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지역발전의 원동력: 미국의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R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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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지역발전의 원동력: 미국의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RTP)
  • 김영재 부산대·경제학
  • 승인 2021.03.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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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쿠스]

2021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지역의 상당수 대학들이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추가모집이 진행되면서 대학은 오래전부터 예상된 일이었지만 현실로 나타나자 매우 당혹해하는 모습이다. 지역대학뿐만 아니라 지자체와 지역민 모두가 올 것이 왔다는 자조와 함께 대학이 사라질 수 있다는 상당한 위기의식을 느끼기 시작했다. 대학의 학령인구는 이미 18년 전에 태어난 출생아 수와 직결되므로 예측 오차가 거의 없는 특징을 지니고 있으며, 최근 대학의 진학률이 감소하는 추세를 반영하면 대학의 정원미달사태는 더욱 빠른 속도로 악화할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2000년대 초반 노무현 정부의 출범 이후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국정과제를 기치로 수도권과 지역 그리고 지역 간 격차 해소를 위한 다양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수도권과 지역 간의 격차는 더욱 확대되어 2015년을 지나면서 수도권의 경제규모(GRDP)가 지역을 초과하는 비정상적인 현상이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경제규모, 인구와 자본, 특히 일자리 등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역은 쇠퇴의 늪에서, 청년은 떠나고 고령자만 남는 실버타운으로 전락하고, 지역경제는 고사 직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볼 때 대학의 위기는 지역의 위기와 동행하는 공동운명체이다. 따라서 지금이 대학과 지역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상생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지금까지 대학과 지역이 각자 내세운 독자적인 생존전략이 허울 좋은 구호라는 사실이 지난 20여 년간의 경험에서 입증되었다. 대학도, 지역도 이제는 개별적인 생존전략이 아닌 각자의 기득권과 우월감을 피가 날 정도로 청산하고 새로운 출발점에서 하나가 될 때 상생할 수 있는 해법이 보일 것이다. 즉 대학과 지역은 공동운명체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오래전 우리나라에도 소개되고 강조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RTP)는 지역경제 회생을 위하여 지역대학과 지자체 그리고 산업체 간의 협력이 이루어낸 성공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침체된 지역경제를 위하여 더럼(Durham)에 위치한 듀크대학, 롤리(Raleigh)의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 그리고 채펄힐(Chapel Hill)의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이 해당 지역과 상호협력하여 첨단연구단지를 개발한 것이다. 이를 통하여 세계적 기업을 지역 내에 유치함으로써 침체된 지역이 우수한 인재가 몰려오는 살기 좋은 역동적인 지역으로 탈바꿈한 경우이다.  

RTP의 성공 요인은 우선 정부와 지자체가 추진한 도시환경 즉 정주 여건의 개선이다. 쾌적한 주거환경의 조성은 우수한 인재유치에 절대적이며, 이와 함께 기업 유치를 위한 세제 및 임대료를 포함한 다양한 경제적 및 비경제적 형태의 정책적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최고의 비즈니스 인프라를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와 같은 도시환경의 개선과 기업 친화적인 인프라 구축은 개별 지자체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구체적으로 관련된 세 도시 간 효과적인 협력체계의 구축과 이를 뒷받침하는 관련 대학 간 유기적인 협력이 RTP 성공의 열쇠라고 생각된다. 위기에 빠진 지역을 혁신역량을 극대화한 대학이 구출한 것이다. 따라서 RTP의 교훈은 대학과 지역 간 협력에 앞서 지역 간 협력 및 대학 간 협력이 동시에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즉 관련 지역 간 협력이 중앙정부의 지원을 얻어내고, 대학 간 협력이 혁신역량을 극대화하여 첨단산업단지의 조성과 함께 첨단기업을 유치할 수 있었다고 판단된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지자체 간 불필요한 갈등과 대립으로 지역은 나날이 추락하고 있으며, 대학 간 치열한 경쟁과 보이지 않는 높은 벽으로 협력은커녕 극단적 이기심만 팽배되어 대한민국 대부분의 대학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지역과 대학이 위기에 직면한 것은 학령인구의 감소보다 대학 간 이기심과 지역과 대학 간 불신이 더 큰 이유이다. 이제 대학은 이기심과 우월감을 철저히 버리고, 대학 간 유기적인 협력체제의 구축으로 대학의 혁신역량을 극대화할 때 대학은 생존할 수 있으며, 또한 관련 지자체 간 오래된 대립과 갈등을 청산하고, 대학과 더불어 생존전략을 찾을 때 대학과 지역이 직면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김영재 부산대·경제학

부산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미국 씨애틀 소재 워싱턴대학에서 거시 및 금융분야로 경제학박사학위를 취득 후, 현재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연구분야는 금융통화정책, 동학적 개방거시모형의 응용 및 자본시장과 지역경제이며, 부산대 경제통상대학장, 부산시 물가대책위원, KDI경제전문가 모니터위원, 한국경제통상학회장 및 한국경제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BNK부산은행 사외이사, (사)부산차이나비즈니스포럼회장 및 한국경제연구학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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