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베트남의 체제전환 과정…북한에 대한 함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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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베트남의 체제전환 과정…북한에 대한 함의는?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1.04.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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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보고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_ 『동남아 CLMV 국가의 체제전환 평가와 북한에 대한 함의: 체제전환지수 개발과 적용』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 김흥종)은 『동남아 CLMV 국가의 체제전환 평가와 북한에 대한 함의: 체제전환지수 개발과 적용』 연구보고서(저자: 최장호·한하린 KIEP 연구위원, 최유정 KIEP 전문연구원)를 출간했다. 이번 연구는 동남아 CLMV(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 국가의 체제전환 과정과 성과를 두 가지 방법으로 분석 및 평가한 후, 북한의 체제전환 방향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했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2011. 12) 이후 북한 경제의 변화 폭이 커지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예로 국가 운영의 핵심 전략을 ‘경제·핵 병진 전략’에서 ‘사회주의 경제건설 총력 집중 노선(2018. 4)’으로 변경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이를 두고 북한 경제가 이미 체제전환을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평가도 나온다.

만약 북한이 체제전환을 한다면 관련국 사례를 참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 이루어진 체제전환의 대표적인 사례로 동남아 국가인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 즉 이른바 CLMV 국가의 체제전환을 꼽을 수 있다. 이번 연구의 목적은 동남아 체제전환국의 체제전환 수준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체제전환 지표를 개발하고, 이를 활용하여 CLMV 국가의 체제전환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 평가했다. CLMV 국가의 상이한 체제전환 환경과 방식은 북한이 체제전환 과정 중 당면할 다양한 문제에 이정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연구의 기여는 새로운 시도에 있다. 체제전환 수준을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방법론을 개발하는 것은 이번 연구에서 새롭게 시도된 것이다. 과거 유럽부흥은행(EBRD)에서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체제전환 수준을 평가하기 위해 체제전환 지수를 개발하여 활용한 사례가 있으나, 구체적인 방법론은 알려진 바가 없으며, 특히 동남아 체제전환국이나 중국 등 동아시아에 적용하여 평가한 적도 없다. 그러나 북한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 또 북한이 체제전환을 할 경우 원활한 남북 경제 협력과 통합을 준비하기 위해 우리는 북한의 체제전환 정도를 평가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할 것이다. 이번 연구는 이런 필요에 기인하여 체제전환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론을 새롭게 개발하였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 연구의 배경 및 목적

북한이 체제전환을 한다면 참고할 수 있는 사례로 동아시아 체제전환국을 꼽을 수 있는데, 이들의 특징은 ‘중국식 국가자본주의’ 혹은 ‘국가자본주의’ 지향의 체제전환을 추구하였다는 점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2013~18년 동안 경제 관련 법·제도를 지속적으로 개편하였는데, 이를 두고 북한이 체제전환 초기 수준의 개혁·개방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연구는 ‘국가자본주의 지향의 체제전환’을 ‘시장의 자원 배분 및 조정 기능에 의존하여 경제를 운용하되, 효율성 증대를 위해 일부 분야에서는 △정부의 과감한 시장 개입 △정부 주도의 경제성장 정책 추진을 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동남아시아의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이하 CLMV)은 국가자본주의 지향의 체제전환을 했다. 이 연구의 목적은 동남아시아의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CLMV)의 체제전환을 분석하고, 이들 체제전환이 북한에 갖는 함의를 도출하는 것이다.

■ 조사 및 분석 결과

▶ 체제전환 평가지수 개발

이 연구에서 체제전환은 경제적 체제전환으로, 워싱턴 컨센서스에 기반을 둔 체제전환을 시장경제 지향의 체제전환, 중국식 국가자본주의에 기반을 둔 체제전환을 국가자본주의 지향의 체제전환으로 정의된다. 학술적으로 국가자본주의를 대표한다고 볼 수 없으나, 논의의 편의를 위해 베이징 컨센서스를 국가자본주의의 기반이 되는 개념으로 활용한다.

워싱턴 컨센서스는 제도인 체제전환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경제성장 등 성과는 일부만 고려했다. 반면, 베이징 컨센서스는 정부 주도의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경제 개혁을 지향하며, 급진주의 개혁을 반대한다. 최근 동남아시아에서 국가자본주의에 대한 논의와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정치 민주화를 지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개발도상국가에서는 여전히 매력적인 개혁 모델이다.

주요 분석 방법은 두 단계로 나뉘어 구성되었는데, 하나는 시장경제로의 체제전환 여부를 평가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국가자본주의의 관점에서 체제전환을 평가하는 것이다.

시장경제 지향의 체제전환을 평가하기 위하여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체제전환지수를 재구성하여 ‘체제전환지수 I’을 개발하고, 이를 다시 재구성하여 국가자본주의 지향의 체제전환을 평가하기 위한 ‘체제전환지수 II’를 개발했다. 이 두 체제전환 지수를 적용하여 CLMV의 체제전환을 평가하고 특징을 규명했다.

▶ 체제전환지수로 평가한 CLMV의 변화

동남아의 체제전환은 시장경제의 핵심 사항만 충족시킨 최소한의 체제전환이며, 체제전환이 경제성과로 이어졌는지 여부에 따라 두 그룹으로 분류가 가능하다. 

시장경제의 핵심 요소로는 △가격 자유화 △사유 재산 인정 △국유기업 민영화 등이 있는데, CLMV는 이러한 요소들만 충족하였으며, 그 외의 영역에서는 국가마다 상이한 수준의 개혁·개방을 이행해 왔다. 

이에 따라 국가마다 체제전환 수준과 경제성장의 상관관계가 달랐는데, 체제전환이 경제성장으로 이어진 국가는 베트남과 라오스, 그렇지 않은 국가는 캄보디아와 미얀마였다.

1990년 전후인 체제전환 초기에는 체제전환지수 I과 체제전환지수 II의 격차가 크지 않았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이들 격차가 확대됐다. 중국식 국가자본주의(체제전환지수 II)가 요구하는 체제전환의 수준이 시장경제(EBRD)에서 요구하는 체제전환 수준보다 낮아(5점 만점 충족 요건이 엄격하지 않아) 체제전환지수 평가 값 자체가 높았다.

체제전환지수 I과 II의 격차가 커질수록 해당 국가의 체제전환이 국가자본주의 형태를 지향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으며, 이러한 양상은 베트남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정책목표별로 보면, ‘거시경제 안정성’을 제외한 모든 정책 목표에서 체제전환지수 II 그래프가 확대되는데,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항목은 ‘공공지출 재조정과 소득재분배’, 그리고 ‘노동 생산성 개선’이었다.

이는 국가자본주의 모델에서 이들 정책 목표에 대한 개혁 목표 수준 자체가 낮기 때문이다. 해당 정책 목표의 하위 지표 항목의 개수가 각각 2개씩으로, 다른 하위 지표 개수에 비해 현저히 적다는 한계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거시경제 안정성’에서는 체제전환지수 I과 II가 동일한 수치를 보여주는데, 이는 EBRD와 중국식 자본주의가 해당 목표에서 같은 수준의 개혁을 요구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동아시아 체제전환의 가장 큰 목표가 점진적 체제전환을 통한 ‘체제 안정’으로, ‘거시경제 안정성’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평가 및 북한에 갖는 함의와 정책 제언

▶ CLMV 체제전환의 특징

정치와 경제 모두가 급격한 체제전환을 맞은 동유럽과 달리 시장경제의 도입을 통한 경제체제에 한해 체제전환을 이행한 동남아의 체제전환은 시장경제의 핵심 사항만 충족시킨 최소한의 체제전환으로 볼 수 있다.

시장경제의 핵심 요소는 자율성으로, 정부나 외부의 개입으로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에 의한 자원배분이 왜곡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시장경제의 핵심으로 볼 때 △가격 자유화 △사유재산 인정 △국유기업 민영화 등이 있는데, CLMV는 이러한 핵심 요소만 충족시킨 것으로 보인다.

한편, CLMV는 수출·외국인 투자 주도형 체제전환을 추진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체제전환 과정에서 ‘수출·외국인투자 주도형 체제전환’을 우선적으로 추진한 후, ‘경제성장과 발전을 위한 환경 조성’은 추후에 추진했다.

체제전환이 경제성장으로 이어진 국가는 베트남과 라오스이며, 그렇지 않은 국가는 캄보디아와 미얀마이다. 베트남과 라오스는 정치체제 안정과 미국과의 대외관계 개선이 경제성장 견인 요인이 됐다. 

베트남은 빠르게 미국과 관계 개선 이후 제재 해제 수순을 밟았으며, 효과적으로 외국인 투자 유치에 성공했으며, 라오스는 내정 안정과 미국과의 빠른 관계 개선으로 국제기구의 충분한 지원을 받았으며, 외국인 투자도 안정적으로 유치했다.

반면, 캄보디아와 미얀마는 국내외 정치적 불안정 요소로 인해 체제전환이 경제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캄보디아는 장기간 베트남과의 전쟁과 전후 복구, 그리고 인재 유출로 경제 재건에 실패했으며, 제도 부문에 있어 체제전환은 조속히 이루어졌으나, 경제성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리고 미얀마는 최근까지 군부 독재 통치하에서 개혁의 속도가 더뎌졌으며, 소수민족과의 갈등 등으로 인해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어려움을 겪어 제재가 해제되지 않아 해외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북한에 갖는 함의

북한이 체제전환을 경제성장과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베트남과 라오스 사례를 참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무엇보다 내정이 안정되고,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우선적으로 추진하여야 하며, △수출·외국인 투자 주도형 체제전환을 추진하고, 이를 위해 △외국인 투자의 적극적인 유치와 △외국계 은행 진출 허용 등이 필요하다.

① 북한의 체제전환 전제 조건으로 내정 안정과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들 수 있음.

② 북한이 수출·외국인 투자 주도형 체제전환을 추진할 경우를 가정한다면, 가격 자유화, 사유재산 인정, 국영기업 개혁, 은행 이원화, 노동 개혁 순으로 북한의 체제전환 경과와 방향성을 검토하면 다음과 같음.
  ◦ [가격 자유화] 일반적으로 체제전환 단계에서 가격 자유화는 일반물품, 정부 조달 분야, 전략 분야 순으로 이루어지는데 북한도 이와 같은 방향으로 가격 자유화를 시행하는 것이 적절함.
  ◦ [사유재산 인정] 사회협동단체 간 사용권 거래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됨.
  ◦ [국영기업 개혁] 우선, 독립적인 경영(회계와 생산, 판매 분리)을 인정하고, 국영기업의 설립과 파산을 허용하면서 생산성과 수익성을 제고하는 순서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함.
  ◦ [은행 이원화] 북한은 현재 상업은행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전술한 △가격 자유화 △사유재산 인정 △국영기업 개혁과 맞물려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적절함.
  ◦ [노동 개혁] 거주 이전의 자유와 함께 기업이 노동자를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할 것으로 판단됨.

③ 북한이 자유무역 및 외자유치 증진을 위한 체제전환을 시행한다고 가정할 때, △외국인 투자를 허용하고, 외국인 기업이 투자 재원을 조달할 수 있도록 △외국계 은행 진출을 허용하는 것이 필요함.
  ◦ [외국인 투자] 이미 북한의 외국인투자제도는 다른 분야에 비해 가장 개혁이 많이 이루어진 분야로서, 노동 부문의 개혁ㆍ개방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적절함.
  ◦ [외국계 은행 진출] 미국의 금융제재 해제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외국계 은행 진출은 그 이후에나 가능함.

④ CLMV 국가가 수출ㆍ외국인 투자 주도형의 경제 환경을 갖추는 데 최소 5~10년이 소요된 것으로 보아 외국인 기업이 북한에 외국인 기업 진출 후 일정 수준의 경제성과를 창출하기까지는 최종적으로 10~15년의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됨.
  ◦특히 대기업이 북한에 진출하려면, 북한이 국제사회에 편입되어야 하고, WTO 가입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10년의 협상 시간이 필요함.
  ◦ 또한 체제전환 선언 이후 5년간 체제전환 기본 부문과 자유무역 증진 및 유치를 위한 개혁 및 개방이 빠르게 이루어져야 하며, 이후부터는 중소 규모의 기업이 북한에 낮은 단계의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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