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의 부정행위 이대로 보고만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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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의 부정행위 이대로 보고만 있을 것인가?
  • 남송우 논설고문/부경대 명예교수·국문학
  • 승인 2021.04.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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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송우 칼럼]

오래전부터 대학생들의 학업 관련 부정행위는 문제가 되어 왔다. 한 조사에 의하면 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학업 부정행위는 출석 관련 부정행위, 과제물인 레포트 관련 부정행위, 시험 관련 부정행위의 순이었다. 이 중 출석 관련 부정행위는 대학에서의 출결 관리 시스템의 개선으로 많이 나아졌으나, 레포트 관련 부정행위와 시험 관련 부정행위는 갈수록 도를 넘어서고 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강의가 주류를 이루고 성적 평가도 이에 따라 비대면으로 시험을 치르다 보니, 시험부정 행위는 많은 학생들 사이에서 이미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다. 학생들은 각각 2∼9명이 무리를 지어 한 장소에서 함께 문제를 풀거나 전화 또는 SNS를 이용해 답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확인한 대학들이 해당 학생들의 성적을 무효로 처리하고는 있지만, 그 근원적인 해결 방안은 속수무책에 가까워 보인다. 집단 부정행위가 코로나19 영향으로 발생한 부작용 같지만, 대학생들에게 있어 이러한 부정행위는 코로나19 이전에도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온라인 수업이 일상화되기 전에도 사이버 강좌의 시험인 경우 집단 부정행위가 당연한 듯 행해졌다. 보통 온라인 시험은 절대평가가 많았고, 절대평가의 경우 다 같이 점수를 잘 받으면 좋다는 생각이 있어 대부분의 학생이 부정행위에 가담하는 편이었다. 입학했을 당시부터 너무 당연하게 진행됐던 일이다 보니 이게 부정행위라는 인식조차 없었고, 이런 행위로 지금까지 처벌받은 학생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학교 측의 이렇다 할 제지도 없어 당연히 이 정도는 용인되는 것이라 착각했다고 털어놓는 학생들도 상당수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생들 사이에 이미 관행처럼 퍼져있는 온라인 시험 부정행위 유형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일부 사이버 대학교에서는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본인 확인 절차 등 안전장치를 마련해놓고 있다. 한국사이버대는 대리시험을 막기 위해 금융권 수준의 본인 확인 절차를 도입, 범용공인인증서를 발급받아 로그인하도록 했다. 또 이중 IP 접근 금지 시스템을 도입, 각자 다른 장소에서 한 대의 컴퓨터만 사용하도록 했다. 이렇게 부정행위를 막고자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도입하고는 있지만 그나마 사이버 대학의 경우에 한해서만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부분적으로 온라인 강의를 실시 중인 일반 대학의 경우는 그야말로 부정행위의 천국이 되고 있다. 이렇게 만연되어 있는 대학생들의 부정행위에 대한 불감증은 우리 사회의 도덕불감증과 그 궤를 같이한다. 특정 기관을 떠나 광범위하게 자행되는 시험 부정행위가 유독 대학에서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건 대학은 결국 우리 사회의 지성과 도덕성의 타락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보루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대안은 과연 없는 것인가? 일각에서는 부정행위가 예상되는데도 보완책 없이 온라인 시험을 강행한 건 교수들이 학생들을 함정에 빠뜨린 것과 다름없다며 학생의 잘못은 곧 교수의 실패라는 인식하에 온라인에 걸맞은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 19 때문이 아니더라도 온라인의 비중이 지금처럼 비약적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강의와 시험 모두 온라인에 적절한 방식으로 변화되어야 하며 한목소리로 평가방법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학생들이 생각하는 가장 효과적인 부정행위 방지법은 첫째는 학문적 대책이고, 다음이 규제적 대책이며, 윤리적 대책은 크게 효과가 없을 거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 결과를 절대적으로 수용할 수는 없지만, 지금 학생들의 윤리감각을 엿보면서, 어느 정도는 그 해결의 방향성을 찾을 수 있는 지점이다. 학생들의 윤리적·도덕적 양식에만 기대어서는 학생들의 부정행위를 근절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정행위에 대한 규제대책도 세밀하게 세워나가야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학문적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교수들이 자신이 가르치는 학문의 성격에 맞는 평가방식을 고민하고 창출해내어야 한다는 말이다. 단순히 교수가 가르친 내용을 암기해서 평가받는 방식을 넘어서야 한다. 배운 것을 바탕으로 창의적이고 주체적인 세계를 창안해내는 것에 평가의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 그러므로 교수가 가르치는 내용과 그 방식에 대한 고민과 연구도 필요하지만, 자신이 가르친 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는지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깊은 고민도 함께해야 한다. 평가를 위한 시험에서 아직까지도 학생들의 부정행위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이유는 어쩌면 교수들의 평가방법에 대한 부단한 연구가 부재한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이제 가르치기 위해 연구하는 시간에 버금가는 평가방법에 대한 연구도 절실한 때가 되었다. 대학생들의 도덕성과 윤리적 감성 지수의 함양이 건강한 우리 사회의 미래와 직결되어 있음을 부정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남송우 논설고문/부경대 명예교수·국문학

부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로 부산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분에 「윤동주 시에 나타난 자기의 문제」로 당선, 평단에 나왔다. 평론집 『전환기의 삶과 비평』, 『다원적 세상보기』, 『생명과 정신의 시학』, 『대화적 비평론의 모색』, 『비평의 자리 만들기』, 『이것저것 그리고 군더더기』 등이 있다. 부산작가회의 회장, 부산문화재단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인본사회연구소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2019 부산시 문화상 문학 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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