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성은 곧 군주의 천하 통치를 구현하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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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성은 곧 군주의 천하 통치를 구현하는 공간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1.03.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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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고대 도성제도사(하) | 양관 지음 | 최재영 옮김 | 세창출판사 | 580쪽

거의 모든 중국사 개설서에 등장하는 지명이 있다. 바로 장안(長安), 북경(北京), 낙양(洛陽), 남경(南京), 개봉(開封) 등이다. 이를 ‘5대 고도(古都)’라고 한다. 여기서 ‘고도’란 단순히 ‘옛 도시’보다는 ‘옛 도성’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이 다섯 도시가 중국 도시 가운데 오랜 기간 동안 도성이었기 때문이다. 즉, 장안은 1077년 동안, 북경은 903년 동안, 낙양은 885년 동안, 남경은 450년 동안, 개봉은 366년 동안 도성이었다. 이러한 중국의 대표적 도성 이외에도 항주(杭州), 평성(平城) 등 한때 도성이었던 곳도 중국사 개설서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만큼 도성은 중국사를 기술하거나 이해할 때 필수불가결한 소재인 셈이다.

역사적으로 중국 도시는 서아시아와 유럽 도시와 비교하여 정치와 관리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탄생한 점이 특징이라고 한다. 서아시아와 유럽의 도시가 생활과 경제의 중심인 ‘시장’을 중핵으로 성립된 것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물론 중국 도시 가운데 경제적 원인에서 탄생한 도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특히 당대(唐代)까지 조성된 도시들 가운데 통치와 행정 기능을 수행하는 도시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그 통치·행정 도시의 정점에 바로 도성이 위치하고 있다.

도성에서는 군주의 거처이자 정사를 처리하는 곳인 궁뿐만 아니라 군주의 통치권 계승을 정당화하는 의례를 거행하는 곳인 종묘, 공간적으로 군주의 천하 통치를 정당화하는 의례를 하는 곳인 사직 등을 포함하는 각종 의례 시설이 세워져야 했다. 도성은 곧 군주의 천하 통치를 구현하는 공간이었다. 한 왕조 내에서 일어난 도성의 변화만이 아니라 왕조별 일어난 도성의 변화를 시대적으로 파악한다면 곧 중국사 전개 과정을 폭넓고 새롭게 이해하는 것도 가능할 듯하다.

게다가 이 책은 한국 도성사 연구에 참고 자료가 될 만하다. 한국 도성사 연구에서 중국의 도성 제도와 변화 및 그 운영 방식 등을 제시하며 한국 도성의 성격을 탐구하는 것이 종종 보인다. 신라 왕경 연구에서는 수당 장안을, 고려 개성 연구에서는 북송 개봉을, 조선 한성 연구에서는 명청 북경을 참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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