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과 무착륙 목적지 없는 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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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과 무착륙 목적지 없는 비행
  • 김갑년 고려대·독일학
  • 승인 2021.04.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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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2020년 10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했다. 이로써 한국도 앞서 세계 70여 개국이 밝힌 탄소중립 목표 선언 대열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환경파괴 원인 중에 항공기 운항으로 인한 탄소배출이 심각하다고 한다. 그런데 언론보도에 의하면 지난해 대만에서 시작된 ‘무착륙 관광비행’이 우리나라에서도 ‘완판’이었단다. 지난해 9월 항공운항 전공생들의 실습교육 형태로 시작된 목적지 없는 비행이 12월 국토교통부의 국제선 관광비행 허가로 점차 확대되었고, 올해 2월 22일 한겨레 보도에 의하면 ‘에어서울’ 해외 무착륙 관광비행이 탑승률 98%를 기록했으며,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예정이란다. 

무착륙 목적지 없는 비행이란 어느 곳에도 착륙하지 않고 출발했던 곳으로 ‘그냥’ 돌아오는 것이다. 무착륙 비행 얘기를 들었을 때 비행기를 탈 때마다 긴장하고 편치 않았던 느낌 때문에 “누가 목적지 없이 그냥 비행기를 타지, 곧 없어지겠네.” 했던 나의 생각이 틀린 것 같다.

목적지 없는 비행에 대해 국외에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싱가포르 항공은 계획했던 관광비행을 환경오염이라는 자국 환경단체의 반대 때문에 접었다고 한다. 우리는 어떤가? 한겨레신문은 무착륙 관광비행을 항공업계의 ‘창의적’ 생존 마케팅(2021.2.22.)이라고 했다. 그럴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창의적인 것은 다 좋은 건가?

2000년대 초 독일생태공동체 연구를 했다. 독일 중부지역에 있는 Kassel 근처 Kommune Niederkaufungen이라는 생태공동체를 방문했다. 이 공동체는 여러 면에서 독특했다. 생태공동체라고 하면 보통 마을이나 도시에서 떨어진 외딴곳에 그들만의 공간을 가진, ‘일반’ 세상에서 벗어난, 우리가 접근하기 어려운 ‘딴 세상‘이 보통이다. 그냥 우리끼리 ’편하게‘ 살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Niederkaufungen 이곳은 그렇지 않았다. 마을 한가운데 위치했고, 마을 주민들과 교류도 활발했으며, ‘일반’ 세상에 나가 경제활동을 하는 구성원들도 많았다. 구성원들을 보면 아이들과 부부를 포함해서 70여 명 정도가 함께 생활하는데, 모두 ‘가족’이었다. 이들이 지향하는 최고의 선은 생태적 삶이었다. 무엇을 하든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이었다. 그들 70여 명을 위한 신발이 전체 200켤레 정도이었고, 자동차는 단 한 대, 구독하는 신문도 2종이었다고 기억한다. 입는 옷도 작업복 몇 벌, 외출복 몇 벌 등 최소화했고, 소비하고 섭취하는 것도 최대한 자급자족하려고 했다. 아마 많이 먹으려고 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이들의 핵심 가치는 ‘Alles teilen – Leben ohne Besitz’(모든 것을 나누고 – 무소유의 삶)이다.

Niederkaufungen 공동체가 카셀 대학교의 환경시스템연구 학술센터와 공동으로 조사한 연구 결과는 매우 흥미롭다. 권선형(2003)에 따르면 “이들은 세 개의 생태공동체의 생활방식 및 경제방식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자세히 조사하고, 이를 독일 일반가정의 평균치 및 Niederkaufungen에 있는 생태적 삶을 지향하는 세 가정의 그것과 비교하였다. [...] 독일 일반 가정이 주거와 섭생, 유동성을 위해 방출하는 이산화탄소 등가물의 양은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요구되는 것보다 6배나 높다. 여기서 용인 수치는 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의 후손이 오늘날과 같은 환경을 물려받기 위해 넘어서지 말아야 할 환경오염의 한계 수치를 전 지구상의 인구별로 나눈 것을 말한다. 따라서 이 한계 수치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다면 모든 인간이 지켜야 하는 이산화탄소 등가물의 방출 한도량인 것이다. 생태주의 가정은 확실히 적은 양의 이산화탄소 등가물을 방출하고, 세 개의 공동체 중 두 공동체는 주거 면에서의 환경부담 정도가 매우 낮기에 생태주의 가정보다 환경오염 정도가 훨씬 낮다.”고 한다.

Niederkaufungen의 삶은 우리에게 충격이었다. 당시 우리는 생각도 못 했다. 정말 먹고살기 바빴다. 효율이 최우선이었다. 최고의 성과가 지상 목표였었다. 주변을 돌볼 여유도 없었다. 그런데 2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상황은 별로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우리는 여전히 생태계의 약탈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원래 생태사상은 우리 동양의 사상이었다. 이제는 우리가 생태적 의식을 서구로부터 역수입을 해야 한다. 전환연구자 한윤정은 2020년 12월 12일 그의 글 ‘세 개의 의자, 세 개의 원탁’에서 우리는 기술·경제 변화와 환경재난으로 시대의 사명과 성공의 가치가 달라진 지금 어떤 가치를 지향해야 하는지 분명히 해야 하며 새로운 행복의 모습을 그려야 한다고 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는 목적지 없는 비행에 환호하는 우리를 부끄러워할 것이다. 


김갑년 고려대·독일학

독일 뮌스터대학교에서 박사를 이수하고 현재 고려대 독일학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시민의 사회 참여와 민주시민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현재 세종시 인재육성평생교육진흥원 및 세종시 문화재단 이사, 갈등관리심의 및 지역혁신협의회 위원, 서울 평생교육진흥원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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