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개효과와 조절효과 모형의 다양한 가능성과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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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개효과와 조절효과 모형의 다양한 가능성과 쟁점
  • 고길곤 서울대 행정대학원·정책학
  • 승인 2021.03.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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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에게 듣는다_ 『매개효과와 조절효과』 (고길곤 지음, 문우사, 246쪽, 2021.03)

"매개효과와 조절효과"는 사회과학 연구에서 인과효과 측정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쓰인 책이다. 과학은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연구하고자 하는 실체를 개념(concept)을 이용하여 추상화하고 이 개념과 개념 간의 관계를 이론(theory)이라는 형태로 발전시키는 노력을 해왔다. 이런 노력은 개념을 측정한 변수와 변수 간의 관계를 통계모형을 이용해서 나타내고 실증자료를 이용해 이를 검증하는 '과학적 방법 (scientific methods)'의 활용을 통해 구체화되었다. 실증주의라고 불리는 과학철학의 영역은 이러한 관점을 대표한다. 학자들을 괴롭히는 문제는 개념과 개념 간의 관계가 가진 복잡성이다. 

매개효과 모형은 독립변수가 종속변수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직접효과와 간접효과로 구분한다. 재난지원금이 직접 시민의 소비를 높이는 것은 직접효과라고 볼 수 있지만, 재난지원금이 근로의욕을 감소시켜 근로소득을 감소시켜 결국 소비를 감소시키는 간접효과도 존재한다. 이처럼 독립변수가 종속변수에 어떤 경로를 통해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매개효과 모형이다. 전통적으로 매개효과 모형은 경로분석(path analysis)이라는 이름으로 발전해 왔다.

Baron and Kenny(1983) 논문이 매개효과 측정에 대한 절차를 제시한 이후 사회과학 분야에서 매개효과 모형이 널리 사용되었다. 하지만 접근 방법의 한계에 대한 지적들이 많아지고, 매개효과와 조절효과가 결합된 모형들, 종단면 자료의 매개효과 등에 대한 논의들이 최근 발전해 왔다. 특히 반사실(counterfactual) 관점에서 인과관계를 엄밀히 밝히기 위해 준실험 상태에서 매개효과 측정에 대한 모형도 정교화되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매개효과를 단순한 경로 모형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논문들이 많아지면서 매개효과 모형을 잘못 사용하는 경우를 흔히 발견한다. 인과효과 측정에서 매개효과의 중요성을 고려한다면 이것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Judea Pearl, Tyler VanderWeele, David MacKinnon, Andrew Hayes 등의 최근 발전시킨 다양한 매개효과 관련 이론들을 종합적으로 소개하였다.

한편 인과효과 측정에서 조절효과 모형의 중요성도 매우 크지만, 상당히 잘못 이해되는 경향이 크다. 사회현상에서 흔히 시너지 혹은 상호작용 현상이 발생하여 독립변수와 종속변수 간의 관계의 크기나 방향이 조절변수의 크기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를 흔히 발견한다. 재난지원금이 소비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모형에서 소득이 높은 가정일수록 소비증가가 높다는 주장을 한다면 이것은 소득 수준이 조절변수가 되는 것이다. 

통계학의 관점에서 조절효과 모형은 독립변수와 조절변수 간의 상호작용항을 모형에 포함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실제 조절효과 모형은 이중차분분석(difference-in-differences), 단절 시계열(interrupted time series), 다수준 모형(multi-level analysis) 등에서도 직·간접적으로 사용된다. 따라서 조절효과의 의미는 훨씬 넓게 해석할 수 있고, 그 효과 크기 측정 방식도 전통적인 고정효과 방식 이외에도 랜덤효과, 자기상관과 이분산 가정하에서의 효과측정 등 다양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조절효과는 조절변수의 값에 따라 독립변수와 종속변수 간의 관계가 달라진다. 따라서 상호작용항의 회귀계수 만을 가지고는 정확한 해석이 어려우므로 한계효과를 측정하고 시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은 분석해야 하는 연구질문과 자료의 상태를 먼저 설명하고, 통계모형과 추정과정을 설명한 후, 통계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자료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방식으로 구성하였다. 수학을 싫어하는 독자들도 적지 않음을 저자는 충분히 알고 있지만, 모형의 정확한 의미를 일상의 언어로 전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서 정확한 표현을 위해 수식이라는 도구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관심있는 독자들을 위해 분석과 시각화를 위해 사용한 모든 코드는 공개되어 있으니 이를 활용해보면 이론을 바탕으로 한 응용을 손쉽게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동료 교수가 매개효과와 조절효과가 책 한 권이 될 정도의 문제인지 몰랐다고 저자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사실 많은 학문이 궁극적으로는 연결되듯이 매개효과와 조절효과는 사회과학 연구의 곳곳에서 사용될 뿐 아니라 그 개념이 광범위한 사회과학 방법론과 연결되어 있다.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매개효과와 조절효과 모형이 가진 다양한 가능성과 쟁점을 고민하게 되었다면 저자의 의도는 달성되었다고 할 것이다. 


고길곤 서울대 행정대학원·정책학

연세대학교 응용통계학과,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석사를 거쳐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정책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싱가포르 국립대학 정치학과 조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Asian Journal of Political Science 편집장, International Review of Administrative Sciences 편집위원이며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Asia Regional Information Center의 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통계학의 이해와 활용』, 『범주형 자료 분석』, 『데이터 시각화와 자료분석』, 『효율성 분석 이론』 등 다양한 계량방법론 책들을 출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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