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지어 교수의 망언에 대한 우리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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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지어 교수의 망언에 대한 우리의 대응
  • 조창현 논설고문/한양대 명예교수·행정학
  • 승인 2021.03.2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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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현 칼럼]_ 논설고문 칼럼

최근 주요 뉴스에서 거의 매일처럼 빠지지 않는 것이 하버드 대학 램지어 교수의 망언, 즉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위안부”는 돈벌이를 위한 매춘부로서 그 계약이 있다는 주장과 그것에 대해서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의 많은 학자와 언론이 “이것은 역사 왜곡이요, 학술적으로도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비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오히려 당사자인 우리나라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지금까지의 보도를 통해서 보면 한없는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먼저 정부 담당부처의 장인 여성가족부 장관은 국회에서 그 문제에 관한 질문을 받고도 아직까지 별다른 대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가 하면 외교부 역시 지금까지 한일관계가 언론에 거론되면 늘 해온 대로 묵묵부답이다. 이것은 아마 그렇지 않아도 악화되어 있는 한일관계를 이 문제로 더 악화시키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정부의 인식 때문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 태도에 동의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것은 일본 정부의 직접적인 언동으로 일어난 사태가 아니고 단순히 외국 한 교수의 학자답지 못하고 부실한 연구 결과가 빚은 산물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가 그러한 논문을 쓰게 된 동기나 계기가 그간 일본 정부가 조직적·체계적으로 꾸준히 추진해온 ‘위안부’ 문제 ‘지우기’ 정책과 일치하는 것을 부인할 수 없으나 그것은 또 하나의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그런 부담이 없는 우리나라의 그 많은 언론이나 대학의 전문가와 연구자들이 적어도 이 문제만큼은 정부와 한통속으로 보이는데 그 이유가 궁금하다. 분명히 해야 할 것은 그동안 악화된 한일관계와 이 문제는 서로 관련이 있지만, 이 논문에 대한 분노와 파문은 그 대상이 단지 일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이미 세계적으로 학술과 인권의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먼저 그동안 우리나라의 이른바 거대언론들은 현 정부의 정책 전반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도 이 문제만은 예외를 둔 듯 보이는데 그 까닭을 알 수 없다. 왜냐하면 적어도 우리가 직면한 지금까지의 도전은 일본 정부를 직접적으로 규탄하는 것이 아니고 한 외국 교수에 의한 매우 비학술적이며 천박하고 무식한 출판 욕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으나 그 파장이 과히 세계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에 앞으로도 우리가 침묵을 고수한다면 이 유명대학의 한 무책임한 교수에 의한 부실한 논문의 신뢰성과 적정성에 대한 부정적인 세계여론에 대해서 막상 그 당사자인 우리나라에서 반대하거나 그 논문을 간접적으로 시인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오해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이것은 한 전범재벌인 미츠비시의 거액기부로 마련된 하버드 법대의 석좌교수라는 사람이 일본정부의 이른바 수정주의적 역사관을 그 정부의 홍보수단이 아닌 학술지를 이용해 더 널리 알리고자 하는 노력을 빨리 눈치챈 나머지 이것을 쉽게 악용한 논문으로서 그는 이미 비슷한 논문을 여러 편 발표했다고 하니 이번 논문이 일본 정부나 돈을 댄 전범재벌의 의도와 우연히 일치한 것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많은 증거가 보인다. 

그러나 적어도 현시점에서는 우리의 대응대상은 일본 정부가 아닌 외국대학의 한 교수인 만큼 지나친 몸조심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지난날 사대주의의 악몽까지 연상시킨다. 물론 이 시점에서 이 일이 일본 정부를 직접적으로 상대로 한 외교적 문제로 확대되는 것이 바람직한지 여부는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으나 적어도 현 단계에서 그것은 지나친 ‘몸 사리기’가 아닌지 모르겠다. 이러한 판국에 한국의 그 많은 대학교수들과 연구자들은 모두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지금까지 논문에 직접 관심을 갖게 된 많은 나라의 법학이나 역사학 교수와 연구자들이 그 논문의 학술적 근거와 방법론에 이르기까지 많은 허점을 지적하며 그 논문의 정식 게재를 반대하고 있는 시점에 과문인지는 모르나 한국의 저명한 학자나 연구자의 이름으로 그 논문의 학술적이고 방법론적 취약점을 분석하고 지적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그 대신 일본 강점기가 조선을 착취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발전시켰다고 주장하고 ‘위안부’는 처음부터 일본 정부에 의한 강제동원이 아닌 ‘돈벌이를 위한 자발적 매춘행위였다’고 앞서 주장하여 이번 램지어 교수 주장의 길을 미리 터준 모양이 된 모 연구기관 한 연구자의 램지어 교수 논문 지지 성명이 나왔다고 언론은 전한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전후 독일에서는 나치와 관련된 서적이나 표현이 불법화된 데서 볼 수 있듯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사는 모든 사람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나 그것이 진실을 왜곡하는 거짓까지를 포함하지 않는다는 것쯤은 다 알 법한데 그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없다.


조창현 논설고문/한양대 명예교수·행정학

연세대 정법대를 나왔으며 아메리칸대학에서 행정학 석사, 조지 워싱턴대학에서 행정학 박사를 취득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팬부록 캠퍼스 정치학 교수 및 학과장(1968-1981), 귀국 후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 행정대학원장, 지방자치 연구소장, 지방자치대학원장, 부총장 역임. 정년퇴임 후 대통령자문 정부혁신위원장, 제2, 3대 중앙인사위원회장, 제3기 방송위원장을 지냈으며 한양대 석좌교수를 거쳐 지금은 명예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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