 등과 같은 비윤리적 행위는 학문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2005년 황우석 전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의 논문 조작 사건으로 우리는 한 과학자의 거짓말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이미 경험했다.

안타깝게도 과학 사기 사건의 역사는 짧지 않다. 기원후 100년경에도 연구 결과 조작은 있었다. 고대의 과학 사기 사건부터 수 년 전에 일어난 사건까지, 유명한 과학계의 사기 사건을 몇 가지 들여다보자.

고대의 천문학 대가의 별자리지도, 천년 후 표절로 밝혀지다

​클라우디우스 프톨레마이오스는 기원후 100년경 태어난 고대의 지리학자이자 수학자이며 천문학자이다. 그의 업적 중 가장 높게 평가받는 것은 140년경 저술한 항성과 행성의 운동에 대한 운동을 기술한 <알마게스트(Almagest)>이다.

​<알마게스트> 7권에는 항성들을 폭넓게 담은 별자리지도가 들어 있다. 프톨레마이오스의 별자리지도는 1500년이 넘게 진리로 여겨지며 천동설의 근거가 됐다. 코페르니쿠스가 1543년 지동설을 증명하며 천동설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프톨레마이오스의 별자리지도는 그 자체로 높게 평가받아왔다.

클라우디우스 프톨레마이오스의 <알마게스트> 1915년 판. 이미지 출처: 위키미디어

그런데 1915년 <프톨레마이오스의 별자리지도: 알마게스트 수정>이란 책이 발표됐다. 미국의 천문학자 크리스티안 피터와 에드워드 크노벨은 프톨레마이오스 별자리지도의 항성들의 실제 위치를 다시 계산해봤다. 그 결과 틀린 것들이 많이 발견됐다. 관찰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터무니없는 위치였다.

​두 과학자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오류의 원인을 추적했다. 그 결과 프톨레마이오스가 기원전 100년경의 천문학자 히파르코스의 별자리지도를 통째로 베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1980년대 미국의 천문학자 데니스 로린스는 프톨레마이오스의 표절을 자세하게 증명했다.

1915년 미국의 두 천문학자가 프톨레마이오스의 별자리지도에 오류가 있다며 발표한 <프톨레마이오스의 별자리지도: 알마게스트 수정>(왼쪽)과 1977년 미국 물리학자 로버트 러셀 뉴턴이 발표한 <클라디우스 프톨레마이오스의 범죄>(오른쪽). 이미지 출처: 위키미디어

프톨레마이오스는 평생 알렉산드리아(이집트의 도시)에서 별을 관찰했다. 반면 히파르코스는 로도스 섬(그리스의 도시)에서 별을 관찰했다. 로도스 섬과 알렉산드리아에서 별을 바라본 모습은 달라야 맞는데 프톨레마이오스와 히파르코스의 관찰 결과는 대부분 일치했다. 게다가 프톨레마이오스가 기록한 1025개 별 중 알렉산드리아에서만 볼 수 있는 별은 단 한 개도 없다. 이후 미국의 물리학자 로버트 러셀 뉴턴이 1977년 <클라우디스 프톨레마이오스의 범죄>라는 책에서 프톨레마이오스가 기록한 수치들을 조목조목 반박해 쐐기를 박았다.

실험 방법, 논문 결과, 심지어 학위까지 모두 거짓

1980년 24세의 나이로 미국 코넬대 박사과정 연구원을 시작한 마크 스펙터. 그는 연구실에 들어오자마자 뛰어난 실력으로 동료를 압도하고 지도교수의 눈에 띄었다. 특히 실험 능력이 뛰어나 ‘황금 손’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가령 스펙터가 처음 연구실에 들어왔을 당시 지도교수였던 에프레인 래커는 나트륨-칼륨 ATP 분해효소를 세포에서 분리해내는 일이었다. 스펙터는 단 두 달 만에 이 실험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 효소가 암세포에서는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어 스펙터는 나트륨-칼륨 ATP 분해효소가 암세포에서 활동하지 않는 이유도 밝혀냈다. 세포 내 신호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키나제 효소의 연쇄반응 때문이었다. 이 발견으로부터 6개월 뒤 스펙터는 연쇄반응을 일으키는 4종류의 키나제 효소를 정확히 밝혀낸다.

이 발표로 전세계 과학계는 흥분에 휩싸였다. 암의 원인을 규명하고 곧 치료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한 가지 이상한 점은 다른 과학자들은 모두 실패했지만 스펙터만 실험에 성공했다는 것이었다. 당시 과학자들은 스펙터의 실험 솜씨가 매우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코넬대에서 종양바이러스를 연구하던 볼커 복트가 스펙터의 이론을 검증했다. 시작은 경이로운 이론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복트는 스스로 이 실험을 재현하는 데 실패하자, 동료를 통해 실험에 쓰였던 자가방사기록사진(autoradiogram)의 겔(gel)을 구했다. 겔에는 스펙터의 실험을 들여다볼 수 있는 데이터가 남아있었다.

복트는 겔의 방사능을 측정했다. 그 결과 실험 기록에는 적혀 있지 않는 요오드-125가 검출됐다. 분명한 조작이었다. 요오드를 처리한 단백질에 전압을 걸어 이동시키고, 원하는 결과를 얻어낸 것이다. 이 소식을 들은 지도교수 래커는 스펙터에게 4개의 키나제 효소를 다시 분리하게 했지만, 한 종류의 키나제만 아주 적은 양 얻어냈을 뿐 나머지 3개는 다시 분리하지 못했다. 나중에 스펙터가 자신의 경력으로 제출한 미국 신시내티의 학사와 석사 학위도 가짜인 것으로 밝혀졌다.

스펙터는 누구도 들여다보지 못하게 실험 증거를 차단했고, 과학계는 수 개월동안 이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 다행히 지도교수인 래커가 빠르게 논문을 철회하고 스펙터를 내쫓았지만 스펙터의 실험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는 오명은 평생을 따라다녔다.

노벨상 수상자의 연구실에서 조작 논문 나오다

2018년 일본에서 유도만능줄기세포(iPS) 관련 논문이 날조된 사실이 확인됐다.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일본 교토대 야마나카 신야 교수가 소장으로 있는 iPS세포연구소에서 벌어진 일이라 충격이 더 컸다.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야마니카 신야 교수(왼쪽)와 인도 모디 총리. 이미지 출처: 위키미디어

이 연구소의 야마미즈 고헤이 조교가 2017년 3월 ‘스템 셀 리포트(Stem Cell Reports)’에 발표한 논문이었다. 이 논문은 혈중의 약물이 유해물질이 뇌에 들어가는 것을 막는 구조체를 유도만능줄기세포로부터 제작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교토대의 내부 조사 결과, 논문 속 사진과 그림 12개 가운데 11개에서 작성자의 주장에 맞도록 유리한 쪽으로 데이터 조작이 있었다. 야마나카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논문 조작이 발견됐다는 사실을 직접 발표하고 사과했다.

​2019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그레그 서멘자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 교수도 논문 조작 의혹을 받고 있다. 2020년 10월 논문부정 감시 정보공유 사이트 ‘펍피어’에 따르면 서멘자 교수가 참여한 논문 중 30여 편에서 논문 조작 가능성이 제기됐다.

2019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그레그 서멘자 교수. 이미지 출처: 존스홉킨대

조작 가능성이 제기된 논문은 2001년부터 2018년에 발표된 논문이며, 대부분 웨스턴 블롯의 데이터 이미지가 문제가 됐다. 웨스턴 블롯은 단백질의 발현 여부나 양을 측정하는 도구다. 이 데이터를 복제해 데이터가 없는 다른 곳에 그대로 붙이거나 이미지를 변조하는 등 데이터에 손을 댄 흔적이 발견됐다. 현재 학술지나 대학 기관이 해당 논문들을 조사하는 중이다.

과학은 언제나 진실되어야 한다

대표적인 몇 가지만 소개했지만, 이외에도 과학계에서 일어난 사기 사건은 무척이나 많다. 숱한 사건들을 살펴보면 결코 과학자 개인의 양심에만 맡겨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학적 사실들을 검증할 수 있는 사람은 과학자뿐이다. 연구에 거짓이 없는지 스스로, 그리고 서로 검증하고 또 검증해야 한다. 거짓말처럼 세상을 바꿔 놓고 있는 과학자들이 언제나 진실되길 바란다.

[출처] IBS(기초과학연구원) 블로그 | [말랑과학] 어머 이건 알아야해_ [만우절 특집] 과학계 희대의 사기극 | 2021. 3. 31 | (https://blog.naver.com/ibs_official/222293893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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