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위안부’…‘공인’과 ‘은폐’의 이중적 태도 아래 존재를 부정당한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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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위안부’…‘공인’과 ‘은폐’의 이중적 태도 아래 존재를 부정당한 여성들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1.03.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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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인 「위안부」: 애국심과 인신매매 | 마에다 아키라 외 13명 지음 | 논형 | 296쪽

일본인 ‘위안부’ 연구에 첫발을 내딛은 ‘전쟁과 여성에 대한 폭력 리서치 액션센터’ 일본인 ‘위안부’ 프로젝트팀의 공동 연구 성과를 담은 책이다.

일본군이 점령지 전역에 위안소를 설치하고 식민지 조선·타이완과 점령지역의 여성들을 ‘위안부’로 만든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런데 사실은 자민족 일본인 여성들까지도 ‘위안부’로 삼았다. 1990년대 이후 각국의 ‘위안부’ 피해자 지원 운동이 일어나며 피해자들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피해를 증언했던 것과 달리, 일본인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지원 운동이 나타나거나 피해 당사자가 자신을 드러내는 일은 없었다. 일본인 피해 당사자는 “일본인 ‘위안부’는 ‘매춘부’였으니 피해자가 아니다” 라는 막연한 인식에 가려져 침묵을 강요당했기 때문이다.

국가와 성의 관계는 현실적으로 크게 전환했지만 매춘(=성노동)을 ‘공서양속’에 반하는 행위, 도덕적으로 ‘부끄럽게 여겨야 할 행위’로 여기는 의식, 이에 더해 ‘위안부’를 ‘추업부’로 보는 의식이 그대로 유지(保持)되어 거기에서 생긴 괴리가 위와 같은 은폐정책을 만들어 내기에 이르렀다. ‘위안부’는 군·국가에게 성적 ‘봉사’를 요구받음과 동시에 그 관계를 군·국가에 의해 끊임없이 부인당한 여성들이었다.

‘위안부’ 문제에 매진해 온 저널리스트 니시노 루미코는, 일본군이 차금(借金)에 시달리는 예기, 창기, 작부나 빈곤한 여성들을 ‘애국심’을 이용하여 ‘위안부’로 징모했을 뿐만 아니라 사기 등 실질적으로는 ‘인신매매’라는 방식을 통해 일본인 여성을 징모했다는 것 등 이 책의 골자가 되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리고 ‘2000년 일본군 성노예 전범 여성국제법정’에서는 일본인 ‘위안부’가 이전에 어떤 상태였는지와는 상관없이 피해자로 인정했다. 그러나 그 후로 일본인 ‘위안부’에 대한 조사나 연구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전쟁과 여성에 대한 폭력 리서치 액션센터(Violence Against Women in War Research Action Center, 통칭 VAWW RAC)내 일본인 ‘위안부’ 프로젝트팀은 ‘위안부’가 되기 이전에 매춘했던 여성을 그렇지 않았던 여성과 차별하는 ‘위안부’ 피해 인식을 넘어서, ‘위안부’ 문제에서 ‘피해’가 무엇인지 재정의하기 위한 조사와 연구를 해왔다. 이 책에 집약된 논고(論考)는 일본인 ‘위안부’ 프로젝트팀에서 3년에 걸쳐 진행한 조사와 연구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제1장에서는 일본인 ‘위안부’가 어떻게 모집되었는지 살피고, 제2장에서는 일본인 ‘위안부’가 어떤 사람들이었으며 이들이 어떻게 다루어졌는지 다룬다. 제3장에서는 일본인 ‘위안부’의 전후의 삶에 초점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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