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채용…고(高)학벌보다 '실무역량' 갖춘 인재 선발하는 블라인드 채용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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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채용…고(高)학벌보다 '실무역량' 갖춘 인재 선발하는 블라인드 채용 확대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1.03.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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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특집] (재)교육의봄, 채용 포럼 시즌 2_ 3차 포럼 〈언론계 채용 현황을 살핀다〉
- 언론사 성장세 둔화…2019년 신문사 수 전년 대비 3.1% 감소, 방송사 영업손실 경영 악화
- 언론사는 검증된 ‘경력직’이나 ‘채용형 인턴’ 뽑는 추세, ‘디지털 인재’ 채용 확대
- 포트폴리오를 활용, 실무역량평가 강화
- 언론사의 고학벌자 지원 줄어드는 추세…정보 민주화로 학벌 네트워크 필요성 반감
- 언론사 블라인드 채용 급격히 확산

(재)교육의봄은 지난해 채용 포럼에서 미처 다 확인하지 못했던 5개 영역(공기업, 스타트업, 언론계, 대학, 의료계)을 추가로 살피기 위해 채용 포럼 시즌 2를 기획하고, 지난 3월 16일(화) 광화문 1번가 소통 공간에서 언론계 채용 현황을 살펴보는 세 번째 포럼을 진행했다. 

제1 발제자로 한국경제신문의 공태윤 기자와 미디어오늘의 정철운 기자가 언론사가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 문제와 채용의 전반적인 동향, 그리고 언론계 학벌주의에 관하여 발표했다. 제2 발제자로 쿠키미디어의 김지방 대표이사가 각 언론사의 채용 과정에서 중요한 점과 특징에 대해서 발표했다. 

▲ 언론사 성장세 둔화: 2019년 신문사 수는 전년 대비 3.1% 감소, 방송사 KBS와 MBC는 각각 759억, 966억 영업손실로 경영 악화.
 
언론계는 전반적으로 성장세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9년 말 기준 신문사 수는 총 4,246개로, 전년 대비 3.1% 감소했다. 공태윤 기자에 따르면, 종이신문과 인터넷신문 사업체 수가 동시에 감소한 것은 지난 10년 동안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당연한 결과로 종사자의 수도 감소하는 추세다. 2017년 42,346명으로 최고점을 찍고 난 후 감소하여, 2019년 40,254명이 신문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신문사의 10년간 매출액 성장은 6.3%였다. 같은 기간 물가지수가 17% 오른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매출액은 감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신문사의 매출액과 영업실적이 그나마 현상 유지 수준이라면 방송사의 경우는 위기라고 할 만큼 경영실적이 악화하고 있다. 지상파의 경우는 2019년 SBS가 60억의 영업이익을 냈을 뿐 KBS와 MBC는 각각 757억, 966억 영업손실을 냈고, 종합채널도 TV조선을 제외하면 대부분 영업손실을 냈다. 더욱이 2020년 이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광고시장이 더욱 위축되면서 방송사들의 경영난은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 언론사는 신입보다는 이미 검증된 ‘경력직’이나 검증 기간이 긴 ‘채용형 인턴’을 뽑는 추세임. 또한 시대적 변화에 맞는 ‘디지털 인재’ 채용이 늘고 있음.
 
언론사가 처한 환경의 변화로 채용에서 몇 가지 변화의 흐름이 감지되었다. 무엇보다, 국내 기업 채용의 주된 특징 중 하나인 ‘수시·경력직’ 채용이 언론사에서도 대세가 되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1963년 서울신문이 공채 제도를 도입한 이후, 주요 언론사들은 매년 꾸준히 신입 기자를 채용해왔다. 하지만 공태윤 기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국내 주요 언론사 18개(종합일간지 9개, 경제지 2개, 지상파 방송 3개, 종편 4개)를 조사한 결과, 절반인 9곳이 신입 기자 채용계획이 없거나 검토 단계였다. 대신 많은 언론사는 이미 검증된 중고신입이나 경력직을 선호하는 추세다. 예를 들어, SBS는 2020년 만 2~5년 차의 중고신입을 모집했고, KBS는 공채 대신 필요 부서에서 수시로 경력 기자를 채용했다. 신입을 뽑아 육성하기보다는 검증된 인재를 찾는 이러한 현상에는 언론사의 경영 악화가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이유로 신입을 채용할 때에도 검증 기간이 공채보다 더 긴 ‘채용 전환형 인턴’으로 선발하는 기조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언론사 채용의 또 다른 특징은 ‘디지털 인력’과 ‘전문직 기자’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 사용이 일상화, 보편화된 지금 언론사도 디지털 미디어를 넘어 스마트미디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아직까지 종이신문이 매출액 규모에서 인터넷신문보다 크지만, 지난 10년간(2010년~2019년) 종이신문의 매출액이 2.3%로 저성장이었다면, 인터넷신문은 39.8%의 고성장을 기록했다. 또한, 주요 신문사들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은 현재 각각 약 69만, 42만의 구독자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변이를 보여주듯 신문사조차도 영상 기획·진행의 경험이 있는 방송 기자를 우대하는 등, ‘디지털 인재’를 확보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 외에도, 최근 언론사들은 점점 전문화되어가는 독자들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 전문화된 기사를 쓸 수 있는 인재를 뽑는 추세다. 특히 4차 산업과 AI 등장 등으로 공대 출신의 인력 채용이 과거보다 늘고 있다.
 
▲ 최근 언론사들은 기자로서 적합자를 찾기 위해 서류에서 ‘포트폴리오’를 활용하고, ‘실무역량평가’단계를 강화하고 있음.
 
언론사의 채용은 일반적으로 서류전형-필기시험-실무역량평가-면접의 절차로 진행된다. 서류 전형과 면접은 일반 기업과 특별히 다르지 않다. 서류 단계에서 지원자들은 주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제출하게 된다. 보통 이력서에는 지원자의 출신학교와 학점을 기재해야 하고, 그 외에도 언론사 준비생들은 토익, KBS 한국어능력시험 2급 이상, 인턴 경력 등의 스펙을 준비하고 있다. 김지방 대표에 따르면, 최근에는 언론사들이 지원자의 역량을 확인하는 효과적인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
 
언론사 입사 준비에서 필기시험은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언론사 준비생들은 보통 스터디그룹을 조직해서 필기시험을 대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필기시험은 상식, 논술, 작문 등으로 구성된다. 공태윤 기자에 따르면, 최근 언론사들이 ‘실무역량평가’를 강화하는 추세다. 이는 기존의 서류, 필기, 면접만으로 기자로서의 역량을 평가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울신문은 수습기자 채용 과정에서 5일 동안 선배 기자들과 함께 취재하고 과제를 제출하도록 실무평가를 강화했다.

▲ 주요 언론사 간부 SKY 출신 75%로 고 학벌자 채용이 일반화되어 있었지만, 최근에는 대기업과 임금 격차, 워라밸의 어려움 등으로 언론사의 고 학벌자 지원이 줄어드는 추세임.
 
이날 포럼에서 정철운 기자는 언론사의 오래된 학벌주의 문제를 지적했다. 미디어오늘의 2014년 조사에 따르면, 25개 언론사 주요 간부 104명 중 SKY 출신이 75%에 달했다. 과거 2003년 주요 6개 신문사의 부장급 간부 263명을 조사했을 때에도 SKY 점유율은 67.3%로 매우 높아, 정철운 기자는 언론사의 SKY 출신 채용을 일종의 “오래된 습관”이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큰 파급력을 가졌다 할 수 있는 조선일보의 경우 2000~2017년까지 입사한 총 232명의 신입 기자 중 서울대 출신은 109명으로 47%에 달했고, 연세대, 고려대까지 합하면, 무려 81%가 SKY 출신이었다. 

SKY 출신이 많다는 사실이 곧 언론사가 SKY 출신을 우대한다고 결론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해서 발표자 중에도 의견이 분분했고 언론사 준비생들의 필수 정보 공유 터인 아랑카페에서도 여러 의견이 있었다. 언론사의 채용 결과를 확보할 수 없기에 확언할 수는 없지만, 여러 의견을 종합하면 과거 언론사의 학벌주의 관행이 어느 정도 있었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하지만, 언론사의 경쟁률이 매우 높고 특히 언론고시라고 불릴 만큼 필기시험의 난도가 매우 높아 시험 능력이 좋은 SKY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언론사에 입사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번 포럼을 통해 한 가지 감지할 수 있었던 것은 언론사의 고 학벌자 입사 경향이 점차 약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언론사의 경쟁률이 과거보다 떨어지고 있는 점을 그 이유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공태윤 기자에 따르면, 80~90년에만 해도 대기업보다 높은 급여를 받는 등 언론사의 처우가 매우 좋았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조금씩 벌어진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와 언론사의 과도한 업무량 등으로 인해 현재 고 학벌 취준생의 언론사 지원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 과거에는 고급 정보를 소유한 고위층 취재원 확보 때문에 기자의 학벌 네트워크가 필요했다면, 최근 정보 민주화 시대로 인해 학벌 네트워크의 필요성 반감, 실질 역량이 요구됨.
 
SKY 출신 채용의 퇴조와 관련해 김지방 대표는 매우 의미 있는 지적을 했다. 이날 포럼에서, 과거 언론사는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고위층) 취재원 확보 차원에서 기자의 사회적인 연결망이 중요했고 이를 위해 기자의 학벌이 일정한 역할을 해왔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김지방 대표에 따르면, 지금은 정보가 과거보다 민주화되어 정보나 이슈가 하향식이 아니라 상향식으로 변화된 상황이라서 학벌보다 사회적 아젠다를 발굴하여 보도할 수 있는 기자의 역량이 더 중요하다. 따라서 학벌보다 사회적 아젠다를 발굴하여 보도할 수 있는 기자의 역량이 더 중요하다 보니 기자들에게 요구되는 능력 또한 달라지게 되었다. 기본적인 상식과 글쓰기 능력 외에도 사안을 바라보는 문제의식이 얼마나 예리한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얼마나 있는가, 자신이 취재하고 보도한 기사에 대한 반발과 법적 공방에 대한 강한 멘탈 등이 요구된다고 정철운 기자는 말했고, 이에 대해 현장의 발표자들 역시 수긍했다.
 
▲ 언론사는 지원자의 실제적인 업무 능력을 평가할 충분한 도구(포트폴리오, 필기시험, 실무역량평가)를 갖추고 있어, 블라인드 채용 도입이 용이함. 최근 KBS, MBC, EBS, 한겨레, 경향 등으로 언론사의 블라인드 채용이 급격히 확산됨.

최근 일부 언론사들이 학벌을 보지 않고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고 있는 것은 이런 역량을 찾기 위한 시도로 평가될 수 있다. 이날 포럼에 참여한 4곳의 언론사 중에서 미디어 오늘이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고 있고 KBS, MBC, EBS, 신문사로는 경향, 한겨레신문사가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쿠키미디어는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지는 않았지만, 채용에서 학벌은 단순 참고 사항이고 실무능력 위주로 채용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할 때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그것은 블라인드 채용의 핵심적인 두 가지, ‘편견 요소 배제’와 ‘직무능력 중심’과 관련되어 있다. 먼저, 공정성의 문제가 제기되면서 기업 외적인 요구로 블라인드 채용을 시행하는 경우다. 몇 해 전 채용 비리로 심한 내홍을 겪고 블라인드 채용을 전격 도입한 은행권과 공정성 강화를 위해 정부 주도로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한 공기업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경우 공정성 확보를 위해 학벌 등의 편견 요소를 철저히 배제하지만, 필기시험이 과도하게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필기시험과 직무역량과의 관련성을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반면, 두 번째로 직무능력 위주로 지원자를 뽑기 위해 자발적으로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으로 카카오의 개발자 채용을 들 수 있다. 즉, 개발자로서 업무 능력이 우수한 사람을 뽑고자 하다 보니 평가자의 눈을 왜곡시킬 수 있는 학벌 등의 요인을 배제할 필요성을 느껴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한 경우다. 이러한 경우는 블라인드 채용이 목표하는 두 가지 측면(편견 요소 배제와 직무능력 위주)을 모두 성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날 참여한 미디어오늘이 바로 이에 해당한다고, 정철운 기자는 언급했다.
 
사실 언론사는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기에 용이한 측면이 있다. 블라인드 채용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기존의 평가 요소들(학벌, 스펙, 등등)을 배제할 때, ‘과연 적격자를 선발할 수 있는 대안적인 도구가 존재하느냐’의 의문 때문이다. 편견 요소는 배제하더라도 실제적인 직무역량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아, 위에서 언급한 공기업이나 은행권의 경우도 최대한 직무와 관련된 내용으로 필기시험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언론사의 경우는 지원자의 직무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툴이 채용의 단계마다 충분히 존재한다. 서류 단계에서 학벌/스펙 대신 포트폴리오나 자기소개서로 지원자의 직무능력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상식, 논술, 작문 등의 언론사 필기시험도 언론인의 기본 역량을 확인하기 위한 적절한 선발 도구다. 무엇보다, 실제적인 업무 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실무역량평가 있어 언론인으로서의 직무역량을 평가할 충분한 도구가 마련되어 있는 셈이다. 아마도 이러한 측면 때문에 몇몇 언론사들이 자발적으로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할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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