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항체치료제 개발 어디까지 왔나
상태바
코로나19 항체치료제 개발 어디까지 왔나
  • IBS 커뮤니케이션팀
  • 승인 2021.03.21 19: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IBS(기초과학연구원)_ [코로나19 과학 리포트 2] Vol. 8_ 코로나19 항체치료제 개발 어디까지 왔나

◆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지난해에 이어 사스코로바이러스-2(SARS-CoV-2)의 과학적 이해와 극복 방안 모색을 위한 ‘코로나19 과학 리포트 2’를 연재하고 있다. 이번 연재에서는 최근 세계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이러스 변이와 백신‧치료제 개발 관련 연구동향과 쟁점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지난 2월 24일 발간된 [코로나19 과학 리포트2]_vol. 8을 기초과학연구원(IBS)의 허락 하에 전재한다.
(https://www.ibs.re.kr/cop/bbs/BBSMSTR_000000001003/selectBoardList.do)

 

코로나19 항체치료제 개발 어디까지 왔나

작년 10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았다는 뉴스가 전 세계로 퍼졌다. 더 놀라운 사실은 사흘간 치료한 뒤 백악관으로 조기복귀 했다는 점이었다. 도대체 어떤 치료를 통해 빠른 시간 내에 회복되었는지에 대해 대중의 관심이 모였다. 미국 대통령 의료진은 렘데시비르, 덱사메타손 그리고 ‘REGN-CoV-2’라는 이름의 항체치료제를 투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렘데시비르는 약물재창출을 통해 개발되고 있던 코로나19 후보 약물들(코로나19 과학 리포트 1 Vol.6 참고) 중 가장 먼저 그리고 현재로서는 유일하게 코로나19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약물이다(2020년 10월 승인). 렘데시비르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RNA 중합효소에 결합하여 바이러스의 복제를 저해한다. 사이토카인 폭풍을 막기 위한 면역억제제인 덱사메타손과 함께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 렘데시비르의 치료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더욱이 구토, 간·콩팥 기능 저하, 발진, 알레르기 반응, 호흡곤란 등 여러 부작용이 보고되며 새로운 치료제의 필요성이 더욱 간절해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치료 사례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물질이 있다. 치료제로 승인도 받기 전에 무려 대통령의 치료에 사용된 ‘REGN-CoV-2’라는 항체치료제는 대체 무엇일까?

항체와 항체의약품

체내에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외부 물질(항원)이 침투하면 이를 인식·기억·무력화하기 위해면역체계가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항체이다. 하나의 항체는 특정한 항원에만 아주 정확하게 결합을 한다. 우리 몸은 DNA 수준의 유전자 재배열을 통해 1012개 이상의 많은 항체 레파토리를 만들 수 있다. 그만큼 다양한 항원 및 감염물질에 대응할 수 있다.

또한 체내의 다른 단백질과 달리 항체는 2~3주 정도의 긴 체내 반감기를 갖는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항체를 사람 몸속이 아닌 실험실에서 대량으로 만들어서 연구와 산업 그리고 의료(진단·예방·치료)용으로 활용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다. 1984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게오르게스 쾰러 박사와 체자르 밀스테인 박사의 연구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면역세포와 암세포를 융합하는 ‘하이브리도마 기술’ 개발을 통해 단일클론항체의 대량 생산을 최초로 성공했고, 이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다.

이후 분자생물학의 급격한 발전을 거치면서 동물세포주인 CHO(Chinese Hamster Ovary)를 이용한 항체 대량생산 기술, 항체선별 기술, 항체개량 기술 등 다양한 항체 관련 기술들이 등장했다. 특히, 치료용 항체 개발은 제약 산업의 큰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일례로 지난 5년 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의약품인 ‘휴미라(Humira: 미국 제약사 애브비가 개발한 류마티스관절염, 크론병 등 면역질환의 치료제)’ 역시 치료용 항체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셀트리온과 같은 국내 바이오기업들도 항체치료제를 생산 및 개발하고 있다.

▲ 체내 항체는 IgG, IgD, IgA, IgE, IgM 등 5가지의 동종을 가지고 있다(위). 항암 항체치료제 원리 : 1) 차단작용 : 항체 치료제가 암의 원인이 되는 세포 내 항원을 인식하고 결합하여 암세포 성장을 억제 2) 보체/항체의존성 세포독성 : 암세포표면에 위치한 암세포 특이적 항원들과 결합한 항체의 Fc 영역이 보체복합체나 면역 세포에 존재하는 수용체와 결합하여 암세포를 사멸시킬 수 있는 세포독성을 유도함.(아래). [출처: 앱솔루트안티바디닷컴, 재편집]

체내 항체는 IgG, IgD, IgA, IgE, IgM과 같은 5가지의 동종(Isotype)을 가지고 있다. 종류에 따라 기능 및 체내 작용에 조금씩 차이가 있다. IgG 유형의 항체가 혈액 내 가장 많이 존재하며, 일반적인 항체치료제의 형태이다.

지금까지 항체치료제는 주로 암이나 면역질환 치료를 위해 개발돼왔다. 치료 전략은 다양하다. 항원 단백질과 결합해 세포의 신호전달을 조절하여 병을 치료하는 전략, 암세포 표면에 붙어 면역체계를 활성화시켜 암 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 전략 등이 있다. 또 최근에는 항체에 방사선 물질이나 항암화학약물을 부착하여 암세포에만 해당 물질을 전달하고, 이를 통해 암세포만 선별적으로 사멸시키는 치료 전략도 개발되고 있다.

코로나19 항체치료제, 스파이크단백질과 ‘찰떡결합’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백신 개발이 ‘골드 스탠다드’이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유전정보가 밝혀진 이후 여러 바이오 기업들은 발 빠르게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 임상시험을 통해 예방효과가 확인된 백신들은 현재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이미 투여가 시작되었다(코로나19 과학 리포트 2 Vol.3~5 참고).

백신은 감염 즉시 병원균과 싸울 항체를 체내에서 미리 준비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바이러스에 대항할 항체를 외부에 미리 만들어둔 뒤 감염 시 체내에 주입해도 되지 않을까? 이러한 발상에서 발전된 것이 바로 항체의약품(예방항체와 항체치료제)이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감염을 막는 시나지스(Synagis), 에볼라바이러스 감염을 막는 인마제브(Inmazeb) 등이 대표적인 항바이러스 항체치료제의 사례다. 하지만 항체치료제는 단점이 적지 않다. 성공적인 치료제를 찾기까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므로 경제성 및 시장성을 고려하는 제약회사는 개발을 꺼려했다. 환자 입장에서는 비용이 비싸고 주사제 형태로 투여하는 불편함 때문에 항체치료제 보다 간편하게 먹는 약을 선호한다. 이 때문에 ‘타미플루’와 같은 화학의약품이 바이러스 증식을 막는 치료제로 우선 개발됐다. 또한 백신이 개발되고 집단면역이 형성되면 환자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기 때문에 제약회사가 큰 비용을 들여 어렵게 개발한 항체치료제의 활용도가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범유행적 감염병이 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대응하는 방법은 사뭇 다르다. 이러한 여러 장단점 및 경제성, 시장성을 따질 겨를이 없는 것이다. 전 세계 연구진이 최첨단 과학기술을 총동원하여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표면의 스파이크단백질에 결합하는 항체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10개 이상의 항체치료제가 임상시험 중이며, 전 세계적으로 150개 이상의 항체가 개발 중에 있다.

그렇다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여러 단백질 중 왜 스파이크단백질을 타깃으로 삼을까. 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ACE2 수용체가 스파이크단백질과 결합하는 것이 감염의 시작이기에, 초반부터 잘 막아보자는 전략이다. 즉, 코로나19 항체치료제가 스파이크단백질에 특이적으로 결합하여 바이러스를 중화시켜 세포 내로 침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바이러스 표면에 부착된 항체치료제로 인해 바이러스 제거 및 T세포 면역반응 등 다양한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도 있다.

스파이크단백질의 수용체결합영역(RBD)이 항체치료제의 핵심 타깃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여된 항체치료제는 미국 제약회사 리제네론(Regeneron)의 ‘REGN-CoV-2’로 현재 전 세계에서 개발 중인 항체치료제 중 가장 시기적으로 선두에 있다.

▲ 코로나19 항체치료제(S309)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스파이크단백질과 결합해 바이러스를 중화한다. 감염의 시작 단계인 세포의 ACE2 수용체와 스파이크단백질의 결합을 막는 전략이다. [출처: Whittaker and Daniel, 2020]

리제네론은 사람의 항체를 만들 수 있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벨록이뮨(VelocImmune)’ 생쥐를 핵심기술로 보유하고 있다. 리제네론 연구팀은 이 생쥐에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스파이크단백질의 수용체결합영역(RBD·Receptor-binding domain)을 투여했고, 이때 생성된 항체 중에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감염 중화 효능을 보이는 항체들을 선별했다. 이와 동시에 코로나19 감염 후 회복한 환자의 B세포로부터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스파이크단백질의 RBD에 결합하는 항체들도 선별했다.

이렇게 선별된 항체들의 스파이크단백질 RBD와의 결합력, 결합 부위, 중화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두 종류의 항체 REGN-10933과 REGN-10987을 최종 선별했다. 이 두 항체를 칵테일 형태로 혼합한 것이 바로 REGN-CoV-2이다. REGN-CoV-2는 현재 임상 3상 실험이 진행 중이다(Hansen et al., 2020).

한편, 또 다른 제약사인 비르 바이오테크놀로지(Vir Biotechnology)는 2003년 유행했던 사스(SARS-CoV)에 감염된 환자의 B세포로부터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스파이크단백질의 RBD에 결합하고, 바이러스 감염 중화효능을 보이는 ‘S-309’라는 항체를 발굴했다(Pinto et al., 2020). 현재 그락소스미스클라인(GlaxoSmithKline)과 함께 임상 3상 실험을 진행 중이다. S-309 기반 항체치료제 후보물질은 개발 초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대량 위탁 생산계약을 맺은 것으로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감염 환자의 혈액에서 항체를 분석해보면 스파이크단백질 중에서도 RBD와 결합하는 항체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Piccoli et al., 2020). RBD 외에도 스파이크단백질의 N-터미널영역(NTD·N-terminal domain), 바이러스 안쪽에서 유전체를 감싸고 있는 뉴클래오캡시스 또한 중화 항체치료제 개발의 주요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도 계속 나오고 있다(Chi et al., 2020; DeFrancesco, 2020). 전례 없이 빠른 개발과 임상시험을 토대로 올해 안에 여러 항체치료제가 임상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더 효능이 좋은 항체치료제도 계속해서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 코로나19 환자로부터 항체를 발굴하여 항체치료제를 개발하는 과정. SARS-CoV2 감염 환자 환자들의 혈액을 초고속 엘라이자를 통해 중화항체를 발굴하고, 발굴된 단일클론항체의 구조를 초저온현미경법과 X선 결정법으로 밝혀낸다. 흥미롭게도 환자의 중증도가 심할수록, 바이러스를 이겨내기 위하여 RBD에 특정적으로 결합하는 많은 중화 항체들이 환자의 혈액에서 발견되었다. [출처: Piccoliet al., 2020]

항체치료제의 한계와 보완점

최근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유입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관심이 높다. 다행히 백신의 경우 스파이크단백질에 변이가 생기더라도 효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비교적 적을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그렇다면 항체치료제의 경우는 어떨까. 지금까지 개발된 후보 항체치료제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변이체에도 효과가 있을 것인가?

단일클론항체의 가장 큰 특징은 한 가지 항원의 특정한 위치(Epitope)에만 강하게 결합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항체가 붙어야 할 위치에 돌연변이가 생기게 되면 결합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중화항체의 효과가 일부 떨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하나의 항체만을 사용하기 보다는 바이러스 스파이크단백질의 다른 부위를 인지하는 여러 개의 중화항체를 혼합하여 칵테일 형태로 항체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다. 칵테일 치료법이 중화력도 높으며, 회피돌연변이 바이러스(escape mutant)가 생기는 확률도 줄어든다고 한다(Baum et al., 2020).

▲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스파이크단백질의 수용체결합영역(RBD)에 결합한 항체의약품. 하늘색과 분홍색은 리제네론에서 개발 중인 항체의약품, 노란색은 비르바이오테크놀로지에서 개발 중인 항체의약품을 나타낸다. 붉은색 원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견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변이를, 파란색 원은 영국에서 발견된 변이를 나타낸다.

항체치료제에서 또 한 가지 고려해야할 점은 항체의존면역증강(ADE, antibody-dependent enhancement)이다. 이는 중화항체가 면역세포의 Fc 수용체와 결합하여 오히려 바이러스 감염을 돕는 현상으로 저농도의 면역혈청이나 항체와 바이러스의 어설픈 결합 등으로 인해 발생한다(Arvin et al., 2020). 댕기바이러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인플루엔자, 사스의 경우에서도 이러한 항체의존면역증강이 일어난 사례가 보고 된 바 있기에 코로나19 항체치료제 개발에 있어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항체치료제 투여 후 항체의존면역증강이 일어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밝혀졌다(DeFrancesco, 2020). 항체치료제의 약효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투여 방법, 용량, 시기 등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하며,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감염되어 병변이 일어나는 폐 조직에 약물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면역세포를 활성화할 수 있는 실행기(effector)의 기능 강화, 체내 반감기 증가 등도 향후 항체치료제 개발에 있어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과제다.

마지막으로 비(非) 스파이크단백질에 대한 항체치료제, 판-코로나바이러스(Pan-coronavirus) 항체치료제 개발과 함께 부작용이 적고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증식만을 억제하는 화학의약품 (RNA 중합효소 저해제, 바이러스 단백질가위 저해제, 바이러스 조립 저해제) 등의 개발도 동반돼야 할 것이다.

지난 추석에 이어 설날까지. 조용한 두 번의 명절이 지났다. 5인 이상 집합금지가 시행됐고, ‘불효자는 (고향에) 옵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릴 정도로 모임과 이동에 제약이 많아졌다. 마스크 대란을 겪은 지 1년 만에 마스크 없는 외출을 상상할 수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눈만 보고도 누가 누구인지 짐작하는 능력도 조금씩 생겨가고 있다. 모두의 마음에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통해 지긋지긋한 팬데믹이 하루 빨리 종식되길 바라는 마음이 커져가고 있다. 다가오는 추석 명절에는 마스크 밑에 가려진 사람들의 미소를 다시금 볼 수 있게 되길 고대해본다.


글 | 김호민 기초과학연구원(IBS) 바이오분자 및 세포구조 연구단 CI‧KAIST 의과학대학원 부교수(단백질 구조생화학)

단백질의 3차 분자구조와 작동원리 규명을 통해 면역세포 및 신경세포의 기능조절을 이해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2018년 '아산의학상 젊은 의학자 부문', '한국과학기술 한림원 젊은과학자상'을 수상하였고, 셀, 네이쳐, 이뮤니티, 뉴런 등 저명한 국제저널에 논문을 발표하는 등 국제적 경쟁력과 학문적 리더십을 갖춘 과학자이다.

 

 

 

글 | 노현주 IBS 바이오분자 및 세포구조 연구단 연구원

편집 | IBS 커뮤니케이션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