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계·폐교 대학…체계적 정원감축과 퇴로 및 출구전략 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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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한계·폐교 대학…체계적 정원감축과 퇴로 및 출구전략 마련 시급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1.03.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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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대 위기…학령인구 감소, 수도권 대학 쏠림 현상, 사학비리
- 18개 폐교대학…청산된 폐교 대학은 한 곳뿐(경북외대)
- 윤영덕 의원 ‘사립학교법’ 및 ‘한국사학진흥재단법’ 개정안 대표발의
- ‘폐교대학 종합관리·지원센터’ 설치 시급
전주 MBC 영상 캡처

올해 신입생 모집에서 지방대학 위기가 현실로 나타났다. 물론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대학 쏠림 현상이 주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특히 존폐위기에 직면한 지방 부실대학의 경우 그 위기 원인으로 사학비리 또한 간과할 수 없다.

4일 교육부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전국에서 문을 닫은 대학은 지난달 폐교된 서해대를 비롯해 18곳으로 모두 지방권 대학이다.

이 가운데 사학비리로 폐교된 대학은 한중대·서남대 등 14개교다. 이들 대학은 설립자의 비리나 대학 부실 운영, 수익용 기본재산 무단처분, 교비 회계 횡령 및 불법사용, 회계부정 등 비리가 폐교 원인이 됐다. 

'부실대학'의 대명사로 불려온 전북 남원의 사립대 서남대는 이홍하 전 이사장이 2012년 교육부 특별감사에서 학교 교비 330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2018년 폐교했다. 서남대는 폐교 이후에도 366억 원의 교직원 임금체불, 의대의 부실한 임상실습, 사학비리 면죄부 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1988년 개교한 경주대는 2016년 사학비리가 드러나면서 폐교 위기에 빠졌다. 또 2016년부터 5년 연속 정부의 재정지원제한 대학에 선정되면서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도 막혔고, 지난해는 신입생 충원율이 25.1%로 급격히 떨어지면서 결국 폐교 위기에 몰리고 있다.  

서남대와 경주대 사학비리는 지방대 위기의 원인이 저출산과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학생 수 감소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설립자의 학교 사유화나 회계 부정, 부실한 학교 운영 등으로 재정이 악화돼 폐교 수순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으며 이는 비수도권 대학에 대한 신뢰감을 떨어뜨리는 한 요인이 된다.

대학 폐교에 따른 피해는 교직원과 학생들이 고스란히 받아왔으며, 직장을 잃은 교수와 직원 삶이 무너져 극도의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이도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국사학진흥재단에 따르면 폐교대학 18개교 중 자료 추출이 가능한 14개 대학의 폐교 전 교직원 수는 975명이다. 확인된 체불임금은 한중대(448억원), 서남대(366억원), 성화대(9억8000만원) 등 약 824억 원에 달한다. 반면 폐교대학 중 청산을 완료한 대학은 경북외대 단 한 곳뿐이다.

학생들 역시 다니던 대학이 폐교될 경우 인근 대학 등에 특별편입학 할 수는 있지만 유사 전공이 없거나 교육과정이 달라 학습권에 상당한 침해를 받는다. 또한 학교 건물의 관리가 부실해지면서 학교가 일종의 우범지대처럼 전락하기도 하며, 대학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자영업자들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대학을 중심으로 한 지역의 슬럼화 현상이 우려되는 이유다.

폐교된 18개 대학 중 8개 학교법인이 해산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현행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학교법인이나 사립학교 설립자·경영자가 교비횡령 등 회계부정을 저지르고도 이를 보전하지 않을 경우 잔여재산을 전액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 하지만 법인이 해산하지 않고 대학만 폐쇄할 경우 법 적용을 받지 못해 법인 해산을 오히려 지체하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폐교를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불가피한 일로 치부하고 잔여재산 환원만으로 유인하려 했다간 대학은 공공재라는 사회적 합의만 파기한 채 혼란만 불러올 것"이라며 "자진 폐교가 부실 운영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은 아닌지 사전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사립대학 운영 법인이 대학을 청산할 때는 잔여 재산이 국가나 지자체에 귀속되기에 교육기관의 기능을 잃고도 문을 닫지 않은 채 연명하는 대학들이 있다. 현행 사립학교법 제35조에 의하면 제2, 3항(정관으로 귀속자를 지정한 경우 등)에 따라 처분되지 않은 재산 중 학교법인의 재산은 국고에 귀속된다. 학교용지(토지)나 교육용 재산(건물)으로 자산 용도가 제한돼 있다는 점도 청산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때문에 가격을 감정가액을 절반까지 낮춰 매각을 시도해도 유찰되는 경우가 많다. 대학들이 폐교 이후 뚜렷한 활용방안을 찾지 못한 채 부지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다.

교육부는 2019년 대학혁신 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설립자에게 잔여재산 일부를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폐교대학 종합관리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진척이 없다.

문제는 앞으로 문 닫을 위기에 놓인 대학들이 급속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사학법인의 비리 등으로 인한 재정난이 대학 폐교의 주된 이유였다면, 이제는 학령인구 감소가 대학들의 목을 죄고 있다.

신입생 미충원 문제는 지방대의 재정악화로 이어지고 결국 사학비리, 폐교로까지 연결될 수 있으며 지방대학의 몰락은 학교 구성원 뿐 아니라 지역 상권의 붕괴, 고학력 실업 양산 등 다양한 사회 문제로 비화된다. 인구의 수도권 집중으로 지방소멸이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지방대까지 몰락하면 단순히 상아탑 붕괴를 넘어 국가균형 발전 차원에서도 심각한 문제다.

올해부터 대학의 정원 미달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도권 대학을 포함해 전반적인 정원 감축과 지방대 육성을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입학정원을 채우기 힘든 지역 대학에 대한 정부의 지원 확대 필요성이 높으며 궁지에 몰린 부실대학이 정리될 수 있도록 출구전략도 필요하다.

많은 이들이 출구 마련의 중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출구 마련의 방식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견이 오간다. 해산하려는 학교법인 잔여재산의 일부를 해산 장려금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줘 부실 사립대학들의 폐교를 유도하자는 의견과 수십 년간 국고보조금과 학생 등록금으로 형성된 교육자산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게 부당하다는 의견 사이에 합의점을 도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북 경산시 대구외국어대학(2018년 폐교)

◆ 윤영덕 의원 ‘사립학교법’ 및 ‘한국사학진흥재단법’ 개정안 대표발의

이런 가운데 폐교대학으로 인해 임금체불 등 피해 받는 대학구성원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윤영덕 의원(더불어민주당·광주 동남갑)이 폐교로 해산된 학교법인의 청산을 원활하게 지원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는 내용의 「한국사학진흥재단법 일부개정법률안」 및 「사립학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지난주 밝혔다.

지난해 관련법 개정으로 해산된 학교법인이 효율적으로 청산할 수 있도록 사학진흥기금을 통해 자금을 융자할 수 있게 되었으나, 이를 위한 재원 등이 명시적으로 규정되지 않아 예산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은 사학진흥기금을 ‘사학지원계정’과 ‘청산지원계정’으로 구분해 ‘사립학교법’에 따라 학교법인이 해산된 후 국고에 귀속되던 잔여재산을 사학진흥기금의 ‘청산지원계정’으로 귀속되도록 하여 폐교대학의 청산지원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윤영덕 의원은 “2000년 이후 18개 대학이 폐교되었으나, 해산된 법인 9개 중 청산이 완료된 법인은 1개에 불과하다”며 “청산 절차 지연으로 교직원들이 체불임금을 받지 못하는 등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관련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2018년 2월 폐교된 동해 한중대 캠퍼스(조선일보 2021.03.13)

◆ ‘폐교대학 종합관리·지원센터’ 설립 필요

한편, 2019년 정부는 정원 감축을 대학 자율에 맡기기로 하는 등의 '대학 혁신 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폐교대학 종합관리 방안을 구체화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대책 마련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폐교대학을 관리하기 위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폐교대학과 그 구성원들의 후속 종합관리·지원 과제를 담당할 폐교대학 종합관리지원센터 설립이다. 사회적협동조합 한국교수발전연구원은 지난해 말 국회의원회관에서 '폐교대학 종합관리지원센터 설립‘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국회 교육위원회와 한국사립대학교수연합회, 교수노동조합 관계자 등은 지금까지의 폐교대학 관리 법안들은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폐교대학 종합관리지원센터를 설립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홍성학 전 교수노조위원장은 폐교대학 후속 주요 과제로 △대학 통합 관리·지원 △학생 관리·지원 △실직 교직원 관리·지원 △물적 자산 관리·처분 △기금 조성·관리 등을 제시하면서 “폐교대학 종합관리 지원센터의 설치·운영을 바탕으로 폐교대학 교직원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갖춰져야” 하며 "보다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과제 수행을 위해서는 독자적인 센터 설치 및 재원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폐교대학 사후 관리가 하드웨어적인 부분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인적 자원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확보 등 세부적인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 ‘제2차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지원 기본계획(2021~2025)’

교육부는 지난달 28일 ‘제2차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지원 기본계획(2021~2025)’을 발표했다. 대학과 지역의 동반 성장을 강조하며 지역인재 유출 및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는 방안이 담겼다.

우선 교육부는 지방대학을 △재정지원 선정대학 △재정지원 미선정 대학 △재정지원 제한대학 등 3가지로 구분해 관리한다. 재정지원 선정대학에 대해서는 ‘대학혁신지원사업’ 지원 시 유지충원율 적용을 통해 대학별 정원 적정 규모화를 추진한다. 아울러, 과도한 정원 외 모집확대가 교육 여건 악화 및 지역 간 격차를 심화시키지 않도록 관리한다.

재정적으로 곤란하나 회생 가능성이 있는 대학의 경우 스스로 경영개선을 추진할 수 있도록 구조개혁 제도 등 규제 완화를 추진한다. 여기에는 동일 법인 소속 대학 간 정원 조정 등 구조개혁 제도 개선, 폐교 위기 대학에 대한 지자체의 지원 유도 및 지역사회에 필요한 공간으로 전환 지원 등이 포함된다.

재정지원 제한 대학 등 재정적으로 한계에 다다른 대학에 대해서는 단계별 시정조치(개선권고, 요구, 명령) 및 폐교 절차를 체계화하고, 폐교되는 대학 교직원 등의 보호를 위한 신속한 청산 체계를 구축한다. 정부는 올해 이러한 내용을 담은 「사립대학법」, 「사학진흥재단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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