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선거에서 누구를 뽑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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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선거에서 누구를 뽑아야 할까
  • 채진원 경희대·정치학
  • 승인 2021.03.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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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유권자의 소중한 한 표가 행사되는 4·7 서울시장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일이 다가오고 있다. 국민의 대표를 뽑아 민의를 전달하는 절차인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린다. 선거참여는 나라를 사랑하는 민주공화국 시민의 공적인 일로 매우 중요하다. 과연 우리 모두가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고 있는 것일까? 진정 정당과 후보자 그리고 언론과 시민단체 그리고 유권자들은 얼마나 노력하고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정책선거가 실종되고, 흑색선전과 상호비방의 네거티브 캠페인이 기승을 부리며, 선심성 공약이 난무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유권자들이 투표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바람직한 선거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여야가 득표를 위해 친일파, 토착왜구라는 표현이 생각나는 ’반일민족주의‘를 선동하는 대표적인 네거티브 사례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민주당 신동근 최고위원은 지난 3월 16일 국회 법사위에서 “박형준 부산시장 보선 후보가 대마도까지 보이는, 아주 뷰가 좋은 75평짜리, 당시 분양가가 20억5000만 원짜리를 아래위로 가지고 있더라”며 “사실 공직에 나가려는 사람은 있는 것도 파는데 이 양반은 굳이 이걸 작년에 샀다. 그러면서 부산시장 공천받고 그렇게 나가려고 하나”라고 비꼬았다.
이런 ‘대마도 뷰’ 발언이 나오자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당신네 후보의 집은 일본 왕궁 뷰, 야스쿠니 신사 뷰냐”고 맞받아쳤다.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배우자 명의의 일본 도쿄 아파트를 지칭한 것이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아카사카 별궁 옆에 왜 집을 갖고 있느냐. 서쪽으로 조금만 더 가면 메이지 신궁이고 북쪽으로 조금만 가면 야스쿠니 신사다. 야스쿠니 신사 뷰인가요?”라며 “본전도 안 나올 거 건드리지 말자”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 성일종 비대위원도 18일 비대위 회의에서 “일본에 세금 꼬박꼬박 바치고 있는 박영선 후보는 도쿄시장이나 출마하라”고 겨냥했다.

일제 식민지 지배를 경험한 한국인은 나라사랑의 방법론으로 민족주의(Nationalist, Nationalism)와 애국주의(Patriot, Patriotism)를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둘은 분명히 다르다. 전자는 우리의 우월성을 강조하기 위해 내부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토론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충성하고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후자는 좋은 국가를 만드는 자긍심으로 내부 문제점과 개선점에 대한 차이와 이견을 토론한다. 

또한 전자는 우리 내부의 단결을 위해 상대국을 혐오하거나 증오하거나 공격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후자는 상대국을 혐오하거나 증오하거나 공격하기보다는 우리 민주공화국의 법과 제도 및 공동의 자유와 시민권을 향상시키는 것에 대해 애정과 자긍심을 갖고 이것을 이웃 나라와 자발적으로 공유하고 연대하려는 경향이 있다. 

정치권이 네거티브 캠페인을 중단하지 않는 이유는 왜일까? 그 핵심에는 유권자들이 좋은 후보를 선택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유권자들은 좋은 후보의 장점을 보고 선택하기보다는 나쁜 후보의 단점을 보면서 덜 나쁜 후보를 선택하려고 한다. 유권자들은 정치권의 네거티브 공방을 보면서 더 나쁜 후보와 덜 나쁜 후보의 기준을 가린다.  

그렇다면 유권자들은 왜 좋은 후보를 선택하는 게 어려울까? 그 핵심에는 정치권이 선거와 선거과정을 정책과 공약에 대한 국민과 대표자 간에 대화와 숙의 그리고 신뢰와 합의 형성과정으로 보지 않고, 그런 여건을 만드는 데 소홀하기 때문이다. 즉, 정치권이 정책과 공약 그리고 국정운영 및 시정운영에 대해 유권자와 대화하면서 토론 및 숙의를 통한 신뢰 확보 과정으로 생각하지 않고, 일방적 공약과 정책을 주장하는 ‘선전·선동의 장’과 무조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면 그만이라는 식의 ‘선거승리지상주의’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후보를 뽑아야 할까? 유권자들은 저마다 좋은 후보에 대한 판단기준을 갖고 있다. 우리 주변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 대학생들은 비정규직 임금차별과 좋은 일자리의 부족으로 취직도 못 하고, 연애도 포기하고,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이른바 N포 세대들이 되어가고 있다. 많은 여성들이 가정과 직장에서 성차별, 성희롱, 성폭력으로 고통받고 있다.

결론적으로 숙의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 관점에서 어떤 후보가 좋은 후보인지는 분명하다. 유권자의 눈높이에 다가서서 대화와 토론하고 숙의하면서 서로 신뢰를 형성하는 후보가 가장 좋은 후보다. 플라톤은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라 했다. 이 말은 옳다. 그래서 저질 정치인들이 우리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채진원 경희대·정치학

경희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정치평론학회 연구이사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무엇이 우리 정치를 위협하는가: 양극화에 맞서는 21세기 중도 정치』, 『공화주의와 경쟁하는 적들』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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