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시의 필연성에 대한 철학적 근거와 계시에 대한 해석학적 방법론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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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시의 필연성에 대한 철학적 근거와 계시에 대한 해석학적 방법론 제시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1.03.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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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자들의 하나님과 계시종교: 삼위일체론의 철학적 이해 | 오희천 지음 | 종문화사 | 392쪽

유한한 존재자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은 그가 알 수 없는 것을 알고자 하고 될 수 없는 것이 되고자 하는 형이상학적 욕구일 것이다. 이런 욕구는 이미 최초의 인간 아담에게 있었던 욕구이다. 하나님과 같이 되고자 하는 아담의 잠재적 욕구를 간파한 사탄의 유혹에 빠져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먹은 아담은 눈이 밝아져 악을 알게 되고 그 결과 잠재적 악이 현실화되었다. 전에는 선만 알던 아담이 악을 알게 됨으로써 아담은 실재성이 결핍된 죄인이 되었다.

철학자들의 형이상학적 욕구는 먼저 만물의 근원, 즉 참으로 존재하는 것, 즉 존재자로서의 존재자를 탐구한 고대 그리스 자연철학에서 시작하여, 하나님의 존재를 철학적으로 논증한 중세의 우주론적 증명과 존재론적 증명을 거쳐, 근대의 칸트와 독일관념론에서 완성된다. 칸트에 의하면 인간은 인식능력의 유한성으로 인해 하나님의 존재는 증명될 수 없고 단지 무제약적 전제로서 요청될 수 있을 뿐이다. 그의 하나님은 ‘알지 못하는 신’이다. 독일관념론은 지성적 직관 또는 사변적 이성의 능력을 통해 유한한 정신과 자연이 창조되기 이전의 절대적 동일자를 인식하는 절대지의 단계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들에게 하나님은 근원적 존재이며, 근원적 힘이며, 빛이다. 그러나 그들의 하나님은 여전히 인간의 표상의 산물이지 존재자체는 아니다. 그들은 사유와 존재가 일치하는 절대지를 추구하지만, 절대지는 여전히 이념이지 현실은 아니다. 그들이 추구하는 절대지는 인식론적 차원에 머무를 뿐 존재론적 차원에는 도달하지 못한다. 존재론적 차원의 절대지는 인간과 동일한 유한자로서 인간의 유한성을 실제로 극복하여 새로운 존재자가 된 존재자에 의해서만 주어질 수 있다.

계시종교로서 기독교는 자기를 비워 사람이 되어 유한한 존재자로서 십자가에서 죽었다 부활함으로써 새로운 존재가 된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를 통해 인간이 하나님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존재가 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런 길을 제시하는 기독교의 본질은 삼위일체에 있다. 길을 가는 사람만이 길을 알 수 있다. 이 길 위에서 그 길을 따라감으로써 인간은 하나님을 알 수 있고 하나님을 닮아 하나님과 같아질 수 있다. 신앙은 ‘길 위에 있음’이다.

“존재는 절대적 초월 자체이다.”(Sein ist das transcendens schlech\-thin) 존재는 인간과 무관하게 절대적 초월의 영역에 속한다. 그러나 인간이 존재하는 한 존재와 무관할 수는 없다. 존재는 언제나 인간에게 가장 가까이 있다. 존재는 언제나 인간에게 말을 걸어오면서 인간이 사유함으로써 응답하기를 기다린다. 인간이 그 말에 응답하지 않는 한 존재는 절대적 초월 자체이다. 따라서 “존재는 절대적 초월 자체”라는 명제는 인간에게 말을 걸어오는 존재에 인간이 사유함으로써 응답하는 공속사건(서로에게 속하는 사건)이 일어날 때 비로소 존재가 인간에게 자기를 건네준다는 뜻이다.

하나님은 절대적 초월자이다. 하나님은 언제나 우리 가까이에서 자신을 계시하면서 말을 걸어오고 있지만 인간이 응답하지 않는 한 하나님은 절대타자이다. 인간이 하나님의 부르심에 사유하는 믿음을 통해 응답할 때 계시는 사건이 되고 하나님은 인간에게 자신을 건네주신다.

삼위일체론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자신을 건제주시고 인간이 믿음으로 응답함으로써 새로운 존재가 되는 사건을 철학적으로 체계화한 이론이다. 그리고 이런 체계화의 목표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하나님의 계시와 인간의 이해이다. 그리고 계시에 대한 이해는 성령의 영감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 책의 목표는 계시와 해석이 하나님의 삼위일체성에 근거한다는 전제에서 계시의 필연성에 대한 철학적 근거와 계시에 대한 해석학적 방법론을 제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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