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의 게임 체인저는 백신이 아니라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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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의 게임 체인저는 백신이 아니라 사람이다
  • 대학지성 In & Out 기자
  • 승인 2021.03.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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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러스의 시간: 주철현 교수가 들려주는 코로나바이러스의 모든 것 | 주철현 지음 | 뿌리와이파리 | 548쪽

지금,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2021년 2월 26일,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다. 당분간 백신 접종과 집단면역이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백신은 지친 사람들에게 희망의 불씨가 될 수 있을까? 문제는 3월 4일에서 4월 23일 사이에 코로나19 감염이 더 크게, 더 많이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우울한 경고에 있다. 유행 패턴의 수학적 모델링에 따르면, 방역 수준, 변이 바이러스, 백신 접종 등 다양한 변수가 있긴 하나, 유행 간격은 짧아지고 유행 규모는 커지는 폭발적인 4차 유행이 올 것으로 예측된다고 한다.

바이러스야말로 아는 만큼만 보인다. 이 책은 코로나보다 무서운 가짜뉴스 ‘인포데믹’ 속에서 바이러스 시대를 살아가는 일반인들을 위해 과학의 키워드 55개를 씨줄로 하고 빛나는 통찰을 날줄로 하여 풀어쓴 책이다. 

현재 ‘백신 정쟁’이라고 불릴 만큼 접종 시기, 면역효과, 백신별 장단점 등을 놓고 연일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 상황에서 빠르게 백신이 개발되어 대량 접종이 이루어지는 것은 인류가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백신은 현재 코로나19에 대항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무기다. 하지만 백신은 종식 그 자체가 아니라, 종식을 향한 첫걸음이다. 지은이는 말한다, 백신은 다다익선이라고. 장단점이 모두 다른 다양한 백신들 가운데 어떤 백신이 가장 성공적일지, 어떤 백신이 가장 뛰어난지 줄을 세우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바이러스는 변이가 빈번하기에, 코로나19의 항원 변이의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백신을 동시에 접종해야 한다. 하지만 백신의 동시 접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바이러스의 증식과 변이가 폭증하는 상태에서 백신을 장기간에 걸쳐 접종하면 항원의 변이가 일어날 확률이 점차 높아진다. 따라서 백신의 접종과 방역은 계속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지은이는 말한다, 팬데믹의 게임 체인저는 백신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아무리 좋은 최첨단 백신도 제대로 사용해야 빠르게 상황을 끝낼 수 있다고 말이다.

신종 바이러스가 인류로 건너오는 것은 진화가 시작된 이래로 계속 반복된 일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왜 이렇게 피해가 큰 것일까? 왜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하는 것일까? 왜 팬데믹은 막지 못했을까? 왜 선진국의 피해가 더 큰 것일까? 왜 코로나19는 빠르게 전파될까? 왜 바이러스는 계속 변이하는 것일까? 왜 나이가 많으면 더 위험할까? 왜 치료제는 빨리 나오지 않는 것일까? 왜 백신이 개발되어도 끝이 아니라고 하는 것일까?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이 책은 5부로, 각 부는 11개 장으로, 각 장은 두 글자 한 단어를 키워드로 하여 총 55개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1부 ‘팬데믹’에서는 2000년 이후 반복되어 일어난 신종 바이러스의 습격이 현재 팬데믹에 미친 영향과 이를 막을 수 있었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 원인을 분석한다. 제2부 ‘바이러스’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의 특성을 다루며, 이를 통해 코로나19가 다른 바이러스와 달리 큰 문제를 일으킨 근본적인 원인을 제시한다. 제3부 ‘면역’은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한 면역의 활약 편이다.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삶과 죽음이 갈라지는 이유를 살펴보면서 신종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이유와 코로나19의 교활함에 대해 설명한다. 제4부 ‘방역’에서는 집단의 문제라는 관점에서 코로나19를 막기 위한 노력들을 살피며, 특히 서구의 방역 성적이 좋지 않았던 이유를 알아본다. 마지막 제5부 ‘과거 현재 미래’에서는 인류와 함께한 바이러스의 오랜 역사와 세계화의 시대가 팬데믹의 시대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살핀다. 그리고 팬데믹의 시대를 살아가야 할 개인으로서 가져야 할 위생 개념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균형을 좋아하는 지구 생태계는 일등을 싫어한다. 유례없는 단일 지배종으로 번성하고 있는 인류는 천문학적 다양성을 가진 미생물들의 습격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바이러스는 자기복제가 일어난다는 점에서 생물, 에너지 생성 능력이 없다는 점에서 무생물이라 할 수 있다.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에 있는 이 작은 유전자 쪼가리들이 진화 과정에서 도태되지 않고 끈질기게 인류를 괴롭힌다. 인구 증가와 세계화로 환경이 변하면서 새로운 바이러스의 시간이 시작되는 것이다. 

가축들은 돼지열병, 구제역, 조류독감 같은 전염병에 시달리고, 사람들은 신종 바이러스의 주기적인 습격에 시달린다. 코로나19는 생태계 교란이 만들어낸 바이러스다. 이제 생태계의 균형에 대해 고민을 시작하지 않으면 바이러스의 시간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코로나19로 팬데믹의 파괴력이 확인된 이상 인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해야만 한다. 변화를 두려워하여 제자리에 멈춘다면 다시 신종 바이러스가 등장하고 팬데믹은 반복될 것이다. 저자는 생태계 속의 인류에게 다가오는 문제들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시작된 ‘원-헬스One Health’ 패러다임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생태계의 관점에서 인류의 건강을 생각하고 신종 바이러스를 감시한다는 개념인 원-헬스 패러다임은 기존에 사일로silo에 갇혀 있었던 학문 분야들의 긴밀한 소통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제는 다양한 전문가들이 제도, 정책, 법률 들을 각각의 학문적인 관점에서 분석하고 통합해서 팬데믹에 대비할 수 있도록 수정해야 한다. 학문이나 제도의 통합뿐 아니라 지역이나 국가도 초월해야 한다. 생태계에는 국경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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