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적인 공간 유토피아가 아닌 역동적인 시간 유토피아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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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적인 공간 유토피아가 아닌 역동적인 시간 유토피아를 꿈꾸다
  • 대학지성 In & Out 기자
  • 승인 2021.03.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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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 3 메르시에에서 마르크스까지: 프랑스 혁명전후-19세기중엽 | 박설호 지음 | 울력 | 355쪽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 세 번째 권으로 프랑스 혁명 전후부터 19세기 중엽까지를 대상으로 하는 이 책은 당시의 다양한 문학작품들과 사회 이론들을 소개하면서, 그들이 꿈꾼 유토피아의 흐름을 좇고 있다.

서양사에서 이 시기는 “혁명의 시대”였다. 프랑스 혁명을 전후로 근대적 정치 체제가 형성되기 시작하고, 봉건적 신분제를 넘어 비로소 인민 주권의 개념이 태동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본주의가 성장한다. 사회 혁명을 통해 인민은 신분과 종교의 굴레를 벗어나기 시작하지만, 자본주의가 성립하면서 형성된 노동자계급에게는 안타깝게도 착취와 빈곤의 굴레가 씌워지게 된다.

유토피아의 사고는 비참한 삶의 상태에서 비롯된다. 힘들고 어려운 처지에 처한 사람들은 항상 그런 비참한 삶의 상태를 극복하려는 가능성을 꿈꾸기 때문이다. 따라서 프랑스 혁명 이후 사회 변화의 격랑이 거셌던 만큼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그것을 벗어나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다양하게 꿈꾸었다. 거의 모든 근대적 사회사상이 이 시대에 나타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이 시기에는 유토피아의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시간 유토피아”가 나타난 시기이기도 하다. 기존의 유토피아가 존재하지 않는 미지의 공간을 배경으로 한 정태적인 공간 유토피아였다면, 시간 유토피아는 지금 발 딛고 살고 있는 공간의 미래를 배경으로 역동적인 유토피아를 꿈꾼다. 이것은 어쩌면 당시의 역동적인 사회 변화와 함께 더 나은 사회를 지금 여기에서 꿈꿀 수 있다는 인민의 자각과 맞물려 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루소와 볼테르 그리고 시간 유토피아: 루소의 서간체 소설 『쥘리, 혹은 새로운 엘로이즈』(1761)와 볼테르의 『캉디드』(1759)를 다룬다. 전자는 클라랑 공동체의 자율적인 생활방식을 강조하며, 후자는 라이프니츠의 낙관적 이상주의를 희화화하고 있다. 유토피아의 역사 연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우크로니아(Uchronia),” 즉 “시간 유토피아”의 의미를 소개한다.

▷ 메르시에의 시간 유토피아 『서기 2440년』: 이 문헌은 우크로니아의 면모, 다시 말해 “미래의 여기,” 즉 서기 2440년의 파리의 모습을 설계하고 있다. 메르시에의 유토피아와 계몽주의 사상의 연관성을 살피고, 미래의 파리를 통해 메르시에의 구상한 유토피아를 서술한다.

▷ 홍산 문화 그리고 빌란트의 『황금의 지침서』: 이 장은 서양인들의 오리엔탈리즘의 사고 속에 포함된 오류들을 홍산 문화에 관한 최근의 학문적 결실을 통해 비판하면서 동방의 신화적 군주국가를 배경으로 한 빌란트의 작품을 분석한다.

▷ 레티프의 『남쪽 지역의 발견』: 이 소설은 두 가지 유토피아 모델을 보여 준다. 그 하나는 “고결한 야생”이라는 자연친화적 요소이고, 다른 하나는 고전적 유토피아에서 나타나는 기하학적 요소이다. 레티프는 고대의 아르카디아의 상과 모어 이후에 계승된 바람직한 이상 국가의 상을 도피네 섬, 크리스틴 섬 그리고 “메가파타곤”이라는 세 가지 모델 속에 묘사하였다.

▷ 피히테의 「폐쇄적인 상업 국가」: 피히테는 이성에 의해 다스려지는 고귀한 국가로서 폐쇄적인 상업 국가를 서술한다. 여기에는 시장과 무역이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다. 피히테의 상업 국가는 몇 가지 취약점에도 불구하고 19세기 초에 만개한 사회주의 사상을 선취하고 있다.

▷ 오언의 연방주의의 유토피아: 오언은 초기 자본주의 시대에 노동자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그것은 어떻게 하면 노동자의 힘든 삶을 해결하고 그들로 하여금 노동과 삶의 조화로움을 실천하게 할 수 있는가 하는 물음과 관계된다. 이 장은 오언의 노동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 토대에 관한 이론, 뉴 라나크 공동체의 실천적 실험, 그 결과 등을 다루고 있다.

▷ 횔덜린의 문학 속의 유토피아: 횔덜린은 자본주의 초기에 “도구적 이성”이 승리를 구가하는 전환점을 극명하게 인지하면서, 자신의 놀라운 미적 프로그램을 개진하였다. 그것은 바로 포에지인데, 이는 과학기술이 활개를 치는 현대사회의 소외, 냉혹함 그리고 망각의 신드롬을 치유할 수 있는 무엇임을 보여 준다.

▷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이 작품은 유토피아의 역사 서술에서 나타나는 문학 유토피아와 직접인 관련은 없지만, 20세기 이후의 사이언스 픽션과 그에 가미된 페미니즘을 예견하고 있다. 이 작품은 인조인간의 문제를 다루면서 과학 기술의 일방적인 연구를 비판한다. 이 작품은 특히 인간 삶과 과학 기술 사이의 공존의 문제를 암시한다.

▷ 생시몽의 중앙집권적 유토피아 사상: 이 장은 생시몽의 중앙집권적 시스템의 특성과 산업 발달을 위한 국가의 중앙집권적인 설계 등을 구명한다. 하지만 이 장은 그가 당시에 끼친 영향력뿐만 아니라, 엘리트 관료주의의 횡포와 자본주의의 폐해에 대한 통찰력 부재를 보여 준 그의 한계도 또한 보여 준다.

▷ 푸리에의 공동체, 팔랑스테르: 푸리에의 팔랑스테르는 비국가주의의 모델로서, 노동과 향유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자생의 공동체를 가리킨다. 이 장은 노동과 향유의 접목 가능성 그리고 가족 파기로 인한 갈등 등에 관한 문제를 추적한다.

▷ 카베의 유토피아, 『이카리아 여행』: 카베의 유토피아는 생시몽의 그것과 함께 중앙집권적 사회 유토피아에 편입될 수 있다. 놀라운 것은 카베에 이르러 고도의 생산력을 통한 높은 수준의 삶이 바람직한 삶의 목표로 출현한다는 사실이다. 발전된 과학기술을 통한 향유의 삶, 가부장제, 사회주의 계획경제 등에 관한 이카리아의 특성을 개관하고, 그 취약점을 구명한다.

▷ 바이틀링의 기독교 공산주의: 바이틀링은 기독교 공산주의를 표방했는데, 그의 사고는 마르크스-엥겔스의 사회주의 이론이 태동할 시기에 동시적으로 출현한 것이다. 이 장은 기독교 공산주의의 특성과 한계점을 체계적으로 지적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 데자크의 급진적 아나키즘 유토피아: 데자크의 비국가주의 유토피아는 한마디로 자치, 자활 자생을 추구하는 소규모 공동체로 설계되고 있다. 데자크는 위마니스페르 공동체는 푸리에의 그것에 비해 더 많은 자율성과 실현 가능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지만 소규모 공동체가 국가 자본주의로 확장되어 나가는 주위 여건과 마찰을 빚는 문제점도 보여준다.

▷ 마르크스의 자유의 나라에 관한 유토피아: 여기서의 유토피아의 개념은 마르크스 사상에서 진보와 발전을 도모하려는 사회적 의향을 담은 역사철학적 갈망을 가리킨다. 따라서 마르크스 사상이 추구하는 긍정적 의향 내지 전망을 지칭한다. 마르크스 사상은 가까운 목표와 먼 목표를 동시에 지향하는데, 여기서는 이 두 사항을 긍정적 의미의 구체적 유토피아로 이해한다.

▷ 아나키즘과 비국가주의 유토피아: 이 장은 아나키즘의 사상적 맥락을 약술하며, 이에 근거하여 국가주의와 비-국가주의의 유토피아 모델을 해명한다. 아나키즘 운동은 체제로서의 국가가 개인에게 자행하는 횡포에 대한 저항의식에서 출발하지만, “국가주의” 모델과 “비-국가주의” 모델은 아나키즘의 사상적 단초와는 다른 차원에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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