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문명이 오가고 다양한 문화가 융합한 “역사의 중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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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문명이 오가고 다양한 문화가 융합한 “역사의 중심축”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1.02.28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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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아시아사: 볼가강에서 몽골까지 | 피터 B. 골든 지음 | 이주엽 옮김 | 책과함께 | 372쪽

‘칭기스칸’을 키웠고 ‘실크로드’를 놓았으며 ‘몽골 제국’을 태동시킨 중앙아시아의 역사에 대한 최신의, 학문적으로 엄밀하고 완성도가 높은 통사 개설서이다. 이 책은 중앙아시아를 동양과 서양의 가교 역할을 해온 지역이자, 다양한 문화와 종교가 만나온 공간으로 다룬다. 특히 서로 다른 민족, 생활방식, 종교, 언어, 이동이 만들어낸 유일무이한 문화들의 융합 현상에 초점을 맞춘다. 유목 생활과 오아시스 도시국가들의 출현에서부터, 유목민과 정주민, 이슬람과 투르크계 민족들, 실크로드와 오아시스 도시국가들, “몽골의 회오리바람” 몽골 제국, 티무르 제국과 후기 칭기스 왕조, 16세기 이후 러시아 제국과 청 제국 등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중앙아시아, 1991년 구소련의 해체와 이에 따른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독립 상황 등을 폭넓고 깊이 있으면서도 일목요연하게 다룬다.

중앙아시아는 지난 수천 년 동안 동양과 서양 사이 교역과 인적·문화적 교류의 중간자 및 산파 역할을 하며 중국, 인도, 이란, 지중해 지역, 그리고 보다 최근에는 러시아의 영향을 받았다. 또한 중앙아시아는 민족의 이동에 따른 샤머니즘, 불교, 조로아스터교,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같은 종교들이 만나는 공간이었다. 중앙아시아의 민족적, 언어적, 정치적, 문화적 경계선은 늘 유동적이었는데 서로 영향을 주면서도 근본적으로 상이했던 두 생활양식을 포괄했다. 곧 서로 다른 생태적 지위에 있었던 오아시스 지역의 정주민과 스텝 지역의 유목민이다.

중앙아시아 유목민 정복자들과 실크로드 상인들은 근대 이전의 중국, 인도, 중동, 유럽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세계의 역사 흐름을 좌우했지만, 고대와 중세 시기의 외부 관찰자들은 중앙아시아를 “문명 세계”의 주변부로 여겼다. 그러나 현대의 역사가들은 중국, 인도, 중동, 유럽에 군사적, 정치적, 문화적, 상업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끼친 흉노, 돌궐, 몽골 제국 등 근대 이전 시기의 가장 큰 제국들이 중앙아시아에서 배출되었다는 점에서 중앙아시아를 유라시아 “역사의 심장부” 또는 “역사의 중심축”으로 여긴다. 

서문 〈민족들의 교차로〉는 중앙아시아의 지리, 민족, 언어에 대해 설명한다. 중앙아시아가 크게 스텝과 오아시스로 이루어져 있으며, 스텝 거주 알타이계(투르크계, 몽골계) 유목민들과 오아시스 거주 인도-유럽계(이란계) 정주민들이 그 역사의 주체였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중앙아시아인들이 다양한 민족 및 언어 집단의 이동과 그에 따른 융합으로 형성되었다고 강조한다.

원저와 저자 피터 골든
원저와 저자 피터 골든

1장 〈유목 생활과 오아시스 도시국가들의 출현〉은 유목 생활(양식)의 기원, 유목국가의 구조, 오아시스 도시들의 특성에 대해 다룬다. 유목민들은 오아시스 도시민들로부터 각종 물자를 제공받고 도시민들은 유목민들로부터 군사적 보호를 받는 등 둘은 서로 공생관계에 있었다. 2장 〈초기의 유목민들: “전쟁은 그들의 직업이다”〉 : 초기의 유목민들에 대해 다룬다. 고대 이란인(아리아인)의 기원과 이동, 이들의 후예인 스키타이계 유목민들의 활약, 중앙아시아 최초의 유목제국인 흉노 제국의 흥망에 대해 살펴본다. 흉노의 잔존 세력이 서진하며 다른 유목 부족들과 합쳐져 유럽의 훈으로 재탄생하는 과정도 그려진다.

3장 〈하늘의 카간들: 돌궐 제국과 그 계승 국가들〉은 돌궐 제국과 그 전후 시기 중앙아시아의 역사를 다룬다. 중앙아시아를 제패한 돌궐 제국 외에도 돌궐 이전의 북위, 유연, 헤프탈과 돌궐 이후의 위구르, 키르기즈, 거란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유목제국과 정주사회의 정치적, 문화적, 종교적 교류에 대해서도 들여다본다. 4장 〈실크로드의 도시들과 이슬람의 도래〉는 중계무역 요지였던 소그디아〔소그디아나〕를 중심으로 중앙아시아 오아시스 도시국가들의 정치, 사회, 문화에 대해 다룬다. 아랍인들의 정복에 따른 종교의 이슬람화와 투르크계 유목민들의 이주에 따른 언어의 투르크화가 시작되는 과정도 보여준다.

5장 〈초원 위에 뜬 초승달: 이슬람과 투르크계 민족들〉는 이슬람화된 이란계 사만 왕조와 투르크계 카라한 왕조를 중심으로 중앙아시아사를 다룬다. 불가르, 하자르, 가즈니, 셀주크 등 투르크계 국가의 역사와 더불어 세계 문화의 발전에 기여한 사만 왕조 출신의 대학자들에 대해서도 서술한다. 6장 〈몽골 회오리바람〉은 몽골 제국의 역사를 다룬다. 몽골 제국의 정복 활동과 통치 방식, 몽골 제국이 주도한 동양-서양 간의 인적·문화적 교류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본다. 유라시아 초원뿐 아니라 이웃 정주국가들을 모두 통합한 세계 제국이었던 몽골 제국이 초기의 세계체제를 태동시키고, 세계사에 심대한 영향을 끼친 과정이 펼쳐진다.

7장 〈후기 칭기스 왕조들, 정복자 티무르, 그리고 티무르 왕조의 르네상스〉는 티무르 제국과 후기 칭기스 왕조들의 역사에 대해 다룬다. 티무르 제국의 정복 활동 및 문화적 번영과, 칭기스 왕조 국가들인 우즈벡 칸국, 카자흐 칸국, 모굴 칸국, 몽골 다얀 왕조의 출현 과정에 대해 알아본다. 8장 〈화약의 시대와 제국들의 출현〉은 우즈벡 칸국, 카자흐 칸국, 몽골, 준가르 제국을 중심으로 16세기 이후의 중앙아시아 역사를 다룬다. 러시아 제국과 만주인의 청 제국의 등장으로 중앙아시아가 포위되는 과정도 설명한다. 마지막 9장 〈근대 중앙아시아의 문제들〉은 러시아 제국과 청 제국의 중앙아시아 정복 시점부터 1991년 구소련의 해체에 따른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독립 시점까지의 중앙아시아 역사를 다룬다. 러시아 내 이슬람 지식인들의 근대화 운동, 소련의 현대 중앙아시아 민족 범주 규정, 신장 무슬림들의 위구르인 정체성 확립 및 중국의 식민 정책, 현대 몽골국의 탄생 과정 등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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