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류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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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류의 리더십
  • 김환규 서평위원/전북대·생리학
  • 승인 2021.04.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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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르타스]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 보노보

우리는 정치, 경제, 종교, 스포츠와 비즈니스 같은 삶의 여러 면에서 의심스런 리더십을 마주하며 종종 필요로 하는 지도자를 두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지도자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 동물 세계에서는 리더십에 의해 종이 생존•번영하거나 사라지게 된다. 리더십과 팔로우십(followship)은 인류와 많은 포유동물 사회의 오래된 특징이다. 인류는 보노보(bonobo)와 침팬지 같은 유인원들과 DNA를 99% 공유한다. 침팬지와 고릴라 사이의 DNA 차이는 1.6%이므로 침팬지와 보노보는 고릴라보다는 인류와 유연관계가 가깝다. 

침팬지는 인간 못지않게 정치적 인식이 큰 종이다. 수컷 침팬지는 권력을 얻고 유지하는 데 폭력, 위협과 정치적 동맹을 이용한다. 일부의 경우, 강하고 큰 수컷이 폭력과 위협만으로 정점에 오르기도 한다. 감성지능을 갖춘 침팬지 지도자는 집단의 구성원 모두를 어떻게 행복하게 할 것인지를 이해한다. 동맹 관계에서 지도자는 정치인들처럼 작은 이익을 나누어 주고, 먹이를 공유하고, 새끼를 양육하는 어미를 감동시키는 행동과 함께 다른 수컷의 털을 손질하고 결투가 진행되는 동안 앞뒤를 어슬렁거리는 등 거의 모든 시간을 함께 보낸다. 폭력에 의존하는 지도자의 지배 기간은 몇 년에 지나지 않지만, 동맹 관계를 이용한 지도자는 10년 이상 권좌를 지킬 수 있다. 폭력적인 지도자들은 리더십 역할이 오래 지속되지 않고 보다 온화한 대체자가 있는 한 매정하게 곧바로 교체된다. 침팬지 리더십은 무리를 보호하고 조화를 유지하는 것이다. 대신 수컷 지도자는 많은 암컷들을 임신시킬 수 있는 특권을 갖고 있다. 

보노보 집단은 침팬지 집단보다 평등하다. 암컷이 지배하는 보노보 사회에서 수컷은 추방되지 않는다. 서열이 낮은 보노보는 암컷과 수컷 모두일 수 있다. 보노보는 집단 내의 누구와도 교미하며 서열에 대한 복종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침팬지 사회에서 하위 서열의 개체들은 상위 서열의 개체가 나타나면 엎드리고 머리를 숙여야 한다. 보노보의 상위 서열은 폭력이 아니라 지도자의 지식에 대한 존경을 통해 획득된다. 자연계에서 일차적 유대는 출생 집단의 동일-성 친족이다. 반면, 보노보 암컷은 사춘기가 되면 다른 집단으로 이주하여 시간이 지나면서 같은 성의 낯선 보노보와 강한 유대를 형성한다. 보노보 집단에서 볼 수 있는 모계사회와 평등한 사회 시스템의 장점은 이 제도가 어린 보노보들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수컷 침팬지는 종종 집단 내의 새끼 침팬지들을 살해한다. 보노보 사회에서 암컷 동맹은 수컷의 괴롭힘과 새끼 살해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진화되어 왔다. 침팬지 집단에서 일어나는 새끼 살해는 보노보 집단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가장 서열이 높은 개체는 나이가 많은 암컷으로 평등하고 응집력 있는 사회에서 각 개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구성원 모두가 먹이를 균등하게 취하도록 한다. 집단 구성원들은 나이 많은 지도자를 존경하고 지도자의 판단을 신뢰하기 때문에 추종한다. 암컷 지도자는 어디서 먹이를 찾는가를 알고 자원을 공유한다. 이런 유형의 리더십에서 추종자들은 먹이와 교미 기회를 공평하게 제공받으며 공격받을 일이 거의 없다. 

침팬지와 보노보의 태어날 때의 성비는 1:1이다. 성체가 되었을 때 보노보 집단의 성비는 동일하나 침팬지 집단에서는 수컷의 절반만 성체로 자란다. 수컷 보노보는 수동적이지만, 수컷 리더십 하의 암컷 침팬지보다 훨씬 안락한 삶을 영위한다. 수컷 보노보는 갈등에 노출되지 않고 많은 교미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이들 두 원숭이의 리더십은 인간의 공격적인 면(침팬지)과 평등, 평화-애호 본성(보노보)을 보여주는 듯하다. 폭력과 위협으로 권력을 잡고 유지하는 유형의 지도자는 지배기간이 상대적으로 짧다. 갈등 해결은 영장류 지도자들에게 극도로 중요한 기술이다. 동물들이 지도자를 따르는 것은 지도자가 안전하게 지켜줄 것이라 신뢰하기 때문이며, 지도자는 진심으로 집단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 인간도 지도자들에게 동일한 기대를 갖는다. 정치, 종교와 비즈니스 분야의 지도자들은 우리가 리더십이라 간주하고 따르려 하는 이 오래된 ‘사회적 계약’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이러한 기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인간은 좀 더 자연적인 존재가 될 것이다. 

리더십은 효과적인 지도자-추종자 관계를 형성하는 포유동물, 곤충, 조류와 어류 같은 집단에서 자연선택을 통한 진화의 결과물이다. 수컷 침팬지 집단은 그들의 영역 주위를 순찰하면서 침입자를 발견하면 공격하고 심지어 죽이기까지 한다. 인류는 진화 역사의 약 99%를 공식적인 지도자나 제도, 법 없이 친족에 바탕을 둔 작은 집단으로 유목생활을 해왔다. 지도자는 행동을 통하여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규칙을 따르도록 유도한다. 경험은 성공적인 지도자가 보유한 일반적인 특성이다. 코끼리 집단의 암컷 지도자는 조상으로부터 전수받은 경험을 지식으로 사용한다. 성공적인 지도자는  집단의 구성원이 원하는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하며, 집단에 가장 많은 이익을 제공하는 경험을 갖고 있다. 

암컷 보노보 지도자는 수컷보다 작지만, 조정자 역할을 훌륭히 수행한다. 암컷은 수컷과의 일대일 격투에서 패하지만, 두 마리 이상의 암컷이 협력하여 수컷을 물리친다. 그러나 보노보는 싸움 대신 아량을 택한다. 보노보 암컷은 수컷과의 긴장을 줄이기 위해 잦은 교미를 한다. 암컷의 조정에 의해 보노보 사회는 상당히 느긋하고 평화롭다. 변화에 대한 적응은 새로운 집단에 들어가 통합될 수 있고, 새로운 협력을 시작할 수 있게 해준다. 인간 역시 열심히 일하고, 헌신하고 특정 분야에서의 경험 등을 통해 리더십 역할을 제고한다. 


김환규 서평위원/전북대·생리학

전북대 생명과학과 교수. 전북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 교환교수, 전북대 자연과학대 학장과 교양교육원장, 자연사박물관 관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생물학 오디세이』, 『생명과학의 연금술』, 『산업미생물학』(공저), 『Starr 생명과학: 생명의 통일성과 다양성』(역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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